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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2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2) (292/429)

〈 292화 〉 (H이벤트 포함)결전전야 상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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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 남작은 죽은 후에도 고초를 겪었다.

상금에 눈이 먼 병사들이 시체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손, 발, 다리, 등등 신체의 모든 부위가 토막 나버렸고 머리는 특별하게 훼손이 심해서 눈, 코, 입, 귀, 심지어는 이빨까지 뽑아서 상금 지분을 요구하는 바람에 포상을 약속한 해링턴을 질색하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배신자의 말로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

해링턴은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전이 마법을 통해서 도착한 리한 일행을 성대하게 환영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후계자님! 이렇게 누추한 곳에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개선장군을 대하듯이 꽃을 뿌리며 환호했고 미녀들이 다가와서 화환을 걸어줬지만 전부 뿌리치면서 냉정하게 지나쳐버렸다.

“…집무실로 따라와라.”

“네?”

무심코 되물었지만 성큼성큼 걸어가 버리는 바람에 당황해서 뒤따라갔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집무실 상석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열 받은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는 리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카슨 부자를 어째서 죽였지?”

싸늘하게,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저항하기에 어쩔 수 없이…”

“휴우­”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을 보고 변명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것이냐?”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그렇다면 감히 어느 안전에서 거짓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쿠오오오오오오오!!

루돌프의 쩌렁쩌렁 사자후에 집무실 전체가 요란하게 뒤흔들렸다.

“요아힘과 카슨. 두 사람은 랭캐스터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자들이었다. 반드시 생포해서 배후를 알아내야만 했고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 하지만 네놈이 모조리 망쳐버렸다. 쓸데없는 참견으로 말이야!!”

털썩!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물어보지. 어째서 두 사람을 살해했느냐?”

“저는 그저 백성과 후계자님을 위해서…”

“백성과 나를 위해서라고? 하하하하하! 차라리 보신과 영달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면 설득력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시국에 랭캐스터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고 있다면 뚫린 입으로 감히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쿵!

“저, 정말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추상같은 불호령에 그는 바닥으로 머리를 찧으며 외쳤다.

머리는 띵했고 하늘이 노래졌으며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후계자에게 잘 보이고 아첨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해링턴.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설마, 기자회견을 보지 않았다고 잡아떼지는 않겠지? 이 땅에서 죄인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천년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인 나밖에 없다고 말이야. 대답해라, 성주. 내가 그 권한을 너에게 위임했느냐?!!!”

“아닙니다!!!”

“대답 하나는 잘하는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사회의 룰을 어기고 제멋대로 죄인을 심판한다면 그것이 바로 무질서이며 혼돈이고 야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사회적으로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귀족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겼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네놈들이 하찮게 여겼던 민초들 중에 누구도 위반하지 않았던 규칙을 말이야!!!”

쾅!

리한은 책상을 내리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놈에게는 귀족의 자격이 없다. 루돌프! 지금 당장 녀석의 신분을 평민으로 강등하고 단전을 부숴서 감옥에 가둬라! 녀석의 배후를 캐겠다. 카슨 부자를 어째서 살해했는지 명명백백하게 이유를 밝혀내라!!”

“네, 알겠습니다!!”

“후계자님!!”

“배후를 밝혀내겠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지…”

부친과 함께 그를 수행하고 있던 이리나가 슬그머니 질문해 왔다.

“녀석의 동기가 미심쩍다. 단순하게 개인적인 원한일지도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랭캐스터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다니 굉장히 수상하지 않느냐? 마치 입막음이라도 해버린 것처럼 말이야.”

“그렇군요!! 녀석들의 악독한 수법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감탄했다는 듯이 맞장구를 쳐버리자 해링턴은 사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닙니다! 후계자님, 저는 정말로 억울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가 랭캐스터라니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후계자님!!!”

정말로 억울해서 외치는 소리였지만 리한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인하다니 더욱이 수상하군. 네놈의 말이 맞는지는 심문으로 통해서 밝혀지겠지. 어서 끌고 가라! 그리고 병사들을 끌고 가서 산시아 성을 샅샅이 수색해라! 랭캐스터와 연루되어있다면 틀림없이 증거가 남아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후계자님!!!”

처절하게 울부짖으면서 끌려갔지만 카슨 부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돌아온 업보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리한은 사망한 요아힘을 대신해서 해링턴을 랭캐스터의 끄나풀로 내세울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5일 후.

성주의 비밀 방이 발견되면서 그가 랭캐스터와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모조리 조작된 것들이었지만 전문가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이 만들어진 증거 자료들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해링턴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무고를 호소하며 모함에 빠진 거라고 주장했지만, 리한은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한번 블러드 디자이어를 사용해서 그를 광기에 가득한 랭캐스터의 순교자로 자살하게 만들어버렸다.

“큭! 설마 이렇게까지 제니아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니…”

이 보고를 듣고 분해서 주먹을 떠는 후계자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비밀결사(?)의 위험성을 알리고 경각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시간을 다시 5일 전으로 돌려서 산시아 성을 차지한 리한에게 루돌프가 질문해 왔다.

“이것으로 록우드 가문의 1인자와 2인자가 모조리 제거되었군요.”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사소한 노파심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500년 동안 지역을 다스린 자들이 사라져버렸으니 점령지 관리가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정말로 쓸데없는 노파심이로군. 이미 점찍어놓은 후임자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정말입니까?”

“백문이 불여일견. 지금 당장 만나러 가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따라서 도착한 장소는 지하 감옥의 독방 앞이었다.

“이곳은…”

“문을 열어라!”

“네, 알겠습니다!”

쿵! 쿵! 쿵!

쿠구구구구궁!

리한의 명령에 감옥을 지키는 병사가 두꺼운 철문을 두드려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내고 기관장치를 작동시켰다.

“도대체 누구를 가둬두었기에 이렇게 엄중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호커빌이라는 남자다. 앵거스에서는 멧돼지 준남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고 하더군.”

“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련님, 그자는 틀림없이…”

“죽어라, 후계자! 주군의 원수!!!!”

퍽퍽퍽퍽퍽퍽퍽퍽!!!

문이 열리기 무섭게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던 남자가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아서 벽으로 내던져졌다.

“죄, 죄송합니다! 마나를 봉인하는 사슬로 묶어놓았는데 설마 풀어버렸을 줄이야…”

병사가 사색이 되어서 사과했지만 리한은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신경 쓰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후후후후. 자신의 오줌으로 부식시켰던 모양이야. 기대했던 만큼 똑똑한 녀석이로군. 물을 뿌려서 깨워라!”

촤아아아아아악!

“흐어어어억?!”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차가운 얼음물 세례에 몸서리치며 깨어났다.

동시에 리한을 발견하고 이를 악물며 인상을 썼다.

“크으으윽! 무슨 생각으로 나를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시콜콜 떠들어댈 생각은 없다, 바로 죽여라!!”

“싫은데?”

“…뭐, 뭐라고???”

“호커빌 베어루스 준남작, 천년 가문의 대리인으로서 명한다. 오늘 이 시간부로 너를 앵거스 영지의 통치자로 임명하겠다. 동시에 남작 작위를 수여하고 영지 관리의 전권을 맡긴다. 본가에 충성하고 백성을 위해서 일해라.”

“…어처구니가 없군. 3년 만에 돌아왔다는 후계자가 설마 정신병자였을 줄이야. 당장 꺼져라, 주군을 살해한 원수에게 볼일은 없다!!”

“후후후후후. 정말로 충성스럽군. 내가 알기로는 바로 그 카슨 남작에게 이렇게 감금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흥!”

정말로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는지 콧방귀로 대답해왔다.

“듣자 하니 백성과 가신들의 신뢰가 대단하더군. 그리고 멧돼지처럼 고지식하고 말이야. 한 번 정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드시 관철해내지. 그게 너무 지나쳐서 주군에게 이렇게 미움을 사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야.”

“어디에서 개가 짖는군. 저녁밥은 아직 멀었느냐?!!”

“후후후후. 하지만 어리석어도 너무도 어리석군. 네놈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카슨도 지하에서 통곡할 거다. 자신을 죽인 진짜 원수를 내버려 두고 네가 엉뚱한 사람을 원망하며 화풀이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멈칫!

“…뭐라고?”

동요하는 그를 보면서 리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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