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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3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3) (293/429)

〈 293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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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간단한 이야기였다.

감옥에 갇혀있던 호커빌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리한은 그에게 카슨 부자를 살해한 당사자가 해링턴이며 랭캐스터의 지시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

“크흐흐흐흑! 주군, 주군! 어찌하여 그런 자를 가까이해서 이런 봉변을 당하셨나이까?!”

자초지종을 듣고 부모의 사망 소식처럼 애통해하는 호커빌.

“성주하고는 앙숙이었다고 들었다.”

“…앙숙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소. 그냥 섬기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니까…하지만 녀석이 기회주의자라는 사실은 알았지. 겉과 숙이 달랐으니까 말이오. 평소에는 고분고분하지만 언제든지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그래서 그토록 조심하라고 직언을 드렸는데…”

“카슨은 행복한 사람이었군. 영주로서는 자격 미달이지만 너 같은 충신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말이야.”

“주군을 모욕하지 마시오! 그분은…”

“아카이아의 학살을 도왔지. 내 말이 틀렸느냐?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백성을 도륙한 사람을 성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식 문제도 마찬가지야. 애틋한 부성애라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교육을 잘못해서 랭캐스터 같은 패거리하고 어울려 돌아다닌 것이 아니냐?!”

“큭!”

가혹한 팩트폭력에 할 말을 잃고 입술을 깨물어버렸다.

아카이아의 학살에 가담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랭캐스터 기사단 아니, 패거리의 만행은 지역 일대에 악명이 자자한 것이었다.

매일같이 술과 계집을 끼고 밤낮으로 유흥을 즐기며 가게와 손님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기본.

가문의 힘과 권력을 등에 업고서 영지에 온갖 행패를 부리고 돌아다니며 살인, 약탈, 폭행, 강간, 절도 같은 범죄들을 일삼았으며, 자신들의 힘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백주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민가의 여자들을 끌고 와서 발가벗겨놓고 집단으로 강간한다거나 심심하다는 이유로 조그마한 마을 하나를 습격해서 마을 주민들을 풀어놓고 추격해 죽이는‘인간 사냥’을 즐긴 전과도 있었다.

이런 사고를 밥 먹듯이 치고 다녔으니 가신과 관리들이 뒤처리에 얼마나 애를 먹었을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호커빌 또한 진땀을 흘린 사람 가운데 하나.

“도련님은…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소. 당신의 말처럼 주군께서 지나치게 응석을 들어준 것이 문제였을 테지. 김나지움에 입학해서 좌절하셨다고 들었소. 자신이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가신들이 추켜세워주는 입바른 소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거지.”

“…”

별로 관심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리한은 성이 풀릴 때까지 말을 하도록 내버려 뒀다.

“엄청난 창피를 당하고 왕따에 괴롭힘…결국에는 인간 불신에 빠져서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오셨소. 몇 년 동안 저택에 틀어박혀서 폐인처럼 지내시다가 간신히 바깥으로 나오셨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패거리와 어울려 다니셨으니…”

요아힘은 사회의 룰과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살아가는 금수저 양아치 패거리의 호탕(?)한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집안이 좋아서 끼워줬을 뿐이지 완벽한 호구 취급으로 단물만 쪽쪽 빨아 먹히는 신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있을 장소를 찾았다는 생각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콜라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야말로 안습에 안습이 이어지는 슬픈 이야기.

‘아니. 정말로 불쌍한 사람들은 저런 녀석들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갑질에 시달린 일반 백성들이지.’

“하지만 믿어주시오! 도련님께서 길을 잃어버리신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무시무시한 조직과 연루되어 있을 리가 없소! 주군도 마찬가지로 그분들을 평생 보좌한 이 호커빌이 장담해 드리오리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녀석들은 주동자가 될 만한 그릇이 아니야.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이용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다. 내 말이 틀렸느냐?”

“그, 그건…”

대답할 말이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주군의 오명을 씻고 싶다면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싸워라! 네가 주군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는 삶의 목표가 카슨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니었을 터. 민중의 애환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증명해 보여라! 네놈의 입바른 소리만큼이나 자기 자신이 올바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

부르르르르­

리한의 열변에 덥수룩한 머리에 가려져 있었던 호커빌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침을 꿀꺽 삼키며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싶더니 뭔가를 결심했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잡고서 무릎을 꿇었다.

“…두 가지만 약속해주십시오.”

“이야기해봐라.”

“먼저 주군의 장례식을 치르게 해주십시오. 해링턴이 병사들을 부추겨서 시신 훼손이 심각하다고…”

“들을 필요도 없는 조건이로군. 네놈이 이래라저래라하지 않아도 장례식은 정중하게 치러줄 예정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이 땅을 500년 동안 통치한 가문의 수장이니 격식과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 시신 수습도 끝났어. 지금쯤이면 염을 하고 있겠군. 거기에 상주로 참가하도록 해라.”

“버, 벌써 말입니까?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게…”

“시체를 가져간 자들에게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 부추긴 해링턴이 문제지 병사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포상금의 2배를 주겠다고 했더니 순식간에 원상복구가 되더군.”

두말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일처리.

크게 감탄한 호커빌이 엎드려 절하면서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니까 네놈이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머지 하나는 뭐지?”

“산시아 성의 조사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가문 대대로 이곳을 물려받은 해링턴이 주군에게조차 모든 비밀 장소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녀석이 정말로 그렇게 무시무시한 조직의 지령을 받았다면…”

“복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좋다, 해링턴 문제는 맡기지. 녀석에게 어떤 심판을 내릴지는 전적으로 네 판단에 일임하도록 하겠다. 성을 탐색하는 것은 공동조사단이라는 형태를 취하면 되겠지. 하지만 인원 선별에는 신중하도록 해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속을 모르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니냐?”

누가 랭캐스터의 끄나풀일지 모르니까 조심하라는 소리였다.

“물론입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리광을 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반색하면서 외치는 호커빌.

이미 처음에 보여주었던 세상 건방지고 까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기는커녕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지경.

“어리광이라고 할 것도 없지. 부탁하지 않아도 내 쪽에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할 것들이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은혜를 베풀어주신 것에는 변하지 않습니다!”

“욕심이 없는 행복한 녀석이로군. 하지만 이래서는 공평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가 없지. 네놈의 부탁을 두 가지 들어주겠다고 했으니 나중에라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잊지 말고 이야기하도록 해라. 정 없다면 이쪽에서 별도로 포상을 준비해 놓도록 하지. 성과급은 따로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 신상필벌은 확실하게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리한은 그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퍽!!

그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쳤다.

“커헉!!”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이번 공격은 확실하게 크리티컬 대미지로 들어가 피와 함께 이빨 두 개를 뱉어내었다.

“이 고통을 잊어버리지 마라. 네놈을 발탁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백성들을 위해서다.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외도가 되어버린다면…장담하는데 금이빨 빼고는 모조리 씹어 먹어주지.”

“물론입니다, 주군!! 하하하하하하! 이 호커빌 베어루스. 지금 이 자리에서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도록 하겠습니다!!”

때렸는데도 불구하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녀석은 여러 가지 의미로‘진짜’가 틀림없었다.

“…”

덕분에 살짝 무안해진 리한은 슬그머니 거리를 두고 물러나면서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루돌프에게 명령을 내렸다.

“녀석을 치료사에게 데려가도록 해라. ‘전’ 주군의 상주 역할을 맡아야 하니까 깔끔하게 출석할 수 있게 도와라!”

“네,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만족한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대답하는 목소리가 가볍고 경쾌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졸지에 아저씨 두 사람의 쓸데없는 호감도를 올려버린 리한.

‘피곤하군…’

“도, 도련님?”

홍일점인 이리나의 부드러운 두 뺨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면서 힐링하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고 보니…너무 바빠서 사로잡은 포로들을 신경 쓰지 못했군. 헤스티야하고 그리젤다라고 했던가?’

헤스티야는 지난 전투에서 자신을 고생하게 한 균터 가문의 궁사다.

그리고 그리젤다 또한 균터 가문의 영애로 록우드 가문에 시집온 상태.

즉, 두 사람은 주종관계라는 소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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