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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2화 〉 재의 귀인(H이벤트 포함)(6) (372/429)

〈 372화 〉 재의 귀인(H이벤트 포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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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숙부님, 애쉬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동요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도, 동요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지금도 아무런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하지만…이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머리가 아프구나. 제발…”

래리는 땀을 비질비질 흘리면서 애원하다시피 부탁해 왔다.

관자놀이 힘줄이 불거져서 씰룩거리고 마치 마약이라도 복용한 것처럼 충혈된 눈으로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더 몰아세웠다가는 폭발해버릴지도 모르겠군.’

도대체 무엇을 감추기 위해서 이런 금제를 걸어놓았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더 파고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애쉬가 사용하는 술법은 마스터 코어로도 해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자신의 얼굴에 새겨진 불꽃 흉터를 진작에 지워버렸을 터.

모든 의문을 완벽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제 당사자와 대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이제 슬슬 결판을 내시죠, 숙부님.”

“뭐라고?! 아, 그, 그래!”

“괜찮으십니까?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이시는데 말입니다. 대련을 속행하시는 것이 어렵다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아니, 괜찮다! 잠시 머리가 이상하게 어지러웠지만 지금은 말끔하게 사라졌어. 사내대장부가 오늘 승부를 내일로 미룰 수는 없지!!”

‘말은 잘하는군. 이 호방함을 전쟁터에서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속으로 빈정거린 리한은 쌍검을 양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공격하려는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지금 뭐하는 것이냐? 설마…발도술???”

고오오오오오!

대답 대신에 두 손에 내력이 집중되면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월환쌍극에 존재하지 않는 초식으로 나에게 맞서겠다고? 애초에 검을 뽑은 상태에서 휘두르는 것이 뽑으면서 휘두르는 것보다 느릴 리가 없지 않느냐? 기습으로나 통할 방법으로 감히 승부를 내려고 하다니…”

“그렇게 얕잡아보시지 마십시오, 숙부님.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무공이라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시면 목숨이 위험하실지도 모릅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실전 절기를 재현해보려는 참이니까요.”

“실전 절기…서, 설마 네가 일천월환쌍극진경을 재현해 보이겠다는 것이냐? 조금 전에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느냐?!”

리한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까?”

“뭐라고???”

“우리 손에는 이미 월환쌍극이라는 그림이 있지 않습니까? 짝이 되는 나머지 절반의 그림을 상상해서 그려봤다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이 있다면 받아보십시오, 숙부님.”

허무맹랑해도 이렇게 허무맹랑한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래리였다.

애초에 리한이 말하는 것처럼 일천진경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선대 가주들이 진작에 복원시켰을 터.

이 시도가 번번히 수포로 돌아갔던 이유는 월환쌍극 자체가 워낙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승의 무공이라서, 여기에 섣부르게 초식을 더하거나 빼려고 하면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게 엉켜서 꼬여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무공에 한두 가지 변초를 더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짝이 되는 무공을 만들어서 일천월환쌍극진경을 완성했다.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래리는 그 시원스러운 허풍이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춘기 소년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큭, 크크크큭! 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대단하구나, 정말로 대단하구나! 조카야!! 좋다,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전력을 발휘해서 상대해주도록 하겠다. 무슨 기술을 사용할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월환쌍극의 최종 오의…어디 한 번 받아낼 테면 받아내 보거라!!!”

쿵!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힘차게 내려찍은 진각으로 연무장 바닥에 거미줄처럼 갈라지면서 터져 나갔다.

한눈에 봐도 지금까지 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내력을 끌어올리는 래리와 거기에 질세라 따라붙는 리한.

휘오오오오오오!!

마치 폭풍의 눈처럼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휘몰아치는 바람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찌릿찌릿찌릿­

꿀꺽­

“아, 아버님! 형님 전하! 두 분 모두 고정해주십시오! 이, 이건 생사결이 아니옵니다! 대련에서 이런 살기를 뿜어내시다니…”

소름이 돋아오르는 바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버린 데일이 더듬으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두 사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러서십시오, 도련님! 여기에 있다가는 말려드실 겁니다!”

“하지만…”

“삼류에 불과한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지경입니다. 도련님께서 모르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물러서십시오, 물러나셔야 합니다!!”

“큭! 알겠습니다…”

무공을 수련한 눈치 빠른 하인들이 재빠르게 얼어붙어 버린 동료들을 챙겨서 두 사람으로부터 허둥지둥 거리를 벌렸다.

출수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래리는 섣부르게 공격하지 않고 리한의 모습을 살폈다.

‘내가 먼저 행동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어. 발도술만으로 모자라서 감히 후발제인???人을 시전하려고 하다니…배짱도 이런 배짱이 없군. 하지만…’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긴장해버리고 말았다.

‘이상할 정도로 틈이 보이지를 않아. 아니, 애초에 틈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구분할 수가 없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설마 신검합일을 넘어서서 완벽한 자연체의 경지에…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처음으로 검을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서 수차례 합을 겨뤄두었기 때문에 리한이 이룩한 경지가 자신하고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다.

그 경지가 갑작스럽게 바뀔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서 있는 상대의 여력을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었다.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를 상대하는 것처럼.

오싹­

‘설마…정말로 혼자서 일천월환쌍극을 완성했다는 말인가? 그,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후우우우웅!

심마에 사로잡혀버린 래리의 기도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져버리고 말았다.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주화입마에 빠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리한은 그런 그를 질책하듯이 노려보면서 전음을 보냈다.

[흥을 깨지 마십시오, 숙부님. 당신 정도의 상대가 아니면 이 기술을 제대로 시험해보는 것이 불가능하단 말입니다.]

황당한 소리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부터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샌드백을 찾고 있었다는 말이냐?!’

하지만 덕분에 정신은 번쩍 들었다.

처음부터 자신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믿고 의심하지 않으며 나아갔으면 된다는 것이다.

‘좋아, 정말로 네가 우리 가문이 잃어버린 무공을 완성했다면 목숨을 걸고 시험해주마! 넘을 수 있다면 넘어보도록 해라. 이게 바로 반쪽짜리 무공으로 도달한 최대최후의 일격이다!!!!!’

[무투기. 월환쌍극의 진오의??. 월환평천하月???下!]

쿵!!!!!

힘차게 진각을 밟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래리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라진 것은 그만이 아니다.

밝은 대낮에 태양이 자취를 감추고 허공으로 떠오르는 보름달 하나가 은은한 달빛으로 세상 전체를 감쌌다.

소리를 삼키고, 빛을 삼키고, 결국에는 정적마저도 집어삼키는 평화로운 죽음 속으로 적의 목숨을 삼킨다.

하지만 리한은 다가오는 달빛을 쳐다보면서 웃었다.

[무투기…]

****

온몸이 물을 먹은 솜처럼 무겁고 세상만사 모든 것이 나른하고 귀찮아졌다.

[…버지! …세요! …버지!!]

시끄러운 목소리가 수면 바깥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웅웅거린다.

‘제발 좀, 이대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쉬고 싶다.

한없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어나세요, 아버지!!!!!”

“데, 데일?! 윽, 으갸갸갸갹?!!”

소스라치게 놀란 래리가 일어나려고 했지만 근육이란 근육이 모조리 비명을 질러대는 바람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신의 뼈라는 뼈는 모조리 박살이 나버린 것 같다.

마치 해파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냥 그대로 누워있으십시오. 하인들이 들것을 가지러 갔습니다. 치료사도 금방 도착할 겁니다.”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한을 보고 대련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에…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틀림없이 내 공격이 먼저 들어갔는데…목을 치기 일보 직전까지도 검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는데…”

“정석처럼 훌륭한 후발제인???人이 아니었습니까?”

피식 웃으면서 얄미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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