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화 〉(H이벤트)오프 더 레코드(4)
사방에서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
궁지에 몰린 샐리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서, 선배님까지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시면서…”
“사정이라니? 나는 자기가 후계자님의 약점을 잡으려고 몰래 녹음장치를 반입한다는 것만 알았지, 거기에 통신 기능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게다가 우리 중에서 암살자와 내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도 자기밖에 없잖아!!”
“큭!”
대놓고 파냐의 존재를 무시하는 발언이기는 했지만 도저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흐음, 그렇군요. 처음부터 제 약점을 잡으려고 함께 수작을 꾸미셨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화를 조용히 경청하면서수첩에다가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리한.
두 사람의 표정이 더욱 사색이 되어버리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그걸 말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정말로 아니라니까요! 게다가 제 물건에 통신 기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완벽한 증거라고 할 수가 없다고요! 암살자들이 우리를 미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방송국에서 섣부르게 내보낸 뉴스 속보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겜빗 양.”
“…네?”
중간에 끼어든 리한이 그녀를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밀고자가 있습니다. 사로잡은 암살자 하나가 여러분 중에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거든요. 정체를 밝히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지목하지는 못했습니다만…지금 상황에서 가장 수상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환기해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귀를 톡톡 건드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전음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거짓말하지 마세요!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도 유분수지…”
“제발 그만 하세요, 선배님!!”
가만히 있던 파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더는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
“이렇게 증거가 명백한데 도대체 어디까지 추해지시려는 건가요? 정말로 실망이에요, 대실망!! 한때는 진심으로 존경했는데…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고요! 정말로 너무해!!!”
“아니. 정말로 내가 아니라니까!”
“그만해, 자기…그래도 한때는 후배였으니까 선배로서 마지막 충고를 할게. 자수해서 광명 찾아! 파냐만이 아니라 자기 한 사람 때문에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당하게 생긴 줄 알아?”
“선배님까지! 저는 정말로…”
“다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내부 분열이 심해지자 리한이 조용히 운을 띄웠다.
“겜빗 양이 내통자라고 해도 나머지 분들의 혐의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중의 다른 공범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고, 공범이라니…”
“저희는 정말로 억울해요. 후계자님!!”
소냐와 파냐가 애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여러분이 래리 파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뭐가 꺼림칙한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그에 대한 처벌은 별도로 이루어져야죠.”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읏.”
“저, 저는 정말로 아닌데. 전부 두 사람이 꾸민 일이라고요!”
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막내 리포터가 서둘러 두 사람을 손절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리한.
“흠, 확실히 일리는 있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파냐 양에게는 관대한 조치를 약속드리겠습니다. 란란, 린린! 두 사람을 지하 감옥으로 데리고 가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후계자님!!”
“지, 지하 감옥이라니…”
“아이고, 후계자님!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어흐흐흑! 내가 어쩌다가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가서…아이고, 내 신세야!!”
확연한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그나마 인터뷰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군요. 물론 서로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서 취재가 아닌 취조가 시작되겠지만 말입니다. 후후후후후후.”
부르르르르-
지금까지 정중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모골이 송연해지는 웃음소리를 터트리는 리한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는 소냐 일행이었지만, 그녀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에서 유일하게 진심이라는 사실을.
‘이게 바로 싹쓸이라는 거지.’
완벽하게 자신의 함정에 빠진 먹잇감을 바라보면서 그는 어떤 요리가 좋을까 고민하는 셰프 & 미식가처럼 입맛을 다셨다.
****
우선, 인터뷰 떡밥으로 래리 파벌을 별궁으로 유인한 것은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일이 풀리기는 했지만, 사나그에 남아있는 잔당이 그만큼 절박한 궁지에 몰려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
생방송으로 래리 파벌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를 목격한 자들이었기 때문에 항복하거나 마지막 도박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는이지 선다에서 후자를 고른 것이었다.
리한은 이런 심리를 꿰뚫어보고 별궁 전체에 함정을 만들어 놓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나그에 도착한 첫날부터 제작해놓았던 방어 수단을 지금 와서 활용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기본적으로는 야월과 폭스 하운드를 일망타진했을 때와 똑같은 수법.
이번에도 역시 아키텍트와 디스트로이어를 사용해서 적들을 무력화시키는 함정을 만들어 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쓰러져 버린 암살자들.
리한은 그중에서 예쁜 여자만 선별해서 포로로 만들고 나머지는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것이 당연한 대가이기도 했지만 마스터 코어를 비장의 수단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목격자를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목격자를 살려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해피타임.
참고로 소냐 일행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분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로잡은 포로들을 고문(?)하는 과정에서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우뚝-!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이어가다가 움직임을 멈추는 리한.
“그러니까…소냐 일행 중에서 정말로 너희와 내통하고 있는 협력자가 있다는 말이냐?”
“하읏, 하읏, 하으으으읏. 네, 네! 얼굴은 모르지만 통신 마법을 사용해서 별궁의 경비 상황을 모스 부호로 알려줬습니…아흑!”
육봉을 깊숙이 찔러넣자 자지러지는 비명을 뱉어내었다.
노랑 곱슬머리.
목덜미를 타고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에로틱했다.
자신의 이름을 리리카라고 밝힌 그녀는 현재 양손과 목이 차꼬에 고정 당해서 후배위 자세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리한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양쪽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여성의 숫자만 12명.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해서 마치 집단으로 사육당하는 가축들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린 암살자들에게는 그마저도 관대한 처분에 속하는 편이었다.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
벌써 태반이 넘는 인원이 아헤가오를 지으며 의식이 날아가버렸고 그녀들의 가랑이 사이에서는 예외 없이 질내 사정한 정액이 역류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재갈을 물려서 자해할 수도 없는 상태로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는 것을 꼼짝없이 지켜봐야 하는 나머지 여성들은 하나같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 공포에 굴복한 사람이 바로 리리카였다.
“그것참,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리한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혓바닥으로 등골을 핥고 올라갔다.
“히이이이익! 유, 유용한 정보를 알려드렸으니까 제발 용서해주세요!”
“미안하지만 아직은 안 돼.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를 이야기해준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무엇이든지 질문해주세요!!”
“정체를 모르는 내통자를 순순히 신뢰한 이유가 뭐지? 아무리 상황이 급했다고는 해도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데 말이야.”
“어, 얼굴은 모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저는 말단이라서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지만 꼬리 여섯 개가 달린 여우 뱃지를 받았다고…”
“꼬리 여섯 개가 달린 여우???”
이 말을 듣기가 무섭게 가늘어지는 리한의 눈매.
당연하지만 짚이는 구석이 있는 실마리였다.
‘은요호 기관…T-7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제니아를가만히 넘겨줄 수는 없다는 것인가?’
꼬리 여섯 개가 달린 여우 뱃지라면 육미호의 직속 수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도 이렇게 단독 작전을 실행할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라면 폭스 하운드에 필적할 만한 특급 암살자일 터.
무엇보다 자신의 눈을 감쪽같이 속인 것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후후후후. 설마 내 눈을 속이고 여기까지 잠입해 들어오다니 재미있게 되었군. 하지만 자신이 이미 독 안에 든 쥐라는 사실은 모르겠지? 어떻게 발악하는지 솜씨나 구경해 보실까?”
“그, 그러면 이제 저는 용서해주시는 거죠? 제발 질내사정만은 용서해 주세요. 오늘은 위험한 날이란 말이에요!!”
우뚝!
“…예쁜 아기를 낳아라.”
“악마아아아아아아!!”
지하 감옥에서 울려 퍼지는비명이 열락에 가득한 교성으로 바뀌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