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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7화 〉 정상결전(1) (377/429)

〈 377화 〉 정상결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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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님께서 정말로 마교의 부활과 중원 정복을 꿈꾸셨다면 네 이름을 피닉스라고 지어주셨을 거다. 다 타버린 잿더미가 아니라! 아직도 모르겠느냐? 지난 천 년 동안에 이룰 수 없는 꿈을 고집하면서 억지를 부려온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애쉬!!”

“닥치라니까!!!”

투콰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지면에 쌓여있는 눈더미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마치 한순간에 봄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은 풍경의 변화.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순백 세계의 표면을 벗겨내 버리자 드넓은 황하의 대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풍경은 중원…그렇군. 아공간 전체가 애쉬의 마음을 투영해서 만들어진 심상 세계라는 것인가?’

가공할만한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

이 상황에 서로가 놀랐다.

“네, 네가 어떻게 건곤대나이를…”

경악한 애쉬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렸다.

하지만 낭패스러운 것은 리한도 마찬가지.

‘젠장! 자기 자신의 공격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았는데도 상처하나 없이 멀쩡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거야?’

건곤대나이는 명교가 타락하기 전부터 교주에게 대대로 계승되어 내려오는 호교무공이다.

천마신공에도 수록이 되어있으며 리한이 래리를 쓰러트리는데 사용한 기술이기도 했다.

이 무공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한 번 본 무공을 따라 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적의 공격을 고스란히 반사해서 적에게 되돌려주는 자유로운 벡터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기’라는 표현이 무엇보다도 잘 어울리는 궁극의 무공.

리한이 래리에게 월환평천하를 무저항으로 받아내었던 것도 애쉬를 집요하게 도발하며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바로 이 건곤대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그렇게 얄팍한 수작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적이 아니었다.

“대답해라! 도대체 어떻게 그 무공을 사용할 수가 있는 거지?”

“전부 너한테 배운 거야.”

“뭐???”

“너를 떠올릴 때마다 흉터가 욱신거린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만큼 내…아니, 후계자의 잠재의식 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10년 전의 그 날. 쥬란 신과 네가 싸웠던 결투의 기억이 말이야!!”

“큭…!”

순간적으로 당황한 애쉬가 입술을 깨물었지만 금방 고개를 붕붕 저었다.

“말도 안 돼! 네가 설령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해도 건곤대나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천마신공을 그렇게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가능하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런 말을 해버리는 거냐? 애쉬.”

“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천마신공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낸 무공이야. 게다가 우리 가문의 역대 가주들은 대대로 월환쌍극을 수련해왔지. 정말로 뛰어난 천재가 태어났다면 일천진경 아니, 어쩌면 그보다 뛰어난 무공을 만들어서 이 반쪽짜리 무공을 완성했을 거야. 그것이 바로 시조님과 네가 맺은 계약의 정체.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는 시험이 아니냐? 스스로 천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한 사람과 함께 중원으로 돌아가서 마교를 재건하겠다고 말이야!!”

“큭! 정말로 거기까지…”

지금까지 철저하게 숨겨왔던 비밀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자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반쪽짜리 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머지 반쪽을 완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아니,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과제야.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리한은 자신이 래리에게 들었던 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건곤대나이를 사용한 네가 그런 말을 해버리는 것이냐? 빌어먹을…하필이면 너 같은 녀석이…아니야. 그래도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빌어먹을!”

애쉬는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죄 없는 엄지손가락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리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시험을 통과한 모양이었다.

문제는 정해진 기한이 넘어가 버렸다는 것.

마르텔 대모를 마지막으로 시조와 맺었던 계약이 무효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애쉬는 새로운 천마 없이 혼자서라도 동방으로 돌아가서 마교를 재건하고 중원 침략을 재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실현이 글러 먹은 계획이었다.

천년의 시간이 지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교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중원이다.

게다가 현재 무림의 고수들은 그때보다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실현하기 어려운 중원 정복을 무지성으로 추진해봤자 과거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뿐이라는 것이다.

리한은 애쉬가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하물며 그가 마교와 아슈킬 가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를 알아버린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더욱이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한가지 고백하자면 내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어. 월환쌍극을 수련하고 있다고 해서 나머지 일천진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천재도 아니고 말이야.”

충분한 예산과 시간이 주어진다면 모르겠지만 리한이 본격적으로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반년도 되지 않는다.

물론,(마스터 코어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해도)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정도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세출의 천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건곤대나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

“보다시피 얼굴에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어. 네 금제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전부 아티팩트 덕분이지.”

“아티팩트라니…”

지이이이이잉­

리한은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애쉬가 보는 앞에서 만들어냈다.

“우리 둘 중에 누가 진짜인지를 구분할 수 있겠어?”

“…네가 진짜로군. 하지만 이건…”

눈매가 살짝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정답을 단숨에 알아 맞혀버렸다.

“완벽한 복제품이지? 진짜하고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설마 아티팩트하고 일체화하고 있는 것이냐?”

“거기까지 꿰뚫어 보다니 정말로 무시무시한 괴물이구나, 애쉬. 하기야 그 정도 능력은 있어야 세계 최강의 무장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지.”

“조롱하지 말고 본론을 이야기해라. 그래서 이 아티팩트가 어쨌다는 거냐?”

“비밀 커맨드를 알아냈다는 거지.”

“…뭐라고???”

“세멜레의 지팡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어. 한 번의 삶으로 두 번의 인생을 살리라. 처음에는 이 말이 단순하게 나하고 똑같은 분신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지. 실제로 아무리 노력해도 두 번째는 어려웠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방법을 찾아냈다는 거야. 뭐…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루크 장군의 충고가 도움이 되었지. 몰아일체를 이루기 위해서 이성과 본능을 하나로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들었거든. 이성과 본능을 분리시켜서 두 개의 분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미친 생각이었지만 당장 실행으로 옮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문제는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은 리한의 분신이라는 것은 오로지 성욕과 증오, 분노와 파괴충동에 지배당하는 괴물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분신은 다짜고짜 나를 공격해왔어. 솔직히 뜨끔하더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들켜버린 기분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성능은 확실했어. 그렇게 한 번 이성과 본능을 분리시키고 난 후에 동기화를 하니까 순식간에 벽을 돌파해서 A급 무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

“…도대체 언제 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한 3~4주 정도 전의 일인가?”

“뭐???”

애쉬는 벙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일은 이제부터야. 왜냐면 어느 순간부터 두 번째 분신이 내가 모르는 무공을 사용해서 공격해오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야.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내력이 조금도 담기지 않았어. 조금 흥미가 생겨서 차분하게 관찰해봤더니 원숭이처럼 어떤 무공을 흉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지.”

“서, 설마 그 무공이라는 게…”

“맞아. 바로 너였어, 애쉬! 너만 보면 흉터가 욱신거린다고 했지? 내 본능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영광스럽게 생각하라고!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본체를 쓰러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최강의 무공으로 덤벼온 거였으니까. 바로 천마신공으로 말이지!!!”

“!!!!”

분신은 단순하게 겉모습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미 월환쌍극까지 익히고 있는 리한에게는 그 정도 단서만으로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천마신공의 재현.

물론, 애쉬가 쥬란 신과의 대련에서 모든 초식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주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건곤대나이를 익힐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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