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화 〉 (H이벤트 포함)전쟁 준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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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뻐하면서 달려드는 라운드 시스터즈에게 정액을 쏟아내고 난 후에 돌아와서 밤새도록 모녀 덮밥을 즐겼다.
다음날 오전 10시 30분.
이런 와중에 혼자서 방치된 샐리는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밤새도록 불안에 떨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죄송한데…거기 누구 없어요?”
벌써 수십여 차례.
쇠창살 바깥의 적막한 복도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날려 보내는 그녀.
“도대체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간수도 없이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다니…”
허세를 부리며 투덜거렸지만 기분 나쁜 적막함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소심해졌다.
터무니없는 누명을 써버렸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당할지 두려웠지만, 이렇게 방치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음껏 악다구니라도 부릴 수 있도록 심문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버릴 정도였다.
‘…친가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해 볼까? 아니야. 그 인간들에게 손을 빌리느니 차라리 자결해버리고 말지.’
몸수색으로 빼앗기지 않은 겜빗 가문의 엠블럼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는 그녀.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에 마주한다고 해도 집안의 후광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테지만, 독립하겠다면서 큰소리치고 도망쳐 나온 주제에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징징거리는 것은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는다.
“하아. 하필이면 집안에서 가지고 나온 마도구 때문에 발목이 잡혀버리다니…”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무의미하게 대기의 밀도를 더하고 있을 때.
따각 따각 따각 따각
적막한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자신도 모르게 반색해버린 그녀.
재빠르게 쇠창살로 달려가서 바깥 상황을 확인해보니 소냐와 파냐가 검은색 좌부동의 뒤를 따라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선배님!!”
“…”
“선배님?”
“선배? 아, 그래. 내가 소냐였지?”
“…창살 뒤로 물러나서 벽으로 붙어.”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는 소냐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마침내 독방 신세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린린의 지시를 따라서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철그럭, 철컹!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심문은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죠?”
“…몰라.”
“모르다니 그런 무책임한 소리가…”
펑!
감옥문을 잠그고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순간이동으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쾅!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죄 없는 쇠창살을 걷어차면서 분을 삭혀보려고 했지만 쓸데없이 자신의 발만 아플 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땠어요? 후계자한테 이상한 짓을 당하지는 않았죠?”
“이, 이, 이, 이, 이상한 짓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
“헤헤헤♡”
‘둘 다 왜 이래?’
샐리의 질문에 소냐는 엄청나게 동요하면서 부들부들 떨었고 파냐는 발그레하면서 몸을 베베 꼬았다.
상반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말문이 막혀버렸지만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심문 결과가 어땠냐고요. 혐의는 풀렸어요? 언제 나갈 수 있대요?”
“아, 심문…그랬지? 걱정하지 않아도 금방 풀려날 거야. 인터뷰도 재개할 예정이고 말이야.”
“정말인가요?”
“엄마! 그게 아니잖아요. 소곤소곤소곤…”
‘엄마?’
이상한 호칭도 신경 쓰였지만 자신을 빼놓고 귓속말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응. 응! 그랬지. 일단 암살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는 풀렸어. 인터뷰는 오늘 밤에 재개할 예정이고 얌전하게 카메라 촬영에만 전념하는 조건으로 자기도 참석할 수 있게 해주겠데. 하지만 지하 감옥을 나가는 것은 우리뿐이야. 자기는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래.”
“어째서요?!!”
“몰라서 물어? 쥐새끼처럼 몰래 주인, 후계자님의 약점을 캐내려고 했잖아! 괘씸죄로 사형당해도 할 말이 없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윽! 그, 그건 그렇지만…어째서 나만 빼고 두 사람만…”
“저희만 먼저 석방되는 게 불만이라는 거예요? 선배.”
“아, 아니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니기는 뭐가 아니에요? 선배님은 정말로 뻔뻔하시네요. 이런 일에 저까지 휘말리게 한 것도 그렇지만 애초에 PD님을 끌어들인 것도 선배님이셨다면서요? 저희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이 있다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웃으면서 화를 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깔보고 있었던 후배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을 몰아붙이자 샐리는 순식간에 코너에 몰려버리고 말았다.
“네 말이 맞아. 말려들게 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하지만?????”
“미안해, 아니. 미안해요.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파냐.”
“당연히 그러셔야죠!”
확실한 사과를 받아내고 나서야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다.
“그래, 그래. 이참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욱하는 성질머리를 고쳐서 돌아오도록 해. 방송국에는 잘 말해둬서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말이야. 주인, 후계자님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고, 토끼!”
“맞아요! 주인, 후계자님이 얼마나 늠름하고 멋진…자상한 분이신데요.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별다른 처벌 없이 풀어주실 거예요, 토끼!”
‘토끼?’
두 사람이 나란히 리한을 칭찬하는 것도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가끔 이상한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반응이 이상해지는 포인트는 주로 후계자를 언급하거나 떠올리는 대목.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들처럼 얼굴을 붉히며 몸을 베베 꼬아대는 모습이 마녀의 매료 마법에 세뇌당한 것처럼 살짝 으스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파냐는 원래 그랬다고 해도 소냐 선배까지 주책맞게 왜 이러는 거야? 확실히 얼굴만 보면 괜찮은 미소년이지만 아무리 그래도…설마 정말로 이상한 약물에라도 중독된 것은 아니겠지?’
날카로운 기자의 육감으로 이번에도 순식간에 진실 가까이 도달하는 데 성공한 샐리였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결정적인 정답에 도달하는 데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두 사람이 중독된 것은 물은 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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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쁜 이유는 규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절대로 허락받지 못할 수많은 범죄와 폐륜이 특수상황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정말로 룰이 존재하지 않았던 무차별의 막싸움은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옛날에. 인간들이 문자를 발명했을 때 무덤에 있는 귀신들이 사흘 밤낮을 통곡하고 하늘에서는 곡식으로 된 비가 쏟아져 내렸다고 하더군. 왜 그런지 알아?”
갑작스러운 리한의 질문에 루돌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귀신들이 통곡했다는 것은 아마도 지성을 얻은 사람들이 미신과 신비주의를 타파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곡식이 쏟아져 내리는 것도 하늘이 만물의 영장인 인류를 축복해주는 징조일 테고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생각하다니 자네는 생각보다 로맨티스트였군.”
“크흠, 크흠. 그래서…정답은 무엇입니까?”
겸연쩍은 것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되물어 왔다.
“안타깝지만 정 반대야. 귀신들이 곡을 한 이유도 곡식이 쏟아져 내린 이유도 전부 다 후손들을 불쌍하게 여겼기 때문이지.”
“…불쌍하게 여겼다고요?”
“그래. 우리는 흔히 문자가 없는 먼 옛날의 사람들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워. 가장 발전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야말로 가장 문명적이고 품위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
“맞는 말씀이 아닙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아주 심플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서 주먹 다툼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고 말이야.”
“폭력보다는 대화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습니까? 모든 법과 질서, 집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약자를 존중하고 원칙과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루돌프의 말에 리한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노력. 그래…노력은 하고 있지. 네 말대로 인류 사회는 점점 발전해 왔어. 어쩌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야. 왜 세상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전쟁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민간인 희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지?”
“그건…”
청산유수로 대답해 나가던 그의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한 녀석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래리님의 이름으로 가짜 후계자를 옹호하는 저 어리석은 민중들에게 화염과 불의 심판을 내려라!!]
두 사람이 바라보는 스크린 너머에는 지옥이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대학살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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