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스페셜 H이벤트. 붕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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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할 가문은 수백 년 전부터 제니아의 유력한 귀족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다.
소위 말하는 중앙 정계에 강력한 연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교계에서 환영받는 존재냐고 물어본다면 오히려 정 반대, 명문 집안이라고 불릴 수 있는 모든 자격조건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왜냐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이 성매매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노예상인으로 시작해서 풍속업까지 사업을 확장한 부르주아 포주가 그들의 시조.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자 전문적으로 고급 창기들을 육성한 안돌할 가문은 본격적으로 제니아의 권력층을 공략해 나갔다.
물론,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취향의 상대를 얼마든지 안을 수 있는 것이 귀족.
게다가 신분 상승을 꿈꾸며 그들에게 아름다운 미남미녀를 가져다 바치는 경쟁자들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변태들은 많다.
게다가 완전히 포화되어 있는 레드오션이라고 해도 틈새는 있는 법.
안돌할 가문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서 권력자들이 자신조차 몰랐던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철저한 고객 위주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세상에 수많은 변태…아니, 신사 숙녀들이 위아래로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그들의 분석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평생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면서 수도승처럼 살아온 60대 할아버지를 성욕에 미친 원숭이로 만들어버렸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다.
이 탁월한 능력에 감명을 받은 천년 가문의 몇 대 가주가 그들에게 귀족 작위와 영지를 하사했다는 사실이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안돌할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고급 창부에게 홀딱 빠져버린 영주 하나가 그녀를 내놓으라고 전쟁을 일으켰다가, 제니아 전체에서 달려온 신사 숙녀 연합군에게 거꾸로 멸문당해버렸더라는 이야기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우스갯소리조차 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제니아 화류계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안돌할 가문이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남작 동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벨라 여남작은 그들에게는 보험.
동맹이 위험에 처하면 언제든지 든든한 큰형님들을 호출해주는 황금 동아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상성이 나빠도 지나치게 나빴다.
구도 자체가 이길 수가 없는 구도.
리한이 만백성의 희망이요 빛이며 정의 자체라고 한다면 안돌할 가문은 더러운 포주였고 어둠이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만악의 근원처럼 보였던 것이다.
덕분에 평소에는 간도 쓸개도 빼줄 것처럼 사근사근하던 신사 숙녀들이 모조리 연락 두절.
간신히 통신을 연결해서 도와달라고 애걸해도 갑자기 현자 타임이라도 찾아온 사람들처럼 “그러니까 평소에 행실을 잘했어야지.”라며 냉담하게 반응했다.
이런 상황에 벨라 여남작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감히 나를 이렇게까지 무시해?’
그녀가 투항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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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주군. 그곳은 마의 소굴입니다. 영웅은 호색이라고 하지만 미녀라는 것의 본성은 사내의 투구를 벗기고 허리를 휘청거리게 하는 요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리한이 잔스시를 방문하겠다고 말하자 루돌프가 보기 드물게 정색하면서 충고해 왔다.
자신의 수많은 여자관계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터치하지 않았던 사람의 발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
물론,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끌어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였다.
잔스시는 바렌탈과 케테누스령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물류, 유통 흐름의 대동맥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가 정말로 유명한 이유는 역시나 풍속업.
매춘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원칙주의자 귀족들이 다스리는 영지와 도시도 많은 반면에, 이곳은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종 지원과 혜택, 그리고 안돌할 가문의 명성에 먹칠하지 못하도록 기본적인 품질 관리까지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60%가 매춘 관계자이며 그 지분의 80%를 안돌할 가문이 독점하고 있다는 왕국 최대의 환락 도시.
타오르는 불꽃에 이끌리듯이 밤의 환상에 사로잡힌 수많은 불나방들의 자신들의 정영과 육체를 불사르는 장소가 바로 잔스시의 본모습이었다.
지이이이이잉!
“어서 오십시오, 후계자 전하! 이렇게 누추한 곳에 왕림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전이 마법으로 자신들의 눈앞에 등장한 리한 일행에게 벨라와 측근들이 우르르르 무릎을 꿇었다.
“잠시 체류하겠다.”
“물론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얼마든지 머물러주십시오!”
그녀의 말대로 바렌탈을 공략하려면 어쨌거나 잔스시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했다.
하지만 리한도 루돌프의 충고를 허투루 들을 것은 아니었다.
[혹시 모를 허니트랩에 주의하도록 해라.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도시 전체를 제압할 준비를 해놔라.]
[물론입니다, 도련님.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전음으로 지시를 내리자 이리나가 대표로 힘차게 대답해 왔다.
혹시 모를 벨라의 거짓 투항을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뛰어난 무장과 마법사들을 선별.
동반한 여성들도 꾸준히 정액을 보급해줘야 하는 라운드 시스터즈와 아스타로트를 빼면 모두 A급 이상의 실력자로 진조의 피를 물려받은 질과 이리나, 소월과 새롭게 합류한 헤스티야만 데리고 왔다.
리한은 벨라에게 자신의 본대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떤 지원도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머무르는 숙소도 직접 지정해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한가운데에 있는 별장을 비워서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안돌할 가문의 하인, 하녀들은 모조리 쫓아내 버렸다.
부하들의 시내 외출과 외부 접촉은 당연한 금지.
물과 음식까지 가져온 물자로 100% 자급자족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전달하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벨라의 표정이 굴욕으로 썩어들어갔다.
“아, 아무리 그래도 저희 가문을 지나치게 경계하시는 게 아닙니까? 후계자 전하!”
“사람은 변하지 않아. 과거의 전력과 자신의 언행, 행동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해라. 귀족이라는 자가 초면부터 그렇게 도발적인 차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신뢰하겠느냐? 유혹할 생각이 철철 넘쳐흐르는데…”
리한의 말처럼 그녀는 가슴 골짜기가 패이고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야시시한 드레스 차림으로 마중을 나왔다.
새카만 컬러에 어깨의 깃털 장식은 까마귀를 연상시킨다.
풍성한 곱슬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올렸고 물방울 같은 알갱이 장신구들이 사이사이에서 반짝거렸다.
귀족답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
“이건 그냥 비즈니스 복장일 뿐입니다만…”
“그래? 충성을 맹세하는 상대에게 그런 심보를 가지다니 역심과 괘씸함이 가득하군.”
“…소문하고는 다르게 굉장히 까칠한 분이시군요. 미망인인 그리젤다님을 받아주셨다고 들어서 조금 더 너그럽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자비와 관용에는 용량 한계가 있다.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에게만 나눠주기도 벅차지. 뒤가 구리고 속이 시커먼 녀석들에게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은 오로지 야차의 모습뿐이다.”
탁!
분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벨라가 자신의 접이식 부채를 탁상에 내려쳤다.
“그러니까 제가 뒤가 구리고 속이 시커멓다는 말씀인가요?”
“감히 아니라고 잡아뗄 수가 있느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너희 안돌할 가문의 vvip고객 명단에는 돌로레스와 하이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호색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잔스시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특히 돌로레스는 이곳에 자신만 이용할 수 있는 별장 하렘까지 만들어놓았을 정도.
안돌할 가문의 훌륭한 품질 관리 능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며 벨라에게 여관? 관리인이라는 특별 칭호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모르기는 몰라도 두 사람 모두 이곳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해서 잠도 못 잘 터.
“확실히 두 분은 저희 가문의 주요 고객이기는 합니다만…저희 신분에 감히 가려서 받을 수 있는 분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해해주셔야죠. 그리고 후계자 전하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두 분 모두 진상 중에 진상이었습니다. 힘들게 육성한 아이들을 걸핏하면 데려가 버리셨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아첨해서 이만한 지위와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니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만…좋습니다. 그렇게까지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후계자 전하께서는 어째서 혼자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부하들에게는 그토록 신중한 경계를 명령하시고…앞뒤가 안 맞지 않습니까?”
“나는 내 사람들을 아껴서 말이야.”
“네?”
“간단하게 말하면 너희들 따위는 나 혼자서도 정리할 수가 있다는 소리지.”
벨라의 표정이 더 일그러질 수가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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