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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5화 〉 폭풍속으로...(9) (345/429)

〈 345화 〉 폭풍속으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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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m의 신장.

1.5톤에서 최대 3톤까지 나가는 육중한 체중.

체급 차이만 보면 인간을 벌레 취급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몬스터들이다.

신체 절반이 잘려나가도 몇 초 만에 재생을 시작하는 트롤,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면서 강력한 돌진 능력을 보여주는 미노타우르스에 지상 몬스터의 정점에 군림하면서 괴력 자체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오우거까지.

게다가 요수 군단은 연금술사에 의해서 신체 능력이 몇 배로 강화되어 있다.

[젠장, 숫자가 너무 많아! 더는 조종할 수 없어!]

[성문 밖으로 출진한 몬스터는 신경 쓰지 마! 마음대로 날뛰게 내버려 둬!]

크오오오오오!

마물사들의 통제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끝없는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히며 괴성을 내질렀다.

오로지 파괴와 학살을 원하는 대형 몬스터들의 시야에 들어온 목표는 눈앞의 데스투도.

겁도 없이 고슴도치처럼 똘똘 뭉쳐서 자신들에게 맞서는 인간 그룹을 향해서 지축을 울리며 돌진해 들어갔다.

쿵쿵쿵쿵쿵쿵!!

[골렘 슈츠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라!]

[충격에 대비해!!]

[온다!!!]

쾅!!!!

우드드드드득­

타종을 울리는 것처럼 묵직한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지면에 박아넣은 강철 말뚝이 뿌리째 뽑혀서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육탄 돌격.

하지만 지상 성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결국에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몬스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상대는 한때 모든 모험가에게 전설의 금속으로 선망을 받았던 아다만타이트 방패.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강철 말뚝과 골렘 슈츠가 발휘하는 힘은 강화된 오우거의 괴력에게도 절대로 밀리지 않은 것이었다.

오히려 낭패를 본 것은 달려들었던 몬스터들이다.

크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창에 찔리고 방패에 부딪혀서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을 치자 후방에 있는 산병?兵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댔다.

[석궁, 투창 발사!]

[모두 머리를 노려라! 아무리 강력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는 트롤이라고 해도 뇌를 통째로 파괴해버리면 살아나지 못한다!!]

[파이어 볼!]

크아아아아아악!

정확하게 약점을 노리는 공격에 커다란 몬스터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면서 몸부림쳤다.

보병대의 기본 편제는 백인대다.

중무장 보병대의 경우에는 70명이 골렘 슈츠와 파비스로 중무장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명은 가벼운 무장의 산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역할은 후방 지원.

원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궁병대나 마도사 부대하고는 다르게 창으로는 닿기 어려운 대략 3~50m거리의 중, 단거리의 적들에게 석궁이나 투창, 투석, 마법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화력을 지원한다.

여기에 위생병으로 치료사까지 1~2명까지 포함.

이 단위로 기본적인 파티 플레이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한은 이 백인대를 기준으로 전장 전체에 수십 개에 이르는 조그마한 사각방진을 형성하게 했다.

당연하지만 사이사이에는 고속도로처럼 통로가 뚫려 있었다.

크오오오오오!

지상 성벽으로 달려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우친 대형 몬스터는 그들을 지나쳐서 만만한 먹잇감을 학살하기 위해서 후방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몰이 사냥하고 다를 바가 없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체.

이상한 광경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몬스터 집단은 그 통로를 혈혈단신으로 지키는 인간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발바닥 사이즈보다 작아 보이는 왜소한 체구를 하고 있으면서도 중무장 보병하고는 천지 차이로 갑옷조차 제대로 걸치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득한 웃음을 머금으면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표정은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노려보는 드래곤처럼 오만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드디어 우리가 나설 차례가 왔군.]

[후후후후.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누가 더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는지 경쟁하도록 하죠.]

[이 승리를 후계자 전하에게 바치겠습니다!]

저마다의 각오를 마음대로 지껄이고는 일제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심상치 않은 살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회오리치며 뿜어져 나갔다.

그들의 주변에 자리를 잡은 중무장 보병대는 대형 몬스터 따위를 상대할 때 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바짝 긴장하면서 파비스를 움켜잡은 상태다.

소원은 하나.

자신들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것만을 바라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옥?!

아무리 이성이 사라져 흉포해졌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몬스터들은 급하게 제동을 걸어서 정지해 섰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쳐라.”

[충!!!]

콰콰콰콰콰콰쾅!!!!

리한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장 전체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섬광과 충격파로 거칠게 뒤흔들렸다.

무장과 배틀 메이지들이 과시하듯이 보여주는 총공세.

마치 신병기를 자랑하기 위해서 집결한 글로벌 무기 시장의 화력쇼처럼 보일 정도였다.

사용한 무공이나 마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결과는 동일.

크아아아아아아악!

꽁격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몬스터의 시체가 즐비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대학살.

[하하하하하! 겨우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

[약하군, 약해!]

[보고 계십니까, 전하! 이것이 바로 우리 가문에서 자랑하는 중검입니다!]

물론, 리한은 조금도 주의 깊게 쳐다보지 않았다.

‘상대도 안 되는 적들을 쓰러트리면서 터무니없이 안쓰러운 녀석들이군.’

자신이 베어 넘긴 대형 몬스터의 수급을 앞다퉈 자랑하는 모습은 나이만 먹었지 어른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하고 다를 바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활약한 기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한은 쓸데없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휘하로 들어온 귀족들의 군대를 통일된 지휘 체계로 재편해버렸다.

덕분에 가문의 군대를 이끌고 독단적으로 군사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만큼 전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져 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개인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자 쓸데없이 오버해서 날뛰고 있는 것이었다.

‘지휘관 입장으로서는 제발 힘을 좀 아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안타깝지만 군인하고는 다르게 귀족들은 하나하나가 에고이스트였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을 터였다.

리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시는 이것 뿐이었다.

“경들의 무용을 마음껏 뽐내라! 가장 뛰어난 무훈을 세운 자에게 큰 상을 약속하겠노라!다만, 피아를 구분하지 못해서 아군을 다치게 하는 미숙한 자는 명단에서 제외하겠다!!”

[충!!!!]

[하하하하하! 후계자 전하께서도 일반 병사들을 지나치게 아끼시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몇 명 죽어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일단은 명령을 따라야 하겠지.]

[쓸데없이 무리하는 녀석도 줄어들 테고…나쁘지 않군.]

핵심은 언제나 막줄.

성과는 독려하되 무장과 배틀 메이지가 전공을 다퉈서 폭주하는 것을 막는 약간의 목주을 채워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쓸데없이 무투기를 남발해서 내력을 소모하는 바람에 벌써 지친 자들도 있다.

전세는 압도적으로 유리.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언제나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공격! 공격! 이렇게 된 이상 수성은 포기한다. 요수 군단을 총동원해서 하나라도 많은 적을 길동무로 삼겠다! ]

수성을 포기한 적이 개방된 성문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대형 몬스터는 거의 전멸한 상태.

아오오오오오오!

대장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적의 주력을 이루는 수천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들판을 새카맣게 뒤덮으면서 데스투도를 덮쳤다.

하지만 이 공세는 골든 타임을 늦췄다.

“대형 몬스터하고 연계했다면 피해가 제법 있었을 텐데 말이야.”

라이칸스로프는 날렵하게 공성 방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방어력을 돌파할 힘이 없다.

그렇다면 중무장 보병대가 취할 행동은 간단하다.

산병을 안쪽으로 숨기고 데스투도를 개미 한 마리 들어올 수 없도록 단단히 응집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나머지는 좁디좁은 사출구로 창을 찔러대면 끝.

라이칸스로프들은 믹서기에 갈려 나가는 것처럼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마물사 숫자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었을 테죠. 통제할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전부 계획대로군.”

“네, 지브릴 경이 약속한 전개입니다.”

요수 군단의 총사령관인 그가 리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다.

심지어 눈앞에 있는 적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들에게 맞서고 있다.

이유는 요수 군단 자체가 지브릴보다 하이잘에게 충성하는 마물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요약하면 그들은 내통으로 바쳐진 제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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