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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6화 〉 완벽한승리(10) (356/429)

〈 356화 〉 완벽한승리(10)

* * *

쿵!

다시 한번 하이잘의 머리를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금강투합체를 뚫고 들어오는 둔중한 충격.

이마가 깨지고 코가 짓뭉개져서 얼굴 전체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냐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네년의 어미가 무사할 것 가트냐아?”

앞니가 빠져서 발음이 샜다.

에스메랄다는 피식하며 웃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아주 건강하게 무사하다고 하더군요. 산모와 아이. 둘 다 말입니다.”

“녜년이 그것을 여떻게…설마?? 지브릴 녀석이 툥수를…크아아아아악?!!”

한손으로 머리를 붙잡힌 상태로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는 하이잘.

에스메랄다의 손이 붉게 빛나자 그의 낭심에 불이 붙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만둬, 제발 그것만은…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아버님? 어머니에게 두 번 다시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말입니다. 앞으로는 실수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거세해 드리겠습니다. 발정 난 개새끼를 통제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마아아아아아아안!!!”

화르르르르륵!

불길이 거세졌다.

얼마 가지 못해서 완전히 숯덩이가 되어버린 양물이 뚝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쿵!

그것을 밟아서 깨트려버리는 에스메랄다.

하이잘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놀랍게도 사령부 전체가 뜨거워질 정도로 맹렬한 화염에 휩싸였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노린 부분만 불타서 사라졌다.

구양신공의 권능이었다.

퍽!

에스메랄다는 마지막으로 그의 단전에 손가락을 박아넣어서 오공五?을 뚫었다.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나와 새빨간 피.

쿵!

그리고 바닥으로 집어 던지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숨만 살려서 감옥에 가둬라.”

“죽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후계자 전하께서 아스트라세 가문의 몫을 남겨두라고 하셨다. 원래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당연히 그래야지. 아버님은 오래오래 죗값을 치르면서 유병장수하셔야만 하니까 말이야. 후후후후후후후후.”

오싹­

소름 끼치는 말에 주변 사람들이 몸서리를 쳤다.

“지금부터 우리 가문은 후계자 전하를 따른다. 불만이 있으면 지금 말해라. 하이잘과 똑같이 만들어주지.”

“…”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좋아! 지금 당장 성문을 개방해라. 군대를 이끌고 제7 성벽으로 향한다!”

“네!!”

“사령관님!”

“뭐냐?”

“하이잘의 측근들이 가져온 짐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대충 알아서 처리…아니, 잠깐만…”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상하지 않으냐?”

“이상하다니요?”

“하이잘이 가져온 짐의 크기 말이야. 가뜩이나 도망칠 시간도 촉박했을 텐데 어째서 저렇게 커다란 물건은 측근에게 운반하게 한 거지? 질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텔레포트 술식 구축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듣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군요.”

“짐을 풀어라! 무엇인지 확인해 보겠다.”

“네, 알겠습니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상자.

부하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열었다.

그리고 내용물을 확인한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이, 이건…”

“하하,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군. 이 빌어쳐먹을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가 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깔보고 있었던 거냐!!!”

쿵!

분노한 에스메랄다가 기절한 하이잘을 세차게 걷어찼다.

****

전쟁은 끝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양쪽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싱거운 결말이었다.

“허탈하군.”

리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래도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았습니까?”

“확실히 희생자는 적었지. 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스톰 가드를 완벽하게 함락시키고 싶었어. 그랬다면 적들은 앞으로 내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도망쳐버렸을 테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손해야.”

“지금까지 보여주신 모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도련님. 정말로 잘 해내셨어요.”

이리나가 그를 끌어안고서 위로해왔다.

하지만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스톰 가드를 완벽하게 함락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서 일부러 속이 특수한 아리에스(공성망치)까지 준비해 두었던 리한.

계획 자체는 완벽했다.

스톰 가드의 성문은 파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성벽하고는 다르게 아다만타이트제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 두께가 비정상적이다.

게다가 판달 대교는 물론이고 주변 성벽에서 무투기와 마법의 위력을 반감시켜버리기 때문에 어지간한 전술 마법을 몇 발, 몇십 발을 명중시켜도 꿈쩍하지 않는다.

전략 마법도 공격 범위가 넓을 뿐이지 화력 자체가 비슷하기 때문에 무용지물.

그래서 리한은 일부러 속이 뻥 뚫려 있는 아다만타이트제 아리에스를 준비했다.

두 개의 원통을 성문에 접착시키고 좌우로 벌려서 Y자로 전개.

뒤이어 해상에 있는 아스트라세 가문의 전함에서 발사한 전술 마법을 아리에스를 통과시켜서 성문에 적중시킨다는 작전이었다.

그렇게 하면 정체불명의 금속 때문에 위력이 줄어들지 않을 터.

아리에스도 박살나버리기는 할 테지만 4방 정도는 버텨줄 것이었고 그 정도 화력이라면 성문도 함께 날려버릴 수가 있을 것이었다.

이 작전으로 제6 성벽을 돌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제7 성벽은 원군으로 위장한 투견대를 진입시켜서 마지막 성문을 열게 하고 단숨에 돌입해서 래리를 생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맥없이 항복해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하이잘이 몰래 가지고 빠져나가려고 했던‘짐’의 정체 때문이다.

그 커다란 상자 속에는 수면제로 재워놓은 데일이 들어있었다.

래리의 아들.

어처구니없게도 하이잘은 천년 가문의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7살짜리 아이를 테르할 제국에 팔아넘겨서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한심한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었다.

혼란에 빠져서 아들이 납치당한 것도 모르고 있었던 래리나 주군을 배신하고 후계자를 팔아버리려고 시도한 하이잘이나.

에스메랄다는 이 사실을 리한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래리에게 연락해서 지금 당장 저항을 멈추고 항복하지 않으면 하나뿐인 아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다.

레스터 장군은 래리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항복.

이미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저항을 멈추고 백기를 들어 올렸다.

돌로레스의 최후는 더 한심했다.

스톰 가드가 함락당하고 레스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비백산하면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사라였던 것이다.

엎드려 빌면서 자신을 데리고 텔파이프로 도망쳐달라고 애원한 그녀.

곁에 있던 레스터는 한심한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버리고 말았다.

곧이어 사라의 배후에서 화사하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나타난 폭스하운드가 돌로레스를 사로잡아서 감옥에 가뒀다.

우스운 사실은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처음부터 손아귀에서 가지고 놀아졌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승리.

하지만 리한은 싸다가 중단한 것처럼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위 말하는 불완전 연소다.

“…어쩔 수 없지. 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승리는 승리니까 지금은…”

스톰 가드의 성벽에 걸터앉아서 플레게톤 강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모든 병사가 뒤따라 일어섰다.

걸음을 옮기자 홍해가 갈라지듯이 길이 열리면서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맞춘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선에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이며 앞다퉈서 경의를 표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에는 존경과 선망이 어렸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열성 팬들의 사이를 거니는 연애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그는 새로운 전설의 주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무적의 스톰 가드를 하룻밤 사이에 함락시키고 명실상공하게 왕의 귀환을 이루어내는 역사적인 순간.

“오르십시오!”

환한 표정으로 나타난 루돌프가 새하얀 흰말의 고삐를 붙잡고 나타나서 종자처럼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어깨를 발판처럼 들이밀었다.

리한은 주저 없이 발을 디디며 등자 위로 뛰어올랐다.

“전군!!!”

소리가 멈추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

“오르드리로 진군하라!!!”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처럼 쏟아져 나오는 병사들의 환호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계자의 귀환을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백성들의 목소리로 뒤바뀔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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