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0화 〉 질풍가도(10) (290/429)

〈 290화 〉 질풍가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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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투기. 太??門태극팔문!!]

쿠오오오오오오오!

퍼퍼퍼퍼퍼펑!!

먹으로 그려낸 것처럼 시커먼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서 추격하는 6개의 화살을 단숨에 터트려 버렸다.

“큭, 터무니없는 괴물 녀석…!”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헤스티야.

하나하나가 A급 무장의 목숨을 노릴 수 있는 공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맥없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에 허탈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리한의 경지는 도저히 B급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S급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

19세라는 나이를 감안하고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왕국 역사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천재 중의 천재라는 소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최후의 한 발이 남아있기 때문었이다.

‘정말 S급이라고 해도 반드시 숨통을 끊어주마!!’

후우우우우우웅!

헤스티야는 자신의 모든 내력을 쏟아부어서 무형시에 힘을 보탰다.

이기어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위력에 리한도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칫, 루크 장군의 천풍화월을 따라 해봤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군.’

태극팔문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아키텍트와 디스트로이어를 모조리 파괴해 버렸던 주작의 품새를 흉내 내서 만들어낸 그만의 독자적인 무투기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장군과의 대련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그의 조언을 바탕으로 비밀리에 목숨을 거는 위험한 도박 같은 수련을 해왔고 번번이 실패하면서 고전하다가, 출정 전야가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결실을 맺으며 하루아침에 강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성취는 아직 온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주화입마에 빠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폭주 상태.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은 틀림없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제어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멈춰 세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어쩔 수 없군. 미안하다, 리드 라이너!”

카오오오오오오?

리한의 사과에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낀 그리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탁!

안장을 박차고 뛰어오르면서 오른쪽 날갯죽지를 붙잡은 그는 멍석말이하듯이 둘둘 말아서 그 속에 숨어버리고 말았다.

기우뚱­

크아아아아아아악?!!

당연한 사실이지만 갑작스럽게 한쪽 날개가 접혀버려서 균형을 잃은 그리폰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있는 대로 발버둥을 치면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리한은 겨드랑이 속으로 숨어서 절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깥으로 노출하지 않았다.

“저게 무슨…”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는 광경에 어처구니를 상실해버리는 헤스티야.

하지만 그렇게 기묘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봐줄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함께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마!!”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폰을 방패로 삼아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은 무형시는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관통해 뚫어서 후계자의 목숨을 취할 터.

하지만 그녀는 눈앞의 승리를 확신하는 바람에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상대가 무형시가 무형시가 아니게 되는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카오오오오오오옥!!

부우우우욱­!

그리폰의 피와 살을 거침없이 가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미세한 진동.

눈을 감고서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던 리한은 단숨에 위치를 포착해 냈다.

“거기다!!!”

[무투기. 월섬月?!!]

달을 가르는 초신속의 섬광이 빛나며 무형시와 함께 그리폰의 날개를 단숨에 반으로 갈라버렸다.

푸슈우우우우욱!

양쪽으로 갈라져 날아가는 화살이 금강투합체를 부수고 두 뺨에 활주로 같은 상처를 만들어내면서 피가 세차게 튀어 올랐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누가 이기고 패배했는지는 너무나도 명확한 결과.

“크으으으으윽!”

반으로 잘려나간 화살의 통제권을 가져온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을 테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기어시가 깨져버린 헤스티야의 내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리한은 추락하는 그리폰을 박차며 엄청난 속도로 뛰어올랐다.

슈우우우우우웅­

“쉐, 쉐도펙스!!”

자신을 향해서 로켓처럼 맹렬히 돌진해오는 그를 상대로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그리폰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동맹의 다른 라이더들은 후계자의 엄청난 신위에 압도되어서 헤스티야를 호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한심한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무리 그의 무공이 고강하다고 해도 하늘에서 그리폰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그녀에게도 있었다.

[비월신기!!]

펑! 퍼퍼퍼펑! 퍼퍼퍼퍼퍼퍼펑!!

리한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것과 동시에 하늘 위로 발자국처럼 터져 나오는 파공성이 자신을 향해서 맹렬한 속도로 접근해 왔다.

경공술의 극에 달한 자만이 선보일 수 있다고 하는 전설의 경지.

그 이름은­

“허공 답보…”

“정답이다.”

퍽!

등 뒤에서 들려오는 리한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의식을 잃고 그대로 고꾸라져버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있어라. 뒤지기 싫으면…”

카오오오오오♡

주인이 당해서 분노해 날뛰는 그리폰에게 자신의 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뿌려서 블러드 디자이어를 사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숨에 고분고분해지며 귀엽게(?)애교를 부려왔다.

하지만 이 광경은 동맹의 다른 라이더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비쳤다.

[혀, 협박으로 그리폰을 굴복시키다니…]

[농담이지? 드래곤을 상대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창공의 왕이란 말이야!]

[도대체 얼마나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

의도한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유리해졌다.

솔직한 상태를 토로하자면 조금 전의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모든 내력이 바닥나버린 리한.

고장 나버린 8톤 트럭을 유일하게 멈춰 세우는 방법은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 달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C급 무장이 덤벼들어도 승산이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쉐도펙스의 머리를 밝고 올라서면서 있는 힘껏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성대하게 허세를 부렸다.

“도대체 얼마나 시체를 늘려야 만족할 테냐?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큭!]

오만한 도발에 무기를 움켜잡으며 부르르 떠는 동맹군.

하지만 결국에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하나, 둘 무장을 해제하면서 백기를 들어 올렸다.

[항복하겠습니다!]

그렇게 승리는 리한의 손에 돌아갔다.

****

패배가 확정되기 얼마 전.

전술 마법의 영향 범위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던 카슨 남작과 버건디 가문의 그리폰 라이더들은 별다른 피해 없이 아슬아슬하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이게 도대체 무슨…난리란 말인가?”

“전술 마법입니다! 이 마법은 틀림없이 다운 스트림 버스트…저, 적습입니다!”

“뭐라고? 그, 그렇다면 자네가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이 설마?”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적들이 구름 위를 날아서 산시아 성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만…”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산시아 성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함락당할 정도로 만만하지도 않을뿐더러, 버티는 사이에 회군하는 라이더들에게 양쪽으로 협공당해서 전멸할 뿐이다!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모르다니 이런 한심한 녀석을 봤나?!”

그가 그렇게 자신의 측근들하고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버건디 가문의 라이더들은 추스른 크랑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지상에서 쏘아 올린 폭죽이 동맹군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동한 모양입니다. 후계자 진영에 놀라운 용병가가 있는 것 같군요. 참으로 대담무쌍한 작전이 아닙니까?”

“무슨 태평한 소리를 하시는 것이요?! 지금 당장 고립당한 아군을 구원하러 가도 모자란 판에…”

“글쎄요?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솔직히 이런 결과가 나와버리니 이제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게 무슨…”

때마침 구름이 걷히며 전장의 모습이 드러났고 기진맥진한 동맹군에게 달려드는 팔콘 전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신기에 가까운 리한의 활약이 아니더라도 전세는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상황.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동맹군에게 승산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서 아군을 도와야…”

“가실 테면 가시오. 마지막 인정을 베풀어서 잡지는 않으리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승산이 없는 싸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는 않을 생각이오.”

척!

크랑이 신호를 보내자 버건디 가문의 라이더들은 일제히 새하얀 띠를 꺼내서 자신들의 어깨에 둘러메 버리고 말았다.

가문의 깃발에도 마찬가지로 투항을 상징하는 새하얀 천을 매달아버리는 기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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