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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4화 〉폭로(1) (244/429)



〈 244화 〉폭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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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도대체 제대로 된 언론 활동은 언제 할  있는 건데요?”

“제대로 된 언론 활동? 호호호.”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자 샐리는 발끈해버리고 말았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제가 존경하는 어느 분께서는 기자의 사명이란 부당한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 싸우며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히끅?!!”

 말을 들은 소냐는 깜짝 놀라서 딸꾹질했다.

“그, 그래?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닥 현실을 모르는…”

“아직도 시치미를 떼다니. 애초에 제가 누구를 쫓아서 이런 시골 방송국으로 내려왔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꿀꺽.

“호, 혹시 나야?”

“예전 인터뷰 기사는 읽었습니다, 선배님.”

“앗, 아아…”

“외로운 늑대 소냐. 아스담의 진실을 파헤치다. 카터 하원의원이 건설한 범죄의 왕국, 정경유착에 뒷 세계 마피아까지 연루되어 있는 카르텔의 실체를 폭로하여 올해의 기자로 등극. 오늘 밤도 날카로운 스코프가 매의 눈처럼 먹이를 노린…”

“꺄아아아아악!! 제발 그만해, 자기!!”

“과거의 자신을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정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철이 없었어. 제발 잊어버리고 싶은 흑역사란 말이야! 특히 그 외로운 늑대니 뭐니 하는 소리는 제발…으으으으. 젊은 시절의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업보가 여기에서 폭발해 버리다니.”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에 샐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시절의 PD님. 아니, 선배는 정말로 멋있으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는 뭐라고요? 어쩔  없다니 앞으로 이빨, 손톱 다 빠진 호랑이처럼 순둥순둥하게 살겠다는 거예요?”

“그게 뭐가 나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자는데. 하아, 이제는 정착해서 조금 편하게 살아보는가 했더니…”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후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이마를 주억거린 그녀는 살포시 한숨을 토해내며 재차 입을 열었다.

“대체 무엇을 하고 싶어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방송국 형편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 이 나라에는 언론의 자유라는 게 없어. 기사를 써도 실어주지 않고 카메라로 찍어도 내보내 주지를 않는데 말이야.”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시간 없으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자기.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루돌프 각하의 영결식을 촬영하는 거야. 역사를 바꾸는 것은 저 사람들이지. 우리가 아니라니까?”

흠칫!

[처음부터 너희 같은 녀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팔랑거리면서 돌아다니지 말고 카메라나 돌리도록 해라. 그게 역사가 바뀌는 순간에 너희들이 그나마 유일하게   있는역할이니까 말이야.]

별다른 생각 없이 꺼낸 소냐의 말이 어째서인지 수수께끼의남자가 자신에게 건넨 충고와 오버랩되었다.

‘역사를…바꾼다고?’

당시에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는 바람에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가 버리고 말았지만, 남자들의 말과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수상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게다가 현재의 상황.

날카로운 기자의 본능이 발휘되면서 샐리의 두뇌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선배!!”

“어휴,깜짝이야. 자기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리고 선배가 아니라 PD라고 불러야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선배!!”

덥썩!

그렇게 외치며 양손을 강하게 붙잡아 버렸다.

우드드드득-

“아파! 자, 잠깐 진정해. 자기!엘리트 무장 교육을 받았다는사람이 일반인의 손목을 이렇게 세게 쥐면 어떻게 해? 아파, 아프다니까?! 아야야야야야! 이게 젊음이니?!”

열심히 엄살을 떨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놓아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어휴, 아직도 얼얼하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데 급발진을 하는 거야?”

“지금 촬영하는 영결식. 생방송이죠?”

“응, 그렇지. 일단 방송국 스튜디오로 연결해서 중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생방송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까.”

“혹시 이게 어디 어디로 방송되는지 아세요?”

“어디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제니아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돌로레스님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귀족 나리들이 시청할 예정이니까 말이야.”

“시청 인원에 일반 영지민들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요?”

“그래. 사나그나 오르드리 같은 대도시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를 한다고 들었어.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물어보는 거야? 자기도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면서…”

“됐으니까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세요. 앞으로  번만 더 토를 다시면 선배님의 흑역사를 방송국 게시판에 박제해버릴 테니까.”

쿵!

“제, 제발 그것만은!!”

순식간에 뒤집힌 갑과 을의 관계에 소냐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무릎을 꿇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저도 일반 시민들까지 영결식을 시청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요. 도대체 언제 그런 내용이 정해진 거예요? 아니, 애초에 우리 방송국에 그럴 돈이 있기는 해요???”

“…아. 자기는 아직 모르는구나. 사실은 며칠 전에 익명으로 엄청난 후원 제의가 들어와서 말이야. 조건이 이번 영결식을 일반 시민들도 볼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정말이에요???”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역시 이번 영결식에는 뭔가가 있어.’

다시 한번 발휘되는 기자의 직감.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하나씩 맞춰지면서 조금씩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뚝-

‘설마…’

그리고 어떤 결론에 도달한 샐리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선배.”

“아, 알았어. 자기. 아프지 않게 살살 물어줘야 해?”

“목덜미를 내밀라는 소리도 아니었고 그렇게 재미없는 줌마 개그에 어울려주고 있을 상황도 아니니까 적당히 하세요. 진짜로 박제해버릴까 보다.”

“너무해!”

귀여운(?)중년 여인이 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으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만약에 영결식 도중에 급하게 방송을 중지해야  정도로 커다란 대형 사고가 터져버린다면…송출을 중단하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그건…”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소냐가 대답하려는 순간.

객석 전체의 조명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중앙 무대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며 아스트라세 가문의 안주인 오필리아가 그 위로 걸어 나왔다.

지이이이잉-

목걸이 형태의 매직 아이템을 가볍게조작하는 그녀.

[우선공사가 다망한 와중에도 이렇게 걸음을 옮겨주신 많은 분에게 가문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경애하는 천년 가문을 대표해서 걸음을 옮겨주신 래리님, 커딩가, 루디아브, 커딩가 가문의 가주님들. 그리고 명망이 높은 수많은 귀족 가문 여러분의 따듯한 조의를 저희는 절대로 있지 않을 겁니다.]

살짝 가라앉은 차분한 목소리.

작게 속삭이는데도 불구하고 마법의 힘으로 객석 전체에 골고루 퍼져 나가서 마치,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려왔다.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여기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이 저희 아스트라세 가문을 곱게 보지는 않으시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기를 내려놓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 이 제니아라는 거대한 운명 공동체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하지만 단호한 어조.

쓸데없이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그녀의 연설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은 순간.

[…그동안 많은 분께서 남편의 사인을 궁금하게 생각하셨을 테죠. 며칠 전부터 조문 행렬이 이어졌지만 아무에게도 알려드리지 못한 이유는 남편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을 마친 오필리아가 신호를 보내자 하인들이 관의 뒤쪽에 마치 병풍처럼 세워놓은 거대한 대형 스크린을 끌어와서 오필리아의 옆으로 세워놓았다.

[저희 자식들에게 그이가 남긴 마지막 부탁은 이 영상기록장치에 기록한 영상을 자신의 영결식에서 공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으니 내용을 보고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러분 각자의 몫이라고 이야기하셨죠.]

웅성웅성.

“크흠!!!”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객석에서 가볍게 소란이 일어났지만 래리가 조용히 하라는 듯이 헛기침을 하자 대번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 편,  모든 상황을 3층 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샐리는 아스트라세 일가와 함께 자리를 하고 있는 수수께끼의 가면 남자를 발견하고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역시  생각이 맞았어. 지금이 바로 역사를 움직이려고 하는 타이밍인 거야. 절대로 놓칠  없어. 특종을 잡을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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