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3화 〉 완벽한승리(7) (353/429)

〈 353화 〉 완벽한승리(7)

* * *

헤스티아가 발사하는 무형시와 리한이 진두지휘하는 암살자들의 활약 앞에서 스톰 가드의 성벽은 차례차례 함락되어갔다.

제 1성벽에 이어서 제 2, 제 3성벽까지 제압에 성공.

아군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쿠구구구궁­

오오오오오­!

노이즈 캔슬레이션의 효과로 조용히 개방되는 성문을 목격한 병사들은 소리를 죽여서 환호했다.

[전군 전진! 성벽 내부를 장악하고 사로잡은 포로들을 신속하게 후방으로 이송해라]

[충!]

지휘관의 명령에 힘차게 대답하며 속보로 전진했다.

전투에 투입할 실전 부대를 전진시키는 것과 동시에 제압 부대가 진입.

암살자들에게 무력화된 포로들을 신속하게 엑스 요새로 이송했다.

타다다다다닷!

인계 작업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번 무형시를 발사해서 보초들을 일소하고 난 후에 성벽을 건너뛰었다.

[굉장해! 작전을 시작하고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네 번째 성벽을 공략하고 있다고!]

[누구도 함락시키지 못한 무적의 스톰 가드 전설도 오늘 밤으로 막을 내리는 건가?]

[그것도 천년 가문 후계자 전하의 손으로 말이지!]

[하하하하하! 고향에 돌아가면 자식들에게 들려줄 무용담이 생겼군. 설마 내 손으로 스톰 가드를 함락시키는 날이 오다니!]

[네가 뭘 했다고?]

[전하의 위업이 나 아니, 우리의 위업이 아니겠어?]

[하하하하!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후계자 전하 만세!]

역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업적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생각에 병사들은 어린아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다.

[조용히 하지 못하겠느냐? 네놈들이 꿱꿱거리는 소리 때문에 적들이 눈치를 채면 어쩌려는 것이냐?아군을 위해서 스스로 위험한 선두 역할에 나선 전하를 위험에 빠트리려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지휘관 하나가 눈알을 부라리면서 질책하자 다급히 부동자세로 경례하면서 입들을 다물었다.

[애초에 자만할 시국이 아니야! 지금 공략하고 있는 4번째 성벽을 제압하더라도 아직 9개나 되는 성벽이 남아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적의 사령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병사가 말처럼 적의 사령부는 7번째 성벽에 위치해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스톰 가드의 중심부에 있으며 다른 성벽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 유일하게 전방과 후방 양쪽으로 총안??이 배치되어서 본성으로서는 물론이고 독립된 요새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었다.

정면돌파로는 승산이 없는 난공불락 거점.

하지만 리한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야습 작전이 마지막까지 성공한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래리를 사로잡아서 이번 전쟁의 막을 내릴 수 있을 터였다.

[멍청한 녀석! 상황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않느냐? 전하께서 여기까지 해주신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적의 경보는 언제 울려도 이상하지 않았…]

깡깡깡깡깡깡깡깡­!!

말이 씨가 된다는 것처럼 4번째 성벽에서 격렬한 타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습! 적습!! 커허어어억!]

적병 하나가 죽음을 불사하면서 작동한 경보.

다급하게 처치했지만 이미 스톰 가드 전체가 후계자군이 침입한 사실을 알아차린 후였다.

웨에에에에에엥!!

판달 대교에서 유일하게 마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아다만타이트 탑에서 습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비상, 비상! 적의 공격이다!!!]

[적습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르고스 라인에서는 아무런 경고도 없었단 말이야!]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던 적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술을 마시며 도박을 하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보초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아르고스 라인을 철석같이 믿고서 한눈을 팔고 있다가 터무니없는 상황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얼굴 전체에서 핏기가 사라져버렸다.

그들에게 내일이 있다면 군사재판과 사형대가 기다리고 있을 터.

“역시 그렇게 간단하게 이길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군.”

“죄송합니다, 주인님. 암살자 하나가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설마 확인 사살을 소홀하게 해서 경보를 울리게 하다니…”

질의 사과에 리한은 피식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슬슬 집중력이 떨어질 타이밍이니까 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상정 범위에서 일어난 실수다.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여기까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랐어. 어느 정도 방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적들의 낙관주의는 여러모로 상상을 초월하는군.”

“말씀대로입니다.”

“공격을 중단할까요?”

소월이 질문해 왔다.

“아니. 4번째 성벽에서 끝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어! 예고했던 대로 오늘 안으로 이 시시껄렁한 내전을 결판내도록 하겠다! 성내의 잔당을 소탕해라. 그리고 1조에게 연락해서 신호탄을 발사하고 전해. 작전을 페이즈 2로 이행하겠다!!”

“충!!!”

타다다다다닷!

사방으로 흩어지는 암살자들을 바라보며 일극과 월극을 회수한 리한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 졌지만 잘 싸웠다는 개소리야. 이 세상에는 결과가 전부다. 과정 자체에 의미에 있었다느니 소기의 성과에 만족하라느니 떠들어대는 것은 패배자가 지껄이는 자위에 불과해! 오늘 중으로 반드시 끝장을 내주마, 래리!!”

펑! 퍼퍼퍼퍼퍼펑!!

하늘 위로 쏘아져 올라간 여러 가지 신호탄이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스톰 가드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피아를 막론하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대적인 선전포고.

전면 총력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

한 편.

7번째 성벽, 스톰 가드의 사령부는 갑작스러운 습격 경보에 혼란에 빠져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머선 129…아니! 무슨 일이냐! 야습이라니…적들이 어디까지 침입해 들어왔다는 말이냐!”

“망루의 보고에 따르면 네 번째 성벽 내부에서 적과 아군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네 번째 성벽이라면 거의 코앞이 아니냐?”

“보인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냐? 애매한 상황이라면 아군과 연락해서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그, 그것이 어느 곳에도 통신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추측하건데 적이 전략 규모의 통신 방해를 실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신 방해라고??? 아르고스 라인이 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 아르고스 라인의 서포트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먹통입니다!!”

“뭐? 서, 설마…오르드리가 적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는 말이냐?!”

웅성웅성!

절규에 가까운 래리의 목소리에 사령부 전체로 동요가 퍼져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가 함락되었다는 소리는 귀족과 병사 가릴 것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사라졌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스톰 가드에 완벽하게 고립되었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오르드리와 스톰 가드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순망치한의 관계.

아무리 무적의 요새라고 해도 워낙에 규모가 작은 물 위의 요새기 때문에 포위한 상태로 둘러싸 버리기만 해도 금방 물자와 식량이 떨어져버리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그렇다면 이 전쟁은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게…”

“정신 차리게, 이 사람아!!”

래리가 고개를 떨어트리면서 절망하려는 순간에 하이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이잘 옹…!”

“오르드리는 함락되지 않았네! 만약에 정말로 적들의 손에 떨어졌다면 이렇게 필사적으로 공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의 공작이 틀림이 없네! 일시적으로 아르고스 라인의 작동을 멈춰버린 거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서, 설마 크레이그 가문에서 배반을???”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당황하지 말게! 수도를 지키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그 레스터 장군일세. 게다가 우리는 천년 가문이야! 아무리 후계자를 지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해도 수도 한복판에서 타령??과 아령??의 군대가 충돌하게 되면 일반 시민과 예비군은 우리 편을 들어줄 거야! 초반에는 잠시 밀려도 동이 트기 전에는 관제 센터를 탈환하고 적들을 몰아낼 걸세. 레스터 장군을 믿게!!”

“과, 과연 그렇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침착하면서도 뜨거운 열변을 토하자 래리는 물론이고 사령부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담대하게 맞서 싸우게! 아직 4번째 성벽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원군을 보내서 다시 빼앗아 오면 되는 일이야. 스톰 가드가 어째서 무적의 요새로 불리는지 적들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도록 하게나!”

“물론입니다, 하이잘 옹! 그, 그런데…지금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걸음을 돌려서 사령부를 나가려는 하이잘을 보고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가문의 주력 부대인 투견대를 끌고 오겠네. 사령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비 전력을 배치해놓은 1, 2, 3 성벽이 허무하게 함락당해버리지 않았나? 적이 총공세를 시작했다면 후방에 있는 여유 병력을 놀리고 있을 수는 없지.”

“그렇군요! 협력에 감사합니다!”

래리가 고개를 숙이며 사의를 표시했지만 돌아선 노인의 표정은 싸늘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