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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1화 〉 폭풍속으로...(5) (341/429)

〈 341화 〉 폭풍속으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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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손은 오팔 왕국 역사상 최초로 8서클을 마스터한 배틀 메이지다.

루크 장군과 나란히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향년 134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일기를 마무리했다.

평생 국가를 위해서 헌신했으며 왕도 로즈플의 광장에는 동상이 세워졌고 이름을 딴 거리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웅에게 헌정된 꽃다발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평민 출신이다.

왕국을 양분하는 포르스카 유파와 벤클리프 유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오로지 자기류?己?만으로 자수성가한 전설의 레전드.

기득권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살아있을 때도 온갖 중상모략에 시달리면서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했지만, 그가 죽을 때까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없도록 괴롭힌 문제는 자신의 유파를 마지막까지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학문적인 성취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달손의 제자들에게는‘생존’에 직결되었던 문제.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그는 자신의 후계자들을 양자, 양녀로 받아들여서 친혈육처럼 끔찍하게 아꼈던 것으로 유명했다.

유일한 소원은 그들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

조건 자체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달손 자신도 대륙 전체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위대한 마법사였지만, 그의 자기류는 포르스카 유파와 벤클리프 유파의 장점을 모조리 취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탁월했던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은 유파의 비범함을 증명해 보였다.

하나같이 평민 출신에 고아, 그리고 마법에 재능이 있었던 아이들.

태중양생술과 엘리트 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달손의 자기류를 전수받아서 동년배 귀족자제들에 밀리지 않는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귀족에게 모골이 송연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대륙의 모든 유파가 달손의 자기류를 탐냈으며 테르할 제국과 앵커리지 공화국에서도 몇 번이나 찾아와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좋은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궁정 마도사의 지위와 제자들의 출세를 보장.

유파를 인정하고 세계 최대의 규모의 마탑을 세워주겠다.

하지만 달손과 제자들은 어떤 외압에도 철저하게 유파의 비밀을 지키며 오팔 왕국에 충성을 바쳤다.

말년에는‘이따위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지 말고 다른 나라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그랬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오팔 왕국, 델링거 왕실은 철저하게 달손을 실망시켰다.

스트라이더 국왕은 몇 번이나 유파를 인정하고 마탑을 세워주겠다고 다짐했지만, 귀족들의 열화와 같은 반대 상소를 버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해버리는 고구마 행보를 이어나갔다.

참다못한 그는 죽기 전에 병든 노구를 이끌고 찾아가서 석고대죄로 간청했을 정도다.

간절하기 이를 데가 없는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번에야말로 약속을 지키겠다며 공문서까지 작성해 어지??를 내려줬지만, 국왕은 달손이 사망하자마자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서 유파 창설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못을 받아버렸다.

제자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배은망덕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것이었다.

[가짜 공문서를 들먹이며 왕을 능멸하고 내란을 선동했으며 기사멸조의 죄를 저지른 달손의 제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추포해 하옥하라!!]

사탄도 높게 평가할만한 왕명.

터무니없는 누명에 루크 장군을 필두로 소수의 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전우이자 지기인 달손의 제자들을 구명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옛날부터 그와 제자들을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었던 기득권 세력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신속하고 가차가 없었다.

탄압에 앞장선 세력은 벤클리프 유파.

목표는 그가 평생을 바쳐서 이룩한 마법 연구의 성과를 모조리 독차지하는 것이었다.

연구실은 초토화되었고 제자들은 줄줄이 그들의 마탑으로 연행되었다.

델링거 왕실의 묵인 속에서 어떤 재판 절차도 없이 불법 세뇌와 고문, 협박, 회유, 이간질 같은 악랄한 수단이란 수단은 모조리 동원해서 달손 유파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달손과 제자들의 유대를 지나치게 얕잡아봤다.

생면 부지, 천애 고아로 세상에서 버려지고 소외된 불쌍한 어린아이들을 거둬들여서 진짜 부모와 진짜 형제, 자매보다도 끈끈한 관계로 결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자들에게 그의 존재는 하늘이요, 세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부정당했으니 그들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미 유파의 비밀은 세상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장소에 숨겨두었다.

제자들은 순순히 투항해서 벤클리프 유파의 마탑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한날, 한시에 일제히 자폭 마법을 사용했다.

신서력 756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일어난 다섯 마탑의 붕괴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수천 명의 마법사가 목숨을 잃었고 왕국의 마법 전력은 큰 폭으로 줄어들어서 아직까지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비열한 왕실과 벤클리프 유파를 향한 달손의 복수라고 수군거렸지만, 마나 구속구를 차용한 제자들이 도대체 무슨 수단으로 그만한 규모의 자폭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수수께기로 남아있다.

확실한 사실은 달손 유파의 비밀은 영원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리한 일행이 그의 마지막 후계자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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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러운 좀비.

통신 마법을 연결한 리한이 처음으로 달손의 후계자를 보고 느낀 솔직한 감상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다섯 마탑의 붕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달손의 제자는 7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였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지난 15년 동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폴리모프 페르소나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카트리나가 대답했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마법이로군.]

“아마도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의 신체로는 그렇게 끔찍한 상황을 버텨내는 것은 어려웠을 테니까요.”

[흠…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벤클리프 유파의 고문은 7살짜리 어린아이에게도 가차가 없었다.

실제로 폴리모프 페르소나하고 무관하게 그녀의 단전은 파괴되어 있고 신체 여기저기에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성의 편린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멍한 표정.

자폐증에 짐승처럼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손만 들어 올려도 정색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어떤 끔찍한 인생을 살아왔을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이 되었다.

[불쌍하기는 하지만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군. 아무리 달손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해도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되어버리지 않았느냐?]

“당첨인지 아닌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가 있죠.”

[당첨일 수도 있다고?]

“달손의 제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막내 제자였던 그녀 하나만을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변신시켜서 살려두고 말이에요. 단순하게 어린 소녀가 죽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달손 유파의 희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최후의 희망을 남겨놓은 걸까요?”

[흥미로운 가설이군…]

일리가 있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주도록 하지. 그녀의 명문혈에 손을 얹어라, 클레어.]

“하지만 제가 했던 시도는 이미 실패로 돌아갔습니다만 …”

[그거야 마스터 코어를 다루는 실력이 미숙한 탓이지. 걱정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따라라, 엔지니어. 네 육체를 조종해서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마.]

“알겠습니다.”

클레어가 자신의 몸에서 힘을 빼자 리한은 곧바로 원격으로 그녀에게 접속해서 신체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뭉클!

“꺄악?!”

[훌륭한 가슴이군.]

“나, 남의 몸으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욧?!!”

[남의 몸이라니? 내 몸을 내가 가지고 놀겠다는데 뭐가 어때서 그러는 것이냐?]

“통제권을 잠시 넘겨드렸을 뿐이잖아요!”

[뭐야? 나에게 몸도 마음도 바치겠다고 맹세한 주제에 이제와서 다른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정말로 못 써먹을 육변기로군요.”

“내 몸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어요???”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는 부창부수의 캄보 공격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이이이이잉­

하지만 장난을 멈춘 리한이 본격적으로 마스터 코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자 클레어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섬세한 운용이 가능하다니…내 신체에 접속해서 모든 감각을 동기화해주고 계시는데도 무슨 일을 하는지 반에, 반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미숙하다는 말씀이 과언이 아니야. 그야말로 차원이 달라…’

똑같은 기적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늘과 땅 차이.

자신의 부족함을 실감하고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뭐가 기적의 성녀라는 거야? 이래서는 꼭두각시 노릇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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