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2화 〉 폭풍속으로...(6) (342/429)

〈 342화 〉 폭풍속으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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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좀비처럼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던 달손의 후계자는 마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탈피하면서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새하얀 피부.

하지만 뼈만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앙상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리한은 곧바로 마스터 코어의 능력을 사용해서 그녀의 신체를 재구성해갔다.

적당한 살집이 달라붙으면서 드러나는 성숙한 여인의 몸매와 봉긋이 부풀어 오르는 젖가슴.

말랑말랑한 뺨과 앵두 같은 입술에 혈색이 돌아오며 점점 본래의 미모가 되살아났다.

삐쩍 마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타오르는 불꽃 같은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건강한 미소녀의 탄생.

“겉모습은 확실히 당첨이로군요. 후후후후♪”

[후후후후♪]

리한과 카트리나의 사악한 웃음소리가 앙상블로 울려 퍼지자 서로를 부둥켜안은 나머지 여자들이 공포에 질려서 오들오들 떨었다.

“스으­ 스으­ 스으­ 스으­”

그런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침상 위에 편안히 누워서 잠들어 있는 달손의 후계자.

규칙적이고 편안한 숨소리였다.

[깨워라.]

“네, 주인님!”

촤아아아악!

“히야아아앗?!”

갑작스러운 냉수 세례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미소녀.

“이, 이렇게 거칠게 깨우실 필요는 없잖아요!”

의식을 잃어버린 여자아이를 난폭하게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클레어가 빠르게 타올을 가져와서 그녀를 닦아주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앗?!”

탁!

잽싸게 물러서며 으르렁거리는 그녀.

마치 겁에 질린 짐승이 털을 곤두세우면서 경계하는 것처럼 벽을 등지고 리한 일행을 매서운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사나운 녀석이로군]

“…너희들은 누구야?!”

“줄리아 교단의 사제 클레어예요. 그리고 이쪽은…”

“화면 너머에 있는 분은 우리의 경애하는 주인님 리한 폰 아슈킬 님이십니다. 그리고 저희 세 자매는 육변기 시스터즈고요.”

“누가 육변기 시스터즈야?!”

티오와 루시가 합창하며 반발했다.

“육변기…?”

멍청하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단어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무서워하지 마라. 루크 장군님의 요청으로 신전 뒤편에 방치되어 있었던 너를 구출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리한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거짓말을 보탰다.

“루, 루크 장군님께서…? 그, 그게 정말이야? 아니, 정말인가요?”

아니나 다를까 경계가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달손하고는 개인적으로 둘도 없는 친구였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구명운동에도 앞장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

리한은 카트리나하고 빠르게 눈짓을 주고받았다.

“네, 물론이에요. 천년 가문의 후계자인 우리 주인님께서는 그분하고 둘도 없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벤클리프의 추격은 걱정하지 마라. 녀석들은 네 비밀을 캐내는 것을 포기했어. 신전 뒤편에 버려놓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지.]

“벤클리프!!!”

고오오오오오­

원수의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기를 뿜어냈다.

‘감정 기복이 심하기는 하지만 정신 연령이 7살보다는 높아 보이는군.’

[그나저나 이쪽의 정체를 밝혔으니 슬슬 자기소개를 받고 싶은데 말이야.]

“…이블린입니다.”

[그게 전부냐?]

“더 무엇을 바라시는 거죠?”

차가운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졌다.

[생명의 은인에게 너무하는군.]

“생명의 은인이라고요?”

[시치미떼지 마라. 폴리모프 페르소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어. 탑승자를 인큐베이터에 집어넣듯이 외부의 위협에서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살아있는 생체 골렘이지?]

“그, 그것을 어떻게…”

이블린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조사하면서 알아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물건이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더군. 외부의 모든 위협에서 안전하게 지켜주지만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해. 생체인형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너에게까지 똑같은 영향을 주는 모양이더군.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어. 자각은 하고 있었느냐?]

“…맞는 말씀입니다.”

두 어깨가 축 늘어져 버렸다.

[좋아. 하지만 내가 알아낸 것은 여기까지에 불과하다. 나머지 궁금증은 네가 해소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무, 무엇입니까?”

[어떻게 그만한 나이에 그렇게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었지? 그 속에서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한 것이냐?]

꿀꺽­

“설마 거기까지 꿰뚫어 보셨다는…”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네 편이야. 서로를 믿고 신뢰하려면 감추는 것이 없어야 하지.]

“저, 정말로 제 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믿죠?”

[폭력과 고문, 약물과 세뇌를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느냐?]

딱!

고오오오오오!!!

리한이 손가락을 튕겨서 신호를 보내자 폭스 하운드가 일제히 살기를 뿜어냈다.

마치 수백, 수천 개의 칼날이 신체의 모든 부위를 노리며 겨누어지는 것 같은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안색이 새파래지는 이블린.

“…아, 알았으니까 그만 하세요!!”

딱!

겁에 질려서 소리를 지르자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서 살기를 거두어들이게 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그녀.

이윽고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은자의 정원입니다.”

[은자의 정원?]

“아카식 레코드하고 비슷한 개념이에요. 스승님께서 어떤 아티팩트의 힘을 빌려서 만들어낸 아스트랄 세계의 비밀 도서관입니다. 달손 유파의 모든 마법과 지식, 유산은 그곳에 기록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는…그곳에 있었습니다.”

[영혼 날리기라…그래서 저 조그마한 생체인형에 갇혀있으면서도 미치지 않고 마법을 수련할 수 있었군.]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달손님께서는 정말로 위대한 마법사셨군요.”

“물론이죠! 왕국 아니, 세계 최고의 스승님이셨습니다!!”

터무니없이 어린 나이에 이별했을 텐데도 대단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몇 서클이지?]

“5서클…”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라.]

“7서클 엑스퍼트입니다.”

[나이는?]

“22살이에요. 은자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바깥세상하고 똑같이 흘러갔으니까요.”

[당연히 배틀 메이지겠지?]

끄덕­

포기했는지 자신이 준 S급의 실력을 보유한 마도사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터무니없는 고백에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는 클레어.

“겨우 그 나이에 궁정 마도사인 에드워드 벤클리프 경과 똑같은 경지에 도달하셨다는 건가요???”

“자, 자는 시간을 빼면 마법 수련밖에 할 게 없어서…”

“그래도 대단하세요! 또래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그 정도는 아닌데…헤헤헤”

칭찬에 약한 모양이었는지 굉장히 쑥스러워하면서 좋아했다.

[달손 경이 터무니없는 후계자를 남겼군. 루크 장군이 이 사실을 알면 기뻐하겠어.]

“저기…이 사실은 부디 비밀로…”

[걱정하지 마라. 부탁도 받았으니 네 신변을 확실하게 돌봐주도록 하지. 어차피 갈 곳도 없을 텐데 당분간은 우리하고 함께 지내면서 앞으로의 처신을 천천히 생각하도록 해라. 필요한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이야기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도와주도록 하마.]

“가, 감사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관대한 이야기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리한은 클레어의 신체를 조종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앗…?”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다.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너라도 살아남아서 참으로 다행이야. 지금까지 많이 힘들고 외로웠겠지? 미안하다. 조금 더 일찍 구해주지 못해서 말이야. 정말로 미안하다…]

다정하기 이를 데가 없는 목소리.

마치 성모처럼 따듯한 품으로 끌어안으며 머리를 토닥거리자 이블린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해버리고 말았다.

“그, 그런 말씀을 하셔도…후계자님의 잘못이 아닌데…아니, 그게…훌쩍. 우으윽. 으으으읏! 응크으읏, 읏,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앙!!”

지난 세월의 서러움이 폭발하는 것처럼 대성통곡이 터져 나왔다.

성숙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닭똥 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리는 그녀.

그것은 겨우 7살이라는 나이로 친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는 스승과 친오빠, 친누나 같았던 사형과 사매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그 막대한 유산을 혼자서 짊어져야만 했던 불쌍한 소녀의 진정한 모습이었을 터였다.

****

그로부터 수일 후.

리한이 이끄는 군대가 메네실 평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30만.

마치 제니아 전체가 집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가문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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