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8화 〉 폭풍속으로...(2) (338/429)

〈 338화 〉 폭풍속으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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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라인의 관제 센터를 일부 장악했습니다, 주인님. ]

화면 너머에서 오체투지한 사라가 그렇게 보고해 왔다.

“백주대낮에 이렇게 당당하게 통신하는 것을 보아하니까 그런 모양이군. 그런에 일부라는 것은 모슨 뜻이냐?”

[레스터 장군의 텃세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공동으로 투명하게 관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만, 여전히 메인 시스템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인님하고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눈치였습니다.]

‘뭐, 실제로 이렇게 내통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원래대로라면 오르드리에 있는 그녀와 연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르고스 라인에 감청당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관련 시스템을 장악했다는 것.

지금까지는 임페리얼 가드를 통해서 몰래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훨씬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작전을 연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노련한 늙은 여우에게 견제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관제 센터에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카트리나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는 우리의 진짜 의도를 들키지 않도록 계속해서 연막작전에 주력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사라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데일이 일으킨 신전 뒤편의 학살은 리한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사태.

즉각적으로 조치할 상황에 지시를 내리지 못해서 안절부절못하는 가운데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빠르고 재치있는 대응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돌로레스는 이제 그녀의 꼭두각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일선에서 제외되었다고 해도 아슈킬 가문 최고 권력자의 안사람이라는 입장은 이용가치가 무궁무진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일으킨 인질극 사건.

돌로레스가 주최하는 사교 파티에 초대받아서 희희낙락 찾아온 귀족들을 일제히 사로잡아버렸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레스터 장군은 수비군을 동원해서 볼모들의 호위를 두 배로 늘리고 자택에 연금하다시피 강제로 머무르게 했다.

당연하지만 불만은 폭주.

왜냐면 그들의 입장이라는 것은 말이 볼모일 뿐이지 실상은 아슈킬 가문이 하사한 수도 저택에 살고 있는 평범한 귀족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합당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가문의 일원 중에서 한 명은 반드시 오르드리에 체류해야 했다.

만약에 지방에 있는 영주가 반란을 일으키거나 그런 행위에 가담한다면 곧바로 체포 명령이 떨어져서 본격적인 인질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그런 비상시국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수도에서 평범하게 사는 귀족들이었다.

이번 내전에서 그렇게 인질로 사로잡힌 사람은 지금까지는 아스트라세 가문의 일원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제니아의 모든 귀족이 인질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하지만 선을 넘는 지나친 조치에 돌로레스와 래리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스터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전쟁에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리한과 사라의 노림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핏 보기에는 상대방이 비장의 카드 하나를 활용하도록 부추긴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으로 오르드리 수비군 전력은 사방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는 데다가 크레이그 가문의 군대가 돌발행동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고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레스터가 이렇게 텃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돌로레스의 성미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사라 뿐.

그녀의 명령을 핑계로 군대를 동원해 오르드리에서 마음대로 활개를 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물론, 크레이그 가문의 전력으로 수도를 함락시킬 수는 없지만,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히 수비군의 신경을 긁고 다니면서 레스터 장군에게 어그로를 끌고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가 오면 양의 탈을 벗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름하여 양치기 작전.

늑대가 나타났다며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면서 마을 사람들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린 다음에, 단숨에 양치기 탈을 벗어던지고 늑대 본색을 드러내서 오르드리를 공략하는 것이 사라에게 주어진 최종 목표였다.

“클레어는 잘하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성녀님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벌써 일곱 가문을 우리 쪽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게 다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그…엔지니어의 힘 덕분입니다.]

낯선 어휘가 입에 잘 달라붙지 않는지 말을 살짝 흐렸다.

“훌륭하군. 그런데 지금 그녀는 어디에 있지?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중요한 사람 하나를 포섭하려고 폭스 하운드의 나머지 인원과 함께 오르드리 밖으로 나갔습니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오래전에 루크 장군과 함께 오팔 왕국의 투장으로 명성을 떨친 8서클 배틀 메이지 달손. 그분의 후계자를 발견했습니다. 카트리나 양이 아르고스 라인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소재를 찾아냈다고 하더군요.]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게 정말이냐? 제니아에 그런 인재가 숨어있었다니…”

[모르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왜냐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단전은 파괴당하고 몹쓸 병까지 걸려서 신전 뒤편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학살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도망쳐 지금은 피난민 행렬에 합류해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물론, 우리한테는 아니죠.]

“뜻밖의 횡재로군.”

리한의 무공 수위가 준 S급에 도달하면서 클레어는 거의 300km 바깥에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마스터 코어의 치유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데피리스 교단의 고위 사제, 성자, 성녀, 심지어는 교황조차도 치료하지 못하는 다양한 불치병(죽음과 노화, 심지어는 탈모까지도)을 치료하는 진정한 의미의‘기적의 성녀’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하나는 사라를 도와서 오르드리의 주요 귀족을 리한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를 개최했던 이유는 단순하게 돌로레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교우 관계와 친분을 쌓아서 그런 자들에게 접근할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설득하는데 뇌물보다 좋은 것이 바로 생명의 은인이 되는 것이다.

불치병과 노화, 탈모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사람들을 꼬드기는 악마의 유혹.

그런 자들이 포섭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감사하며 비밀을 누설하거나 배신할 가능성도 낮았다.

두 번째 목적은 줄리아 교단을 장악하는 것.

현재 클레어는 오르드리 지부를 손에 넣은 상태다.

마치 여신 줄리아 자체가 강림했다고 과언이 아닌 놀라운 치유능력을 선보이자 그곳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사제와 성기사들이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해 왔다.

하지만 성녀가 강림했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도록 했다.

왜냐면 그녀의 존재가 데피리스 교단에 알려졌다가는 신병을 내놓으라고 횡포를 부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루크레스 교황에게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치유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성녀가 다른 종단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줄리아 교단 전체를 이단으로 낙인을 찍어서 종교 전쟁을 일으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클레어를 빼앗으려고 할 터였다.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얼굴 전체를 베일로 가리고 다니게 했고, 치료도 비밀엄수를 다짐받아서 소수의 사람을 선별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은밀한 장소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소문은 퍼져나가겠지만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적어도 대놓고 빼앗아가지는 못하게 하는 안정망 역할을 했다.

줄리아 교단에서는 조만간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위장 대역까지 만들 예정이었다.

현재 그녀는 루시와 티오, 사제들을 이끌고 8서클 대마법사인 달손의 후계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병자들과 합류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치 운명이 인도한 것처럼 노먼을 만나서 그에게도 충성 맹세를 받지만 그것은 또다른 이야기.

리한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그나저나 카트리나가 돌로레스하고 네가 굉장히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봤다고 하던데…설마 하지는 않았겠지?”

[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사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뭐기는 뭐야? 서로의 가랑이를 격렬하게 문질러대다가 쾌락에 휩싸여서 절정에 도달해버리는 그 행위를 말하는 거지!”

[할 리가 없잖아요! 도대체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전용 육변기.”

[미쳤습니까,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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