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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9화 〉 재의 귀인(H이벤트 포함)(3) (369/429)

〈 369화 〉 재의 귀인(H이벤트 포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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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커다란 교훈(?)을 얻은 리한은 여세를 몰아서 제니아에 암약해 있는 은요호 기관을 소탕했다.

이미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특급 암살자는 대부분 영입(?)해버렸고 그들의 비밀 거점까지 모조리 파악한 상태.

한때는 그들의 일원이었던 폭스 하운드와 월영, 그리고 코드네임 제미나(카티와 아티)를 앞세워서 속전속결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은요호 기관과 은밀하게 협력하고 있던 제국파 귀족 수십 명의 신원을 파악해서 신속하게 체포했으며, 그들의 지위와 재산을 몰수하고 죄질의 경중을 구분해서 처형해버리거나 단전을 부숴서 폐성촌으로 유배를 보냈다.

대외적으로 이 작전은 랭캐스터 잔당을 섬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언론에서는 대서특필로 보도 경쟁을 이어갔고 민중들은 약속을 지킨 후계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가장 커다란 효과는 불만 세력들의 입을 완전히 다물어버리게 했다는 것이다.

귀족 중에는 여전히 리한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자들이 많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거스르는 존재를 얼마든지 처분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주면서 불평불만이 쥐죽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귀족은 이번 전쟁에서 리한이 전공을 독점한 측근들에게 포상을 몰아준 것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해명을 요구하는 그를 차분하게 타일러서 몇 번이나 돌려보냈지만 처음부터 이성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가 싶더니, 자기 뜻대로 일이 되지 않자 리한에 대한 악담을 퍼트리고 다니면서 사교 파티에서까지 노골적으로 험담과 근거 없는 유언비어, 낭설을 흘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에 대한 비밀 사찰이 이루어졌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가 나오지 않는 귀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논공행상의 포상에 눈이 멀어서 이렇게까지 억지를 부렸던 자가 하늘을 우러러서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리가 없었다.

곧바로 어마어마한 비리와 횡령, 부정부패의 증거가 쏟아져 나왔고 이 자료들은 ‘익명’의 제보를 통해서 언론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미 리한에게 조련당하고 있는 랩독들이다.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만 언론들은 이 제보를 본능적으로‘물어’도 된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해당 귀족의 비리를 폭로하며 밤낮으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오르드리로 소환되어서 법정에 세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자신만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범죄는 귀족이라면 으레 당연하다는 것처럼 관행적으로 저질러오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주목 속에 천년 가문으로 출두 명령이 떨어졌으니 징계 자체는 피할 수 없어도, 평소대로 가벼운 솜방망이 처분 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작위와 재산의 몰수, 사형 선고.

항소는 기각되었고 형의 집행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랭캐스터하고는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되어서 일가 전체의 신분 강등 조치만큼은 모면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더 절망적인 사실은 다른 귀족들은 누구도 그를 변호하거나 감싸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두 후계자의 눈치를 보면서 외면하기에 급급.

제니아가 지금 누구의 세상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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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이후, 녹색금의 별궁으로 유폐된 래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만에 하나뿐인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평화로운 한 때를 만끽할 수가 있었다.

리한은 그들에게 별궁 전체를 내줬다.

게다가 100명이 넘는 하인들을 파견해서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하게 돌봐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심지어 제한적으로나마 충성파의 측근들과 레스터 장군까지도 면회를 허가.

유일하게 돌로레스하고 접촉하는 것만은 금지했다.

전쟁 포로, 그것도 대역죄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한 대우.

물론,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사방에는 감시의 눈길이 번뜩이고 있고 지정 장소를 벗어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외부 서신은 반드시 검열을 받았고 면회 시간도 30분으로 제한, 대화 내용도 영상기록장치로 모조리 기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내는 데는 정말로 아무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최대한으로 배려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조카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족의 정을 실감하면서 남모래 감동하며 눈물까지 글썽거렸을 정도다.

유일하게 걱정이 되는 것은 도무지 소식을 알 수 없는 돌로레스의 안부였지만, 자신들 부자에게도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주는 것을 보고 아내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아도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레스터와의 면회로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모님은 무사히 잘 계십니다, 주군.]

“그게 정말입니까, 장군?”

[네, 전하의 배려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아마릴리스 별궁에 유폐되어서 잘 지내고 계시더군요. 조금은…평소처럼 너무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을 정도입니다.]

“돌로레스는 뭐라고…우리 부자에게 남긴 말은 없었습니까? ”

[죄송하지만 없었습니다. 대신 저에게 충성파를 규합해서 쿠테타를 일으켜서 후계자 전하를 몰아내라고 성화를 부리시더군요.]

이 말을 들은 래리는 이마를 감싸 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평소 그대로군요. 엄청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양이고요, 하여간에 이런 지경이 되어서까지도 그놈의 성질은…”

[주군께서는 지금 상황에 만족하십니까? 지내시는 것에 불편함은 없으신지요?]

“네, 그렇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좋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조카가 이렇게까지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항복했을 텐데…”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농담을 했지만 레스터의 표정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제사상에 올릴 돼지는 원래 잘 먹이는 법이죠.]

“뭐라고요???”

[죄송하지만 조카분을 너무 신뢰하지 마십시오, 주군.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후계자 전하는 천년 묵은 능구렁이처럼 그 심사를 헤아리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호랑이 굴에 물려왔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주십시오.]

“염려가 지나치십니다, 우리 조카는 안 물어…아니, 그 심성이 얼마나 착하고 고운 녀석인데…”

[면회 종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병사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레스터는 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방심하지 말아주십시오, 후계자 전하는 틀림없이 뭔가를 꾸미고 있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고 보중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장군. 장군의 처지도 여의치 않으실 텐데 이렇게까지 저를 챙겨 주시니…”

[신하로서 당연한 소임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서 연인처럼 손바닥을 맞대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래리는 별궁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빠졌다.

‘오늘은 데일하고 낚시나 해볼까? 때마침 피라미가 제철이니까 말이야. 생선을 손질하고 매운탕을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야겠어.’

레스터의 충고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고 순식간에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가서 자식하고 보낼 시간을 구상하는 것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물론, 그가 그렇게까지 데일에게 집중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전 뒤편에서 아들이 일으킨 대학살 때문.

이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라서 스톰 가드로 불러들였지만, 그렇게 바로 곁에 두고도 코앞으로 들이닥친 전쟁에 정신이 팔려서 하이잘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뒤늦게 알아버리고 말았다.

아빠 실격.

래리로서는 자괴감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버린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유폐기간 내내 아들 곁에 붙어서 소위 말하는‘부자의 시간’을 보내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솔직하게 좋은 편이 아니다.

데일은 여전히 착한 아들이었고 래리가 하는 말을 고분고분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전 뒤편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착한 소년의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뒤틀어버렸다는 사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냐면 하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져 버렸던 것이다.

나이가 많으면 기본적으로 존대를 해주던 예전하고는 다르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하대를 했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저지르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보이면 주저없이 욕설을 퍼부어대거나 손찌검을 해버리는 일조차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귀족답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었던 과거의 모습하고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틀림없이 마음에 여유가 사라져서 그러는 거야. 사춘기가 일찍 온 거지. 자연을 벗 삼아서 느긋하게 지내다 보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래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걸음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선객이 찾아와서 데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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