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7화 〉 (H이벤트. 삼일천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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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아는 정복했다.
하지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논공행상에 전범 재판, 돌로레스의 잔재를 처리, 전후 문제 해결, 제니아의 봉쇄 해제, 왕실, 방백, 및 외국하고의 외교 통상 재개, 은요호 기관의 잔당 사냥, 라프텔 호수 사태의 해결, 등등…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방대한 업무가 리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귀찮은 짬처리는 세멜레의 지팡이로 만들어낸 분신에게 맡기면 된다.
하지만 제일 중한 문제 하나가 손톱 밑으로 들어간 가시처럼 성가시기 이를 데가 없었다.
다름 아닌 섭정 마르텔 대모의 병문안 문제.
사람들은 리한이 어째서 그녀를 찾아가지 않는지 의아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각을 다툴 정도로 위중한 할머니를 손자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모범적인 후계자라면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달려가서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
게다가 리한의 집안은 천년 가문이다.
물려받을 재산의 규모를 생각하면 천륜을 위해 흐느껴 울부짖으며 심금을 울리는 쇼를 보여줘야, 세상 사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처신.
처음에 그가 마르텔 대모가 요양하고 있는 별장을 무시하고 오르드리로 향했을 때는 스톰 가드의 전투에서 지쳤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을 넘겨도 병문안을 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모두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지어 리한은 그 기간동안 하루도 쉬지 않으면 열심히 일했다.
마치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처럼 열성적으로.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레스터 장군. 제니아군의 총사령관이 되어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장군의 식솔은 물론이고 사로잡은 제자들도 죄를 묻지 않고 방면해 드리겠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한 권유.
하지만 레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관대한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충성을 맹세한 상대는 오직 래리님밖에 없습니다.”
“숙부님의 죄질이 얼마나 나쁜지는 알고 하시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도 그분과 같은 처분을 내려주십시오.”
“일가 전체가 참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가장 관대하게 선처한다고 해도 단전을 파괴하고 죽을 때까지 유폐당할 겁니다. 그런 것을 희망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터무니없는 협박이로군요. 당신 혼자만 방면해 드렸다가는 그대로 자결해버리실 생각이겠죠?”
“…”
대꾸없이 눈을 감아버렸다.
침묵은 긍정.
“참으로 비겁하십니다. 세상 누구도 장군에게 죄를 묻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하시는군요. 그렇게까지 숙부를 구해드리고 싶은 겁니까?”
“…”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시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항복한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까?”
“충신불사이군???二?. 드릴 말씀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쿵!
“…”
분노한 리한이 어좌의 팔걸이를 내리쳤지만 눈을 감은 그는 옹고집 요지부동이었다.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터져 나오는 한숨.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돌로레스는 광장에서 처형당할 겁니다. 숙부에게는 사약을 내릴 생각이고요. 데일은 아직 7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 참작해서 단전만 파괴할 생각입니다. 저도 이런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지만 그들 때문에 무고하게 죽어간 무고하게 죽어간 백성들과 병사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같은 처분을…”
“하지만!”
손을 들어서 레스터의 말을 중단시켰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사견??일 뿐입니다. 이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는 따로 계시니까요.”
“다른 사람이라면…설마 마르텔 대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눈동자에서 이채가 어렸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분은 이미 연명 치료에 들어가서 숨만 붙어있습니다. 사실상의 뇌사 상태에 의식이 돌아올 가망도 없죠. 전하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 이대로 가주의 자리에 오를 생각이 아니셨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를 단단히 잘못 보신 거겠죠.”
이 말에 처음으로 그에게서 표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설마 구할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장군께서도 혹시 들으셨을지 모르겠군요. 최근에 세상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기적의 성녀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클레어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레스터 장군쯤 되면 그런 소문은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법.
“단순한 유언비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설마?”
“네, 지난 며칠 동안 오르드리 전체를 샅샅이 뒤져서 간신히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성녀님의 정체를 비밀로 해드리는 조건으로 대모님을 치료해주시겠다고 하더군요.”
웅성웅성
이야기를 들은 궁정 백관들이 소란스럽게 수군거렸다.
“설마, 전하께서 병문안을 가지 않았던 이유는…”
“슨 수를 쓰더라도 할머니를 구해드리는 것이 손자의 역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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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클레어를 찾기 위해서 3일 동안 오르드리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소리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리한이 병문안을 가지 못한 진짜 이유는 오직 하나.
최종 보스인 애쉬를 쓰러트릴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제니아의 모든 무장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무찌를 수가 없다는 괴물 중의 괴물.
그 강함은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또는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으면 세상 누구보다도 든든한 아군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가능성은 희박하기 이를 데가 없었고 애초에 전투력이 얼마나 막강하지도 완전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공략법을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달려드는 것은 완벽한 자살 행위다.
그래서 리한은 지난 3일 동안 오르드리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면서 평온의 검사 애쉬에 대한 정보를 있는 대로 긁어모았다.
물론, 귀찮은 짬 처리였기 때문에 세멜레의 지팡이로 만들어낸 분신에게 시켰다.
하지만 본체라고 가만히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순식간에 끝나버릴지 모르는 이 삼일천하를 최대한 만끽하며 즐기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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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지하 감옥.
리한은 돌로레스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요, 숙모님!”
“네, 네 녀석!!”
철그럭!
자신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손발을 묶은 마나 구속구를 거칠게 들썩거리며 암표범처럼 앙칼진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죄수복이 굉장히 잘 어울리시는군요. 가슴이 너무 커서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넝마 조각이라니. 게다가 각선미도 대단히 아름다우십니다?”
“지,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거냐?!”
사색으로 변해서 웅크렸다.
“칭찬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로군요.”
“개소리 집어치워! 바깥에서는 혼자서 있는 대로 깨끗한 척을 하고 다니시더니 결국에는 나를 능욕하고 싶었던 거로구나! 너 따위 녀석에게 범해질 바에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는 것이 낫지…”
“하하하하하! 숙모님을 안는다고요? 그것참 재미있는 발상이로군요. 흠…오체투지로 엎드려 빌면서 제발 이 미천한 암퇘지를 범해주십시오, 주인님! 이라고 외쳐주시면 모르겠지만 제가 굳이 숙모님 따위에게 제 소중한 정자를 낭비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뭐, 뭐라고…?”
터무니없는 모욕에 새파랗게 지려서 부들부들 떨었다.
리한은 철창 가까이 다가가면서 진한 비웃음을 흘렸다.
“못 들으셨습니까? 굳이 당신 따위가 아니더라도 안을 여자는 얼마든지 있어. 예를 들면…”
짝!
손바닥을 쳐서 신호를 보내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여성 하나가 곁으로 다가왔다.
정체를 확인하고 눈을 부릅뜨는 돌로레스.
“루시타!”
“죄송합니다, 사모님.”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여성은 그녀의 메이드장이자 가장 아끼던 자신의 연인이었다.
리한은 격식 없이 손을 어깨에 올렸다.
“루시타에게 손대지 마!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이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면 어쩔 건데?”
“하윽!”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유두를 붙잡아 비틀어 꼬집었다.
곧이어 아예 양손 모두를 집어넣고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숙부님도 불쌍하시지. 듣자 하니까 데일을 임신한 다음부터는 잠자리 자체를 거부했다며? 그게 이혼 사유가 된다는 사실은 알아?”
부들부들.
“네, 네 녀석…”
“어쨌든 고마워. 제니아 전체에서 내로라하는 미녀를 모아서 이렇게 하렘을 만들어주다니 말이야. 심지어 하나같이 처녀라니 감사하기도 하지. 답례로 네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하나하나 범해주도록 하겠어. 첫 번째 타자는 루시타야. 듣자 하니 숙모가 제일 아끼는 연인…아니, 장난감이라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