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1화 〉 (H이벤트 포함)전쟁 준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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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3번째 질내사정을 당했을 때였다.
수십 번의 오르가즘으로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오로지 성욕에 지배당하는 짐승으로 전락해버린 그녀.
아무리 그래도 딸의 얼굴에 조수를 분사해버린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기는 했다.
잠시 후.
리한은 두 사람에게 감동(?)적인 모자 상봉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
“…”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재회.
그녀들의 입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섹시한 바니걸 차림으로 서로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두 사람.
중간에 앉아 있던 리한이 보다 못해서 운을 띄웠다.
“파냐, 이쪽은 소월이라고 한다. 너에게는 소냐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지만 사실은 둔갑술로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네 친 어머니라는 거지.”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그렇다는데, 딸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지?”
“따, 딸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온도의 차이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상대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만은 확실하게 일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20년 만에 이루어진 가족 상봉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씁쓸한 풍경.
그것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었던 리한은 자신이 발 벗고 희생(?)해서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켜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파냐!”
“네? 읍, 으으으읍?!”
고개를 돌리는 순간에 입술을 약탈해버렸다.
츄르릅, 츄우웁, 츄으읍, 쮸우우욱
“꺄아아아아악! 딸에게서 떨어지지 못해?! 이 더러운 짐승 새끼가…”
깜짝 놀란 소월이 리한에게 달려들어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봉인 당한 그녀의 손찌검은 새끼 고양이의 기분 좋은 꾹꾹이 안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파핫
결국에는 즐길 것을 모조리 즐기고 나서야 떨어지는 두 사람.
“하으으으으. 바, 방금 그게 첫 키스였는데…”
“싫었느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파냐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붕붕 저었다.
이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소월을 쳐다보는 리한.
“딸이 아니라더니?”
“…큭! 전부 알고 있는 주제에 뻔뻔하게…꺅?”
“후계자님?!”
그는 두 여성을 끌어당겨서 자신의 품속에 안았다.
양손의 꽃, 두 마리 토끼.
“그러니까 쓸데없는 고집부리지 말고 서로에게 솔직해져라. 하고 싶은 말을 괜스레 쌓아둬봤자 속병밖에 더 되겠느냐? 어서 빨리 흉금을 털어놓고 화해하도록 해라. 그리고 사이좋게 나에게 안겨라!!”
“결국에는 그게 목적이잖아요! 이런 저질…”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요?”
“뭐???”
발끈하며 외치던 소월은 예상하지 못했던 딸의 차가운 목소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제 눈이 옹이구멍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후계자님하고 그, 그렇고 그런 짓을 하면서 즐길 대로 즐겨놓고서 이제와서 뻔뻔하게…아버지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는데…이런 배신자!!”
“아, 아니야!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전부 이 남자 때문에…”
“닥치세요! 이것도 저것도 모조리 자업자득이잖아요?! 하필이면 후계자님의 목숨을 노린 비열한 암살자가 당신이라니…그동안 소냐 PD님의 행세를 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속여온 거죠? 그렇게 사람을 가지고 노니까 기분이 좋아요? 심지어 당신의 모함 때문에 샐리 선배는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고요!!”
“!!!”
세차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문책을 당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그저…너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라고요? 도대체 뭐가 저를 위해서라는 건데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죠. 모두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야반도주를 해버렸다고 수군거렸거든요!”
“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니…”
“차라리 그랬으면 나을 뻔했어. 내가 이런 사람을 기다려 왔다니…그거 알아요?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밤늦게까지 혼자서 남아있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하루종일 일하다가 지친 몸을 끌고 헐레벌떡 뛰어오셔야 했고요.”
“…”
“아버지는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죄송하다고 싹싹 비는 것이 일상이었죠. 정작 선생이라는 작자들은 지독한 이종족 차별주의자라서 뒤에서 몰래 손찌검을 해왔는데도 말이에요.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아무것도 하실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그 어린이집이 아니면 받아주는 곳이 없었으니까!!”
“파, 파냐…”
“저에게 손대지 마세요!!”
짜아아악!
울먹거리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손을 뻗었던 소월은 강하게 뿌리쳐지자 움찔하더니, 이내 두 귀와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것을 대신 다독여주는 리한.
“진정하거라. 뭐처럼 예쁜 얼굴이 눈물로 일그러지지 않느냐?”
“후계자님…”
“뭐, 자업자득이라는 사실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말이야.”
“당신…”
분노해서 입술을 깨무는 검은 바니걸에게 자중하라는 신호를 보낸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무슨 내막이 있었는지는 들어두는 게 좋을 거야. 상대를 미워하기는 쉽지만 소중한 관계를 망가트리면 자신에게도 상처가 남거든. 가시처럼 깊게 박혀서 뽑아내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 오히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 오지.”
“내막…이라고요?”
“뭐, 스스로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니까 내가 가르쳐주도록 하지. 20년 전이라면 짚이는 사건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하으으으윽?!”
대번에 정색하는 소월이었지만 유두를 꼬집히자 칠칠맞은 소리를 내면서 허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정신은 돌려놨지만 몸은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져 있었던 그녀.
“조용히 다물고 있어. 아니면 딸의 앞에서 남근을 물게 해주지.”
“크으으으윽!”
“그래서 2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파냐가 굴욕적이라는 표정을 짓는 어머니를 개의치 않고서 질문해 왔다.
“그 시기에 앵커리지 공화국에서 한창 화제가 되었던 입법 논의가 있었지. 이종족 특별 자치구의 설립. 뭐, 지금도 자치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과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랐어. 말이 거주구였지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유 신분의 모든 이종족을 수용시설에 가두자는 거야. 그것도 홀로코스트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끔찍한 장소에 말이지.”
“고, 공화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자 리한은 피식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황당하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을 테고, 기록으로 찾기도 어려우니까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같은 봉건주의 전제국가에서는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가르쳐주는 예시로 배우게 하는데 말이야. 사람이 이래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니까?”
“…”
파냐가 알고 있었냐는 시선으로 모친을 쳐다보자 고개를 돌려서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반응을 통해서 오히려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 법이 어떻게 되었죠?”
“결과적으로는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어. 상당히 아슬아슬한 표차로 말이야. 코로나 특권 계급의 이권이 얽혀있는 사안이라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하지. 뭐, 이유는 짐작이 가지만.”
“…부디 가르쳐주세요, 후계자님.”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애원해 왔다.
“후후후후. 제법 애교를 부릴 줄 아는군.”
쪽!
“두, 두 번째 키스를…”
“크윽!”
꽁냥거리는 모습에 다시 한번 분노하는 소월이었지만 이번에는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애꿎게 자신의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소문이 하나 있었다.”
“소문…이라고요?”
“그래. 어떤 거대한 세력이 뒤를 봐주는 조직에서 기를 쓰고 입법을 막아냈다고 하더군. 합법적인 방법만이 아니라 암살, 매수, 협박, 회유, 그야말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말이야.”
“어째서 그런…”
“이유는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입법 저지를 위해서 영혼까지 팔았던 여자가 눈앞에 있으니까 말이야.”
“그, 그 사실을 어떻게…”
“척하면 척이지.”
“후계자님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이에요?”
딸의 추궁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사실이야. 은요호 기관…아니, 그때는 제국 첩보부라는 이름이었지. 그곳에서 친 제국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에게 강력한 압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직접 문을 두드려 보니까 여러모로 상상을 초월하는 단체이기는 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어째서 제국에서 그런 입법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만 두려웠기 때문이지.”
리한이 대신 입을 열었다.
“두려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