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폭로(2)
****
“지루해.”
우뚝-
턱을 괴고 앉아서 중얼거리는 돌로레스의 말에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메이드가 사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마님!”
“후후후♡ 괜스레 찔끔했구나. 너를 보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귀여운 녀석.”
“앗, 그러니까. 그게…네.”
턱을 들어 올리자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오늘 들어온 신입이라고 했지? 됐으니까이만 가보렴.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켜서 미안하구나.”
“가, 감사합니다. 마님!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허둥지둥 허리를 숙이며 외친 메이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듯이 그곳을 떠났다.
돌로레스는 이 모습을 입맛을 다시며 바라봤다.
“귀여워♡”
“조금 질투 나는군요, 마님. 이제 저는 질리신 겁니까?”
“그럴리가 있겠어? 루시타. 내가 자기를 얼마나 아끼는데 말이야. 으음, 츄르르릅, 츄우웁, 츄우웁.”
알몸으로 백허그를 하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메이드장과 끈적한 키스가 이어졌다.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으며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후끈 달아오른 두 사람.
“역시 처녀겠지?”
“밤에 깨끗이 씻겨서 침실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해. 후후후후. 순진한 외모를 하고 있는 주제에 어떤 귀여운 목소리로 울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차분하게 내 색으로 물들여가는 과정은 언제라도 각별하다니까?”
조금 전에 자리를 떠난 메이드를떠올리면서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과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티!”
“아티. 부르셨어요?”
호명을 듣고 앞으로 나오는 서큐버스.
보라색 약병을 개방한 돌로레스는 안에 있는 끈적한 보라색 액체를 손바닥에 듬뿍 묻혀서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발랐다.
움찔!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이상야릇한 향기.
하지만 주변에 있는 여자들은 그것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차리고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일제히 얼굴을 붉히며 가랑이를 움찔거렸다.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은 카티도 마찬가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호흡도 거칠어졌다.
“핥고 싶지?”
“아티. 물론이에요, 주인님. 제발 그 성스러운 장소에 봉사하는 것을 허락해 듀세요오…”
“카티. 저도요, 저도. 이 보잘것없는 악마 자매들에게 부디 자비를…”
호명하지도 않은 다른 자매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다른 여자들까지 지명된 사람에게 부러움을 감추지못했다.
“후후후후. 오랜만에 자매 두 사람에게 봉사를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어디 한 번 서큐버스답게 재주껏 나를 즐겁게 해보려무나.”
“아티. 감사합니다, 마님!”
“카티. 열심히 봉사할게요!!”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큐버스 자매는 밥그릇에 달려드는 새끼 강아지들처럼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돌로레스의 체격도커다란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날씬한 두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공동 작업.
루시타는 그것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꿀꺽, 오늘은 자매들이 횡재하는 날이군요.”
“후후후후. 이거 한 병이 같은 무게의 다이아하고 맞먹는 가격이니까 말이야. 응흣♡ 유니콘의 뿔하고 뭐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봉황의 눈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앗♡ 좋아, 바로 거기야. 조금만 더 강하게…응크으읏. 하아, 하아. 연금술사 녀석들의 허풍은 예전부터 알아줬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어찌나 비밀스러운지. 흐으으응읏! 시, 실제로는 뭔지알 게 뭐야? 성능만 확실하면 되지.”
“맞는 말씀입니다.”
“어쨌든 이것으로 영결식도 지루하지않게 볼 수 있겠네.”
돌로레스는 자신의 아랫도리에서 열심히 츄읍거리면 봉사하는 자매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들의 눈앞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 화면에는 오필리아가 연설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까 전의 아이는 별로였습니까?”
“처녀니까 어쩔 수 없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처럼…흐읏?! 형편이 없더라고. 더럽게 침만 묻히고 말이야.”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가르치는 보람은 있는 법이죠.”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역시 자기하고는 말이 통한다니까♡”
살포시 웃음을 터트렸지만 다시 스크린 화면을 쳐다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차 인상을 일그러트리고 말았다.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말도 더럽게 기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러는 거야?”
“도저히 참기 어려우시다면 차라리 이쯤에서 시청을 중단하시는 것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직접 참석하지는 못해도 세경가를 향한최소한의 예우는 지켜야 한다나 뭐라나. 에휴, 이놈의 백작 부인 노릇을 하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아요. 뭔 놈의 연례행사가 이리도 많은지…”
영결식을 연례행사라고 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었지만 루시타는 그런 것을 지적할 정도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나마 오필리아가 예뻐서 봐주는 거지. 칙칙한 아들내미가 나와서 사회를 봤으면…어휴.”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난다는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도 동의합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요정처럼 아름다운 백발. 아스트라세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기품과 외모를 가지고 있는 분이시죠.”
“그러게 말이야. 후읏♡ 저이는 도대체 자기 관리를 어떻게 저렇게 잘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알고 있기로는 설영빙천공을 수련한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틀림없이 뭐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겁니다.”
“역시 그렇겠지? 하아, 자작 부인만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보는 건데…”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서큐버스 자매에게 봉사를 받는 와중에 마침내 기조연설을 끝낸 오필리아가 뒤로 물러서면서 커다란 식장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지금부터 남편의 유언장을 공개하겠습니다.]
“유언장? 루돌프가 도대체 무슨 영상을 남겼다고 저렇게 정색하는 거야?”
“…글쎄요?”
두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를 쳐다보는 와중에 화면이 밝아지면서 영상기록장치에 기록된 내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허어어어-]
시작부터 터져 나오는 객석의 비명과 탄성.
그도 그럴 것이 화면을 틀기가 무섭게나오는장면이 잔인하게 고문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끔찍한 몰골의 남자가 밀실로 짐작되는 장소에 묶여서 기절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그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촤아아아아악!
[으어어어어억!]
[잠깐 쉬었으니까 다시 시작해 볼까?]
[아, 안 돼! 알겠습니다. 말할게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르쳐드리겠으니까 제발 그만해주세요. 으허허허헝.]
얼굴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피멍이 들고 퉁퉁 부어버린 남자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울지 마라. 사내새끼가 울어서 쓰나? 자식이 진작그렇게 나올 것이지. 쓸데없이 자결시도나 하고 말이야. 누가 암살자 소속 아니라고 할까 봐.]
‘암살자?’
어째서인지 불길하게 울리는 단어에 싸늘한 비수가 날아와서 가슴에 꽂히는 돌로레스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불안감이 적중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소속과 이름을 말해라.]
[야, 야월…암살조에 소속되어 있는 15호입니다.]
[15호가 이름이야?]
[원래 이름은 모릅니다.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도…갓난아이 시절부터 조직에 키워져서 시험에 통과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만 번호를 주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네 안쓰러운 과거사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
[죄, 죄송합니다! 크읏?!]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복면의 남자가 암살자의 머리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 그만. 지, 지금 당장 저것을 멈추라고 해!! 현장에 연락해. 아니, 방송국. 일단은 방송국부터 연락하도록 해. 어서 멈춰야 해. 지금 당장!!!”
“마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돌로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렇게 외쳤지만 루시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사람도 영문을 몰라서 우물쭈물하는 사이.
암살자의 입에서 절대로 세상 바깥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쾅!!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은 이거야. 도대체 네놈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천년 가문의 후계자인 리한님의 목숨을 노렸냐는 것이다!!]
[도, 돌로레스님이십니다!! 돌로레스님이월주에게 명령해서 3년 전의 뒤처리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웅성웅성!
이 말과 동시에 영결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