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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5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하편(5) (305/429)

〈 305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하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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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는 귀족들의 기를 가볍게 꺽어버린 리한은 마지막으로 용병들의 공적을 치하해 주었다.

“너희가 붉은 전마단이로군. 분지 전투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고 들었다.”

“서, 서, 서, 서, 성은이 망극합니다!!”

[진정해, 단장! 왜 그렇게 더듬는 거야?]

[미스터 샤이(shy). 가능!]

하하하하하!

산전수전 다 겪은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의 새빨간 얼굴로 더듬어대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후후후. 진정하게 꿀물이라도 가져다주도록 해라. 부단장은 누구지?”

“에리카라고 합니다.”

리한의 질문에 녹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이 손을 들었다.

“단장하고는 무슨 사이냐?”

“여동생입니다. 오라버니 쟈칼과 이쪽의 아스미나까지 저희 삼남매가 용병단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꾸벅­

에리카의 소개에 다소 내성적으로 보이는 여성이 목례를 했다.

참고로 [가능!]이라고 외쳤던 사람이 그녀다.

“가족 경영이라는 소리군. 듣자 하니 초원 유목민족의 후예라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냐? 먼 옛날에 동방과 유레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 샨 황가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소문도 있던데 말이야.”

“사실무근입니다. 유목민족의 피가 흐르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연히 머리카락 색이 황가와 겹칠 뿐, 용병 세계에 돌아다니는 흔하디흔한 소문이 뜬구름처럼 와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법이로군.’

가볍게 떠보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조리 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반면에 오리나가 건네주는 꿀물을 코로 마시는 입으로 마시는지도 모를 정도로 허둥대는 쟈칼은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용병단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는 대목.

게다가 여동생 이스마나와 함께 자매 모두가 미인이라는 것도 호감 포인트였다.

‘붉은 전마단이라? 이름 정도는 기억해놔야 하겠군.’

리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훌륭한 전과를 치하하는 의미로 500대륙 은화를 하사하도록 하겠다. 듣자 하니 아토스 준남작을 위해서 선두에서 혈로를 열었다고 하던데 유가족들에게는 별도로 위로금을 전달해 주도록 하지.”

웅성웅성!

“가, 감사합니다, 전하! 관대한 조치에 대륙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저희 형제자매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하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계약금 자체에 생명 수당이 붙어있다고 생각하는 용병들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횡재에 기뻐하며 표정들이 밝아졌다.

“너희들의 헌신에 걸맞은 포상을 내린 것이니 특별히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는 이번 전투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장난감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아, 네!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어서 시제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캐스미랄!”

“네, 부단장님!”

도도도하는 발소리와 함께 앞선 자매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움이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남자다.

“빌어먹…아니, 네 이름이 캐스미랄이냐?”

순간적으로 욕할뻔한 리한이 간신히 억누르면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붉은 전마단의 최고 간부입니다. 전령과 무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이 빠른가 보군.”

“가장 뛰어난 기수입니다. 체구가 작아서 공기저항이 적으니까요.”

에리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규군의 경우에는 인간은 인간, 몬스터는 몬스터, 이종족은 이종족으로 따로 묶어서 편제를 하지만 용병단은 지금처럼 종족을 불문하는 혼성부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딱히 그것이 효율적이거나 실용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2등 국민으로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이종족이 가장 많이 진출한 업계 중 하나가 용병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백워스 지부처럼 완전히 인간 출신의 용병만 활동할 수 있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종족 차별과 불이익이 가장 적은 편이었다.

리한은 건네받은 석궁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을 보니 미스릴 소재를 베이스로 사용한 모양이군. 조준하기 쉬운 가늠좌와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핸드 그립에도 꼼꼼히 신경을 썼고. 게다가 이것은…자동 재장전 장치인가? 1분에 최대 몇 발의 볼트를 발사할 수 있지? 사거리는 얼마나 되느냐?”

“맞습니다, 한눈에 알아보시다니 대단하네요! 유효사거리가 150m에 1분에 4발 정도를 발사할 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력에 치중하다 보니 시위를 당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

“그럴 줄 알았다.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강철을 관통하다니…그만한 탄력을 만들어내는 비밀이 있겠군. 림과 현의 감촉과 느낌…미노타우르스의 뿔과 힘줄을 사용했느냐?”

“정답이세요! 대단해요,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척척 알아맞히시는 거죠???”

“대단한 것은 오히려 네 쪽이다. 석궁 한 자루를 제작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을지 감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헤헤헤…”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다.

[지금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솔직히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어.]

[캐스미랄하고 저렇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니…]

수군거리는 용병들의 대화가 귓속에 들리자 리한은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몰두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토스 준남작.”

“네, 주군!”

“붉은 전마단을 자네가 거두어들이는 것은 어떻겠는가?”

“!!”

“주군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히끅! 저, 저기…지금 말씀이 저의가 무엇이온지…”

지금까지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던 쟈칼이 딸꾹질을 하면서 다급하게 물어봤다.

“용병왕과 전속 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단승 작위라고는 하지만 귀족의 노블 마크가 내려질 테니 간부들의 신분은 부르주아로 승격하게 될 테지. 내 생각으로는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예전보다는 훨씬 나은 생활이 보장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싫다면 거절해도…”

“거절이라니요?!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봤을 뿐입니다! 물론, 좋습니다! 충성을 다해서 섬기겠습니다, 후계자 전하!!!”

“하하하하하! 내가 아니라 준남작에게 충성 맹세를 해야지.”

“시, 실례했습니다! 붉은 전마단의 단장 쟈칼 이하 소속원 853명이 앞으로 신명을 다해서 섬기겠습니다, 아토스 각하! 아니, 주군!!”

“그래. 후계자 전하를 위해서 분골쇄신하도록 해라.”

“네!!!”

감투를 써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그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훈시를 했다.

“캐스미랄 2호. 이 무기가 네 이름을 따서 제작한 것이냐?”

“정식 명칭은 따로 있습니다만…”

“보아하니 대량 생산은 불가능하겠군. 말을 타면서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종래의 병기보다 뛰어나지만 궁병들이 사용하는 케일랜드 장궁보다 월등하게 좋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기계 장치에 의존하는 석궁이기 때문에 무장 클래스가 아닌 이상은 누가 다룬다고 해도 위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15년 이상 활을 다룬 숙련된 궁병이라면 이정도 위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

“안타깝지만 전부 맞는 말씀입니다. 석궁 하나를 제작하는데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해서…”

“공방은 어디에 있지? 지금 제작하고 있는 숫자는 얼마나 되느냐?”

“다음 주까지 7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제작 공정에 들어간 것까지 합치면 120개쯤 됩니다만…”

“적군.”

“재료 자체의 수급이 어려워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하, 하지만 투자만 충분히 해주신다면 대량 생산 체계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3년 6개월 정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다급한 목소리에 리한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후후. 걱정하지 않아도 캐스미랄 2호를 그렇게 절실하게 원하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네 미래 가치를 생각해서 투자하려는 거니까 말이야.”

“미래 가치라고 하심은 혹시…”

“병기개발부서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도록 하지. 그곳의 연구원들과 네 실력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캐스미랄 2호보다 멋진 물건을 개발해 보도록 해라. 혹시 아느냐? 어쩌면 네 이름과 연구 성과가 대륙 전체에 울려 퍼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오오오오오오!]

[후계자 전하로부터 직접 스카우트 제안을 받다니 출세했구나, 캐스미랄!]

[믿고 있었다고 젠장!!]

쏟아지는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와 함께 환한 빛처럼 밝아지는 노움의 표정.

하지만 남자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계자 전하! 저를 믿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하도록 해라.”

자비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리한이었다.

‘고마운 것은 오히려 내 쪽이지.’

캐스미랄 2호는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훌륭한 발명품이었다.

아직은 단점이 많고 위력도 호플리테스의 장갑을 뚫고 들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쟁 자체의 양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누가 다뤄도 위력에 차이가 없고 어린아이조차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가 개발한 병기가 다양한 단점을 제거하고 무장의 반사신경보다 빠르게 날아가서 금강투합체를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모르기는 몰라도 그날이 바로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온 귀족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날이 될 거라는 사실만은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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