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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9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9) (299/429)

〈 299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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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몰린 오스왈드 남작은 다급하게 키스마이어성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그곳에 틀어박혀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5년, 10년이라도 버텨내겠다는 결사 항전의 의사를 표명했지만 문제는 균터 가문이 무너지는 속도가 그의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남작 동맹을 탈퇴한 버건디 가문은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었다는 것처럼 파죽지세로 서쪽 공격을 돌파해 들어갔다.

불과 사흘 만에 전선 기지 20곳을 함락시키고 인근 촌락들을 모조리 점령.

사로잡은 병사들의 숫자만 기천여 명에 이르렀다.

거기에 서부 최대의 군사기지 얄타 요새까지 포위해버리면서 순식간에 영지 전체의 3분의 1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성과도 아토스와 나디아 남매가 이끄는 별동대의 눈부신 활약에 비교하면 약소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리한은 한발 빠르게 케테누스 령으로 공작요원들을 파견했다.

선발된 것은 특급 암살자인 소월과 흡혈귀 질.

두 사람의 능력이 은신과 암살, 공작에 특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서 가장 훌륭한 활약을 펼친 MVP는 누가 뭐라고 해도 소월이었다.

아직 그녀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은요호 기관의 협조를 받아서 적진에 수월하게 잡임했을 뿐만 아니라, 균터 가문의 중요한 군사기밀을 모조리 손에 넣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적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평소부터 오스왈드 남작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부추겼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남부 지대의 국경 초소와 감시탑을 습격해서 적의 눈과 귀를 멀어버리게 했다.

덕분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국경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별동대.

하지만 그녀들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별동대와 공작조.

두 팀의 진정한 목표는 적 주력부대를 섬멸하는 것이었다.

오스왈드 남작은 록우드 가문을 지원하기 위해서 1만 2천의 대군을 파견했는데, 이들이 산시아 성이 함락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기수를 돌려서 키스마이어 성으로 회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이 주력부대가 남작과 합류한다면 농성이 길어질 것은 자명한 일.

공작조는 반란군과 함께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며 나무와 돌로 길을 막았고 밤낮으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사용해서 필사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전략 규모의 통신 방해마법 때문에 유기적인 정보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적의 전령과 전서구 연락을 철저하게 차단하며 아토스 남매가 이끄는 별동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빌어먹을, 반란군 녀석들! 하필이면 교량을 무너트리다니…어쩔 수 없군.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숲으로 이동한다!”

주력부대의 총사령관, 노리스 준남작은 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부서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씩씩거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계속되는 강행군과 반란군의 집요한 괴롭힘 때문에 지칠 때로 지쳐있는 상태.

보다 못한 부관이 슬그머니 조언을 했다.

“죄송하지만 사령관 각하. 이동할 때는 이동하더라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해는 이미 떨어지고 있는데 시야가 좁은 숲에서 야영하는 것이 조금…”

“게릴라가 무서워서 회군 속도를 늦추라는 것이냐?!”

“물론, 아닙니다. 각하! 하지만 선처해주십시오. 또다시 야간 습격을 당한다면 잠을 설친 병사들의 피로가 극에 달할 겁니다. 일단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야가 넓은 이곳에서 하룻밤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게 해주시는 것이…”

“겨우 이까짓 행군으로 우는소리를 하는 나약한 병사는 균터 가문에 필요가 없다! 키스마이어성이 코앞에 있어. 서두르면 이틀 안으로 도착할 것이다. 쉬고 싶다면 그곳으로 달려가도록 해라! 못가겠다면 내 손으로 직접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해주마!!!”

히히히히히힝!

“…”

말을 타고 쌩하니 앞서가 버리는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리는 부하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진군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더뎠다.

지이이잉­ 철컥! 지이이잉­ 철컥!

이유는 골렘 슈츠를 착용하고 있는 중무장 보병들 때문이었다.

아다만타이트로 코팅한 외부장갑과 B급 무장의 무투기를 2번까지 막아낼 수 있는 공성 방패를 들고 다니는 그들은, 무장을 제외하면 진형 유지가 생명인 보병 부대의 핵심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점은 이동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느리다는 것.

그래도 일반 병사들에게는 걸어 다니는 중전차라고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이들 덕분에 그리폰에게 자리를 내준 기병대보다는 보병이 강하고 든든하지 않냐는 인식이 지배적일 정도다.

실제로 가장 강한 무장과 마법사들은 그리폰이나 와이번 같은 비행 부대에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음 순위로 보병 > 기병 순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차출되기 때문에 현대전에서 기병의 역할이라는 것은 궁병과 마법사 부대를 습격하는 용도 말고는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무장들은 말을 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단거리 이동에 한정해서는 말을 이용하는 것보다 보법과 경신술을 펼치는 것이 빠르다.

특별하게 마상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인마 일체의 경지까지 도달해야 하는 말을 타고 싸우는 효율이 나쁘다.

그리폰이나 와이번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의 전투력만으로도 무장과 필적할 정도로 강력하면서 속도도 빠르지만(게다가 하늘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모든 면에서 무장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말을 구태여 불편하게 타고 다닐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노리스는 리한이 보낸 기병대가 자신들을 추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면 자신들의 주력은 보병이었기 때문이다.

숫자는 물론이고 병종 구성이며 기본적인 무장의 능력까지, 상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것을 앞서고 있다.

‘기병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나마 넓은 평지에서 싸워야 하지. 하지만 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들어가 버리면 녀석들은 기동력마저 봉쇄당하는 거야. 만에 하나라도 습격을 받는다면 차라리 거기가 낫지. 그렇게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다니 한심한 녀석들…’

노리스는 그렇게 단순한 알아차리지 못하는 멍청한 부관을 비웃으면서 거침없이 앞서 나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얕잡아 깔보는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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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깡깡깡깡깡깡!!

[적습! 적습!! 정찰병들이 신호를 보냈다. 하늘에 노란색 신호탄이 쏘아 올려 졌어, 적의 기병대가 도착했다. 숫자는…파악 불가, 다수!!!]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병사의 보고에 노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각하!!”

“그래,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병사들을 준비시켜라, 거꾸로 격퇴해 주마!!”

“네, 알겠습니다!!”

자신만만한 그의 모습에 고무되었는지 허둥지둥 천막으로 뛰어 들어온 부관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면서 되돌아 나갔고, 밖으로 나서자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도열한 모습이 보였다.

“병사들이 지쳐있는 것이 걱정입니다만…”

“흥!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를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온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방진을 전개해라! 목책을 앞세우고 공성 방패로 데스투도를 설치해라. 건방진 기병 녀석들에게 절대로 돌파할 수 없는 지상 성벽의 위용을 보여주도록 해라!!!”

“충?!!!”

지이이이잉­ 철컥! 지이이잉­ 철컥!

골렘 슈츠를 움직여서 앞으로 나선 중무장 보병들은 이름 그대로 성벽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거대한 방패들을 일사불란하게 지상으로 힘차게 박아 넣었다.

쾅! 쾅! 쾅! 쾅! 쾅쾅쾅쾅쾅쾅쾅쾅!!!

손잡이 부분에 연결한 거대한 쇠기둥이 공이를 때리는 것처럼 힘차게 지면을 파고 들어가면서 접착력을 강화.

두께 50cm에 높이가 3m.

무게만으로도 2톤이 넘어가는 아다만티움 코팅 방패와 그것을 지면에 박아넣고 버티는 골렘 슈츠의 중무장 병사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일반 기병으로는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적의 성벽을 쌓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이 공성 방패의 오른쪽에 있는 조그마한 사출구를 통해서 일제히 뻗어 나오는 장창의 모습은, 마치 사나운 고슴도치가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며 웅크리고 있는 형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에 대미大?를 장식하듯이 궁병대에게 불화살을 준비시키는 노리스.

“하하하하하하하!! 이 포진을 뚫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뚫어보도록 해라! 오늘, 이 숲을 너희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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