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7)
“일단은 진정해라, 이리나.”
“도련님은 제가 싫으세요?”
버려진 강아지처럼 올려다보며 글썽거리는 그녀.
“싫을 리가 있느냐?”
“저도 좋아해요♡ 헤헤헤.”
배시시 웃으면서 가슴에다가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는 모습이 꼬리가 달려있다면 격렬하게 흔들어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도련님.”
“으, 응?”
“부탁이 있는데요.”
“뭐, 뭐냐?”
“도련님의 입술에 다시 츄♡해도 돼요?”
“…”
고개를 갸웃하며 귀엽게 물어보자 리한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얘를 어쩌면 좋지…’
“안돼요?”
“물론, 되고말고.”
풀이 죽은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보자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
“와~이. 감사합니다, 도련님. 츄우~ 츄우♡ 츄, 츄, 츄우우~ 도련님. 좋아, 좋아, 너무너무 좋아해요오♡”
이미 빙면설화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모습은 원자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
평소에 여러 가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인지 한 번 바깥으로 분출해버리자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대로 주도권을 내줄 수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슴을 움켜잡으려고 했지만 양손에 덥석 붙잡혀버리고말았다.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면서 음미하듯이 눈을 감아버리는 그녀.
“따듯해요, 도련님.”
이어서 다른 손도 붙잡혀서 머리에 얹어졌다.
“쓰다듬어 주세요?”
“아니, 그게…”
“이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세요?”
“…”
거부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귀여움이었다.
쓰담쓰담.
“헤헤헤♡”
머리를 어루만져주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성욕은 사라지고 행복한 기분이 전신에 충만해져서 대뇌 전두엽까지 잠식당해버리고 말았다.
‘모든 인간이 그녀처럼사랑스러웠다면 세상에 쓸데없는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귀여움을 온 세상에 퍼트려야 해. 앞으로 제니아를 지배하게 되면 한 집에 하나의 이리나를 분양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의식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흠칫하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리한.
하지만 정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귀여움이라는 이빨과 사랑스러움이라는 발톱으로 무장하고 있는 흉포한 맹수의 가차 없는 심장 폭행 앞에,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주도권을 내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리나!”
“츄우우우~~”
“츄우우우~~~가 아니라! 잠시 내 말을 들으라니…”
“아이이잉♡ 이리나는 도련님하고 키스하고 싶어요.”
“키스는 이미 많이 했는데…”
“계속하면 안 돼요?”
“아니, 그게…”
“츄우우우~~♡”
리한은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30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폭군에게 꼼짝없이 휘둘리고 난 직후.
“그러니까 이게 아니란 말이다!!!”
“꺄아아악?”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처럼 마운트 포지션을 되찾아 왔다.
이리나를 바닥으로 눕히며 벽치기를 시전.
쿵!
“잘 들어라, 이리나!”
“안아주세요♡”
“안아주는 것은 안아주는 것이지만 일단은 먼저 해야 할 일이…”
“꼬옥 안아주세요?”
“그래. 꼬옥 안아주도록 하마…가 아니라. 어리광은 적당히 부리고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도록 해라!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겠다고 대답한 이리나는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밤의 작법과 에티켓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지 않았었느냐?!”
“네~~”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말…응?”
꾸짖어서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고 했던 리한은 그녀가 주섬주섬 옷을 벗어버리는 바람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스르르르륵-
애초에 가운 하나로 알몸이나 다름이 없는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단단히 조여 매고 있었던 매듭을 풀어버리자 눈처럼새하얀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침이 삼켜지는 몸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손을 대는 것이 망설여지는 조형이었지만 오히려 먼저 다가온 것은 이리나였다.
“쬬오오옥!”
자신의 목을 휘감으면서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난 직후.
살짝 불그스름해진 홍조를 띠며 자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꼬옥 안아주세요?”
“…지금 상황에서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있느냐?”
“물론이에요, 왜냐면 이리나도 도련님과 아이를 만들고 싶으니까요♡”
“…뭣?”
“무읏, 이리나는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거듭해서 무시하자 귀엽게 뺨을 부풀리면서 투덜거렸다.
‘아니, 이건 아무리 봐도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이불 108장 정도는 킥으로 날려버릴 각인데…’
그렇게 흑역사의 어둠 속에서 장렬하게 전사할 희생자들의 미래를 쓸데없이 걱정하고 있으려니, 우물쭈물하던 이리나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와서 귓속말을 조용하게속삭여 왔다.
[도련님을 쏙 빼닮은 귀여운 아기를가지고 싶어요♡]
빠직-
그 순간에 희미하게 자신의 이성을 유지해주고 있던 무엇인가가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이리나!!!!”
“꺄악♡”
그때까지 리한은 이리나를 덮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성욕은 이미 진작부터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아랫도리도 주체할 수 없이 부풀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던 이유는 오로지 양심의 가책 때문.
‘이렇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추잡한 성욕만으로 더럽혀도 괜찮을 걸까?’
자신을 향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한 호의를 드러내는 그녀에게 어쩐지 몹쓸 짓을 하려는 것 같은 죄책감.
머리로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한 자격지심에 사로잡혀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거사는 집어치우고 이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다정하게 꽁냥거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가 속삭인 한 마디로 그런 모든 쓸데없는 근심, 걱정이 한 방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랬다.
상대를 향한 순수한 애정이라는 것은 순수한 성욕과 교집합을 가지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맺어지는 행위에 더러움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이 깨달음과 함께 지금까지 봉인되어 있었던 야수가 힘차게 기지개를 펼치면서 자신의 위용을 세상 만방에 떨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그런데, 내 물건을 봐줘.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리나.”
“히에에엥. 크고 징그러워요. 무서워요~~”
“…”
다시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크흠,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알고 보면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야. 오히려 친하게 지내야 우리 사이에 귀여운 아기를 만들 수 있어.”
“…도련님과의 아기. 가지고 싶어요♡”
상당히 솔깃한 모양이었다.
“한 번 만져보겠느냐?”
“네~”
고개를 끄덕인 이리나는 자신의 물건을 양손으로 덥석 붙잡아서 힘겹게 들어 올렸다.
“어떻지?”
“굉장히 뜨겁고 거칠게 팔딱거리고 있어요. 살짝 이상한…냄새도 나고…읏.”
성욕을 자극하는 음란한 페로몬을 들이쉰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미간을 찌푸렸다.
몸이 뜨거워지고 가랑이 사이가 근질거리는지 허벅지를 움찔거리는 모습이 암컷으로서의 본능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
“혓바닥으로 핥으면 다시 건강해질 거야.”
“우으으으응. 꼭 그래야 해요?”
아직도 무서운 모양이었는지 어리광을 부렸다.
“보기보다 섬세하고 착한 녀석(?)이라니까? 나를 믿어라, 이리나.”
“네, 도련님. 츄웁, 츄르르릅,츄우읍, 츄~♡”
실크러운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열심히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면서 귀두의 갈라진 사이를 혓바닥으로 핥아 나갔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리코더를 부는 모양새.
특별한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능에 따라서 불규칙하게 움직여주는것이 오히려 예측할 수 없고 간질거리는 쾌감을 느끼게 해줬다.
물론, 흐름에 맡겨서 사정하기에는턱없이 모자란 자극이지만 시무룩해진 야수가 다시 건강을 되찾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부르르르르르-
“앗, 움찔움찔 떨면서 다시 커지고 있어요, 도련님.”
“그래. 그렇게 열심히 응원해주면 금방 원래 모습으로 회복할 거야.”
“네에에에~ 츄, 츄우~ 츄우우우, 츄~ 건강해 져라, 건강해 져라아~~꺄~ 다시 엄청나게 커졌다. 헤헤헤.”
생각했던 것보다 성취감이 느껴진 모양이었는지 순진하게 기뻐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르고.
“후후후후. 잘했다,이리나. 이제 귀여운 아기를 만들 수 있겠구나.”
“네, 도련님♡”
“하지만 이제 그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바꿔주지 않겠느냐? 앞서도 말했지만 이제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니까 다른 식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만…예를 들면 아빠라던가.”
“아빠는 싫어요.”
“아니, 그래도…”
“아빠라고 부르는 것만은 절대로 싫어요.”
“…”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각성하기 전하고 다를 바가 없이 완고하기 이를 데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