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0화 〉 폭풍속으로...(4) (340/429)

〈 340화 〉 폭풍속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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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나가 임신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해내셨네요, 오리나님!”

“여기에 아기가 들어있는 거야?”

남자들은 출입 금지.

오리나의 방에는 리한 본인과 하렘 멤버 밖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인원이 우르르 몰려와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여성들.

쏟아지는 축하 인사와 덕담, 호기심 어린 추궁.

방 한편으로는 차곡차곡 쌓인 선물 상자가 조그마한 동산을 이뤘다.

“잘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역시 네가 첫 번째구나.”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용서할 수 없군.”

“네…꺅?”

파지지직­

마스터 코어의 힘이 전신을 헤집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임신 10주차…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군.’

간단하게 상태를 진단한 그는 오리나의 체력과 컨디션을 회복시켜줬다.

아직 임신 초기였기에 아랫배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른 것을 제외하면 외형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식욕은 있느냐? 입덧은?”

“입덧만 가볍게 몇 차례…”

“그래? 그러니까 네 말은 예전부터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한테 몰래 숨기고 있었다는 소리로구나? 이런 맹랑한 녀석.”

“따, 딱히 숨길 의도는…그러니까 그게…아얏!”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오리나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앞으로는 무공 수련은 금지야. 아니, 손에 물도 묻히지 마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중들어줄 사람들을 보내주겠다. 앞으로는 태교에 전념해라.”

“하지만 태중양생술도 사용할 수 없는 제가 태교를 해봤자 무슨 의미가…아얏!”

두 번째 딱밤을 얻어맞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어린애로군. 내가 몇 시, 몇 분, 몇 초에 태중양생술로 태어나는 아기를 원한다고 했지?”

“그,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은 없지만 주인님은 천년 가문의 후계자시고…저따위 미천한 년이 아이를 가져봤자 폐만 될 텐데…”

“그만! 세상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내가 선택한 여자다. 너를 모욕하는 것은 모욕하는 것이고, 네가 자신을 비하하는 것은 내 얼굴을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니면 뭐냐? 너는 지금 내 안목이 형편없다고 디스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무사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는 것만 생각하도록 해라. 장래는 걱정하지 마라. 우리의 아이는 누구보다 훌륭하게 성장할 거야. 주인님을 믿어라.”

“네, 주인님…”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머리를 다독이자 오리나는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너희들…”

고오오오오오!

고개를 든 리한이 무시무시한 오오라를 뿜어내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혹시 오리나처럼 태기??가 있는데도 몰래 숨기고 있는 녀석은 없겠지? 미리 말해두겠지만 순순히 자수해서 광명 찾아라. 나중에 걸렸다가는 일주일 내내 유격야스훈련을 받게 해주지.”

“히끅!”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딸꾹질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범인은 나디아.

“잡아.”

“아, 아니에요! 저는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꺄아아아악!”

파지지지직!

임신 8주차.

훌륭하게 당첨이었다.

두 사람을 양쪽에 낀 리한은 임신한 그녀들의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면서 귓속말로 질문했다.

“일단 최후의 변론을 들어주도록 하지. 어째서 숨겼지?”

“수, 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서방님께서 대업大?을 앞두고 계시니까 쓸데없이 신경 쓰이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가주의 자리에 오르시면 그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좋아. 두 사람 모두 출산한 다음에 한 달 동안 유격야스훈련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낳자마자 곧바로 다시 임신시켜주지.”

“벌칙 기간이 늘어났어???”

두 사람의 비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후후후후.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군.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임신한 여자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생각 같아서는 마스터 코어로 모조리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자제하기로 했다.

단순하게 아버지로서만이 아니라 종족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자라나는 희망의 새싹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기쁘고 보람찬 일은 없었다.

이제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실패해 쓰러진다고 해도 자식들이 유지를 이어나갈 터.

물론, 아이들이 장성할 때까지 죽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마스터 코어만 보존해서 넘겨줄 수 있으면 자신이 습득한 지식과 기억을 모조리 양도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좋아! 오늘은 임신 축하 파티를 열겠다!!”

리한은 그렇게 외치며 입고 있는 옷을 힘차게 벗어 던졌다.

꺄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알몸 공개에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가, 갑자기 뭐 하는 짓이에요?!”

“아까 임신 축하 파티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직도 임신하지 않은 나약한(?)녀석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기 이를 데가 없군. 모두 일렬로 늘어서서 엎드려라. 하나도 빠짐없이 임신할 정도로 농밀한 정액을 자궁에다가 한가득 쏟아부어주지!”

“미쳤어!”

“아니, 눈이 진심이야! 모두 도망쳐…앗?!”

“순순히 주인님의 양물을 받아들이세요.”

“맞습니다, 하늘 같은 서방님의 말씀을 따르셔야죠.”

“주군에게 저항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진해서 벗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무력으로 벗겨드리겠습니다.”

질과 그리젤다, 파냐에 올빼미 훈련(?)으로 세뇌당한 지젤이 하나뿐인 도주로를 막아서버리자 나머지 여자들의 표정에서 절망이 어렸다.

“꺄아아악!”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란란과 린린을 단숨에 사로잡는 리한.

헤스티아와 이리나, 라미아인 이실라 같은 무투파가 힘으로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분신들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윽고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교성.

임신한 두 사람이 빨개진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수십 명에 이르는 하렘 멤버들이 단체로 범해지는 광란의 난교 파티가 시작이 되었다.

****

“엣취!!”

“갓 블레스 유, 루시 언니!”

“갑자기 웬 신드립이야?”

손수건으로 코끝을 닦아낸 다크 엘프가 자신을 놀리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카트리나를 향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성녀님의 위~대한 기적을 눈앞에서 체험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신앙심이 무럭무럭 솟아올라서 말이에요.”

비아냥대는 목소리에 클레어의 표정이 새빨개졌다.

“비, 빈정거리지 않아도 제 능력이 사기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고요.”

“어머, 사기라니요??? 누가 들으면 능력 자체가 가짜라는 줄 알겠네요. 위대하신 데피리스나 줄리아 여신님조차 구원하지 못하는 탈모를 치료하는 기적의 성녀님꼐서 무슨 연약한 소리를…아얏!”

“적당히 해! 죄송합니다, 성녀님.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딱밤을 때린 폭스하운드의 가장 작은 맏언니, 티오가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아니에요.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셨죠? 그렇지 않아도 공사다망하실 텐데…”

“정말로 그렇답니다! 달손님의 하나뿐인 후계자를 만나려고 왔는데 웬 쓸데없는 미사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부당한 처사를 감수하고 있다니 언니들을 이번 기회에 종교에 귀의하시기로 합의한 모양이죠???”

“왜 그렇게 툴툴거리는 거야? 인성 문제 있어?”

“제가 문제가 아니죠! 잘못된 것은 여러분이라고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해를 못 하겠어요. 여러분께서 이 위~대하신 줄리아 여신님에게 헌신하는 반만이라도 우리 주인님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하여튼 우리 주인님은 불쌍해, 다들 주인님이 귀한 줄 모른다니까. 하나같이 배은망덕하기는…”

“크흠, 크흠!”

리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빨개진 티오가 헛기침을 했다.

“가, 갑자기 그 새끼 이야기가 왜 나와???”

“그 새끼라니? 배 속에 있는 아이 아빠에게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루시 언니!”

“히끅?!”

“뭐? 루, 루시. 설마 너…”

“임신하셨어요???”

“네, 네가 그것을 어떻게…”

“후후후후. 속이려면 차라리 귀신을 속이세요. 임신 9주 차…후후후. 로스트 버진과 함께 건방진 다크 엘프를 한 방에 임신시키다니 역시 주인님의 정자는 세계 제일이라니까?”

“어떻게 할 거야. 루시! 정말로 임신해버리다니…아아아아! 다음에는 내 차례야.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그 짐승의 아이를 임신해버릴 거라고!!”

패닉에 빠진 티오가 자신의 금발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 그만해. 태어날 아이에게 죄는 없단 말이야! 아무리 그런 자식의 아이라도 열심히 키울 거니까…훌쩍.”

“둘 다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어젯밤에도 주인님의 이름을 부르며 사이좋게 자위한 주제에.”

“어떻게 그걸???”

“클레어님도 각오하세요. 이미 성녀로서 처녀 검증도 마쳤으니까 거리낌 없이 주인님에게 안길 수 있잖아요? 오르드리가 함락되는 날이 사라님 처녀의 제삿날이에요. 그 사실을 명심하시라고요.”

“으으으으으­”

얼굴이 새빨개진 여자들이 댕기열을 앓는 것처럼 묘한 신음을 토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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