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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4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하편(4) (304/429)

〈 304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하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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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예가 물러나고 이번에는 아토스의 차례가 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군, 용병왕.”

“과, 과찬이십니다. 주군.”

“후후후후. 이렇게 겸손하다니 더 마음에 드는군. 대륙 전쟁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승리를 일궈낸 주역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야.”

[오오오오오오!!]

“크흠!”

용병들이 경망스럽게 탄성을 내지르자 비서관으로 취임한 지젤이 큰소리로 헛기침하며 주의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생각해보면 자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세를 졌군.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올라. 벡워스에서는 잔악무도한 야월의 암살자들을 거침없이 베어 넘기며 나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아르고스 라인을 들키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자네의 책략이 아니었던가?”

“네???”

본인은 무슨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지만 주변에서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웅성웅성

[굉장하다, 용병왕!]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른다고 하더니…무식하게 생긴 외모하고는 다르게 엄청난 책략가였군.]

[머리만 좋은 게 아니야! 노리스 준남작을 한칼에 해치웠다고!]

[진짜냐? B급 무장 중에서도 유명한 실력자를…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후계자 전하의 곁에 카테고리 아웃의 실력자가 붙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어. 혹시나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용병은 물론이고 자리에 참석한 귀족들까지 수군거리는 상황.

“아니, 이게 무슨…”

“조용히 하십시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에 당황한 아토스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타이밍 좋게 매서운 주의가 들어오는 바람에 발언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하하하! 내버려 두거라, 비서관. 그렇게 딱딱하게 격식을 차리려고 마련한 자리가 아니야. 가끔은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시끌벅적한 모습도 괜찮지 않느냐?”

“하지만 반상의 법도가 지엄할 지언데…”

“그러면 내가 예의를 몰라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전하! 주제넘게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킥킥킥킥.]

[꼴 좋다!]

[후계자 전하가 생각보다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딱딱하고 엄격한 지젤이 혼쭐이 나자 용병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리한에게 호의를 품었다.

‘나중에 침대에서 달래줘야 하겠군.’

일부러 그렇게 되도록 연출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여자가 뒷담화를 감수하며 들러리를 서는 모습은 절대로 유쾌하다고 할 수가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밤에 불러서 있는 힘껏 위로(?)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를 비웃은 녀석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기억해뒀다.

“루돌프!”

“네, 주군!”

“이렇게 훌륭한 공적을 세우고 출중한 실력을 겸비한 용병왕에게는 걸맞은 포상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오히려 세상에 이런 인재가 재야에 묻혀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군요. 비록, 전쟁이 한창이라고는 해도 뭐처럼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천년 가문의 후계자로서의 걸맞은 도량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눈앞에서 대놓고 펼쳐지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나도 동감이다. 때마침 케테누스령의 영주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렸는데 그 자리의 주인감으로 괜찮아 보이는군. 어떻게 생각하느냐?”

“!!!”

이어지는 폭탄 발언으로 다시 한번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웅성웅성!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용병왕에게 케테누스령을 하사한다고 하는군.]

[실화야? 제니아에서도 가장 금싸라기 같은 땅 중에 하나잖아.]

[땅만 좋은 게 아니야. 위치적으로도 오르드리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령 중의 하나인 데다가 세경가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남작 동맹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영지라고. 인구면 인구, 세출이면 세출…사실상 제니아의 모든 귀족이 군침을 흘리는 자리야.]

[그, 그게 사실이라면 터무니없는 벼락 출세잖아?!!]

호사가라면 누구도 참지 못하고 떠들어댈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시끌벅적한 대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영지를 하사하시는 것 자체는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낭인에 불과하던 자에게 너무 과분한 지위를 내렸다가는 주위에 반감이 생길지 모르니 어느 정도 제약을 두고 형평을 맞춰주시기를 바랍니다.”

“일리가 있군. 참고하도록 하지.”

루돌프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인 리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토스!!”

“네? 아, 네!!”

잠시 넋이 나갔던 아토스가 힘차게 무릎을 꿇으면서 외쳤다.

“천년 가문의 대리자로서 그대에게 사일러스라는 성을 하사하겠다. 오늘 이 시간부로 그대는 명예로운 귀족의 일원으로 단승 준남작의 작위를 수여받을 것이며 케네누스령의 80만 영민을 보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그대의 일거수일투족이 영민을 비추는 거울이며 모범일지니. 충성하고 충성하며 또다시 충성하라!”

[우오오오오오오!!!!]

“며, 명을 받들겠습니다!!”

엉겁결에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난 포상을 받은 그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땅바닥으로 쿵쿵 머리를 찧어대었다.

하지만 루돌프의 충고대로 갑작스러운 출세는 자연스럽게 반발을 불러오는 법.

질투를 억누르지 못한 늙은 귀족 하나가 앞으로 뛰쳐나오며 리한의 눈앞에 무릎을 꿇었다.

“후계자 전하!”

“무슨 일이요? 케일록 남작.”

“대단히 외람스럽지만 소신의 발언을 윤허해주십시오! 아무리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지만 이번 조치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초야에 떠돌아다니던 비루한 들개와 같은 자가 아니옵니까? 그런 자가 영주라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옳습니다! 반상의 법도가 지엄하거늘 이런 조치가 정당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케일록의 외침에 호응하는 귀족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모두 최근에 리한의 진영에 합류한 자들로 최소한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랜 가문의 대표들이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 세력.

“경들의 말이 옳소.”

“네???”

반발할 거라고 생각했던 리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토스는 당황했고 귀족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나 또한 준남작이 하루아침에 제대로 영주노릇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하지만 누구나 시작은 있는 법.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을 보좌로 파견하여 귀족의 법도를 배우고 경영관리능력을 천천히 숙달시켜 나갈 생각이오. 그래서 우선 호커빌 남작에게 도움을 청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니, 하지만 기다려주십시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천한 자에게 어찌…”

“발언을 조심하시오, 케일록 남작. 그 말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군. 앞서 말했듯이 준남작은 내 목숨을 구해주었소. 경들은 설마 내 목숨값이 그렇게 가볍다고 생각하시는 것들은 아니겠지?”

“…”

일동 전원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후후후후. 농담이니까 그렇게 얼굴을 굳히지 않으셨으면 좋겠소.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아두시기를 바라오. 준남작은 여기에 있는 누구보다도 많은 공적을 세웠소. 그러니 논공행사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오. 생각 같아서는 세습 남작의 작위를 수여하고 싶었지만 경들을 존중해서 그나마 단승으로 한정해 두었지. 그래도 불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준남작보다 훌륭한 무훈을 세워보시오!”

“하, 하지만 후계자 전하! 저희에게는 애초에 공적을 세울 기회 자체가…”

“알겠소, 알겠소. 그렇게까지 말하겠다면 경들을 위해서 허들을 낮춰주도록 하지. 다음 전투에서 선봉에 서는 귀족 가문에게 케테누스령을 하사하도록 하겠소!”

!!!!!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제가 하겠습니다, 후계자님! 저에게 선봉을 맡겨주십시오!!]

[아닙니다, 제가…부디 소신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자중하시오! 여기에서는 우리 가문이 결사의 각오로 혈로를 열테니…]

“하하하하하하하! 우리 진영에 이렇게 용맹한 자들이 많으니 참으로 보기 좋구려.”

“크흠, 크흠! 황송하오나 전하. 소신들을 놀리실 생각이라면 자중하여 주시옵소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그나마 연륜의 힘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케일록이 그렇게 말했지만 리한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당연히 진심이고말고! 하지만 말하는 것을 깜빡했는데 다음 차례로 공략할 예정이었던 잔스시의 벨라 여남작이 조금 전에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오. 그래서 다음 군사작전의 목표로 결정된 것이 제니아 최대의 군사 요새 도시로 유명한 바렌탈이오만…”

“…”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둘러봤지만 앞다퉈서 선봉을 맡겠다고 떠들어대던 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제히 침묵하면서 누구도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경들의 불만이 사라진 모양이로군.”

남작 동맹은 그렇게 무너졌고 아토스는 케테누스령의 영주로 취임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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