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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9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6) (229/429)



〈 229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6)

파지지지지직!


“흐갸아아앗?!”

리한은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그녀를 다시 깨웠다.


“슬슬 일어나시지요, 잠꾸러기 공주님.”

“기, 기뎔하디 아냤슙미다!”

“후후후후. 뭐라고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코피부터 닦아드리겠습니다.”

“으읏, 으으으으으…”

아기를 보살피는 것처럼 품에 안고 손수건으로 뒤처리를 해주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좋아, 진정한 모양이니까 재개하도록 하지.”

“…네?”

“밤의 작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니까 실망시키지 말거라, 스승님.”

“아니. 그게 사실은…”

“설마 여기까지 와서 못하겠다고 말씀하시지는 않겠지? 천하의빙면설화께서 말이야. 아니면 품위가 어쨌다느니 떠들어놓고 실제로는 변태스럽게 덮쳐주는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냐?”

“윽!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얕보는 것도 작작 해주십시오. 좋아요, 도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리드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삐뚤어진 심성을 지도해 드릴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해주십시오!”

놀라울 정도로 쉽게 도발에 넘어가서 발끈하며 외쳤다.

덕분에 각오를 다진 모양이었는지 잠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않아서 심호흡했다.


“후우우우우우우-흡!”


기합과 함께 설영빙천공을 운용하는 이리나.

신체 리듬과 혈액의 흐름, 심박 수마저 컨트롤하는 완벽한 전투태세로 돌입해 억지로 명경지수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느냐?”


“그저 최선을 다하려는 것뿐입니다. 지도를 받으시는 입장이니까 지금부터 쓸데없는 소리는 삼가십시오.”


마침내 빙면설화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타격감이 좋았던 샌드백 같은 모습이 사라져서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게 억지를 쓰며 고집을 부리는 모습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좋아. 부끄럼쟁이 색시를 상대하기에는 딱 좋은 핸디캡이라고 할 수가 있지. 도전에 응해주도록 하마.”


“…”


“후후후후.시시콜콜한 잡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건가.”


살짝 삐딱하게 앉아있던 리한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워버렸다.


쿠구구구구구-

덕분에 운우지정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해서 대치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잠시 후에 침묵을 깨면서 흘러나오는 이리나의 목소리.

“배우자는 서로에게 맞절해 주십시오.”


“부족한 몸이지만 오래도록  부탁드리오.”

“소첩도 잘 부탁드립니다.”


살짝 촌극처럼 느껴지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사람 모두 궁중 예절을 마스터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아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제 배우자에게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십시오.”

리한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손바닥이 비단처럼 부드럽구나. 수많은 단련을 거친 무장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야.”


“쓸데없는 발언은…”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지. 나라고 작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느냐? 잠자리에서 상대를 칭찬하고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사의 재량이기도 하고 말이야. 내 말이 틀렸느냐?”

“…아닙니다. 말씀이 지당하시니 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동요하지 않는군.’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진심을 발휘하고 있어서 이렇게 쉽게 무너져버리는 것도 싱거운 일이기는 했다.

리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세를 이어나갔다.


“앞으로 오래오래 부탁하마.”

쪽!


마치 청혼을 하는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손등에 키스했다.


움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입이 맞춰지는 순간에 반사적으로 몸이 들썩거렸던 것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설영빙천공으로 억누르지 않았다면 지금쯤 여기저기에서 땀이 배어 나오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진짜 시련은 이제부터였다.

“배우자의 면사포를 벗겨 주십시오.”


“…”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리한은 굳이 트집을잡지 않고 진지하게 벗겨 주는 시늉을 했다.


“달처럼 고운 얼굴이로다.”

“…상대방과 10초 동안 시선을 마주쳐 주십시오.”

일설에 의하면 부끄럼쟁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10초 동안 바라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10, 9, 8, 7, 6, 5, 4, 3, 2,1…

두 사람은 무난하게 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리나는 그로부터 10초가 지나고, 20초가 지나도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올바른 표현일 것이었다.

마치 기절한 것처럼.


“이리나?”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크흠, 실례했습니다. 잠시 사레가 들려서.”

밥솥에서 김이 빠져나오는 것 같은 이상한 신음을 애써 수습하면서 태연한 척 자세를 고쳐 잡았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어버리다니. 도대체 얼마나 나(후계자)를 좋아하는 거냐?’

너무 귀여워서 당장이라도 깨물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


그리고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이제 배우자에게 접문(키스)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이리나는  단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번이나 기절해버린 전력이 있다.


명경지수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없지는 않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어버릴 지경이라면 과연 버텨낼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

리한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했다.

“잘 들어라, 지금 하는 말은 잠자리 교육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진심이다. 설령 죽음이우리를 갈라놓는다고 해도 너를 향한 연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 이리나. 나의 아내가 되어라.”

“…”


대답은 없었다.

왜냐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일시 정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만 그래도 앙증맞은 살구색입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삼켜질 정도로 탐스러웠다.

리한은 자석에 이끌리듯이 가까이 다가갔다.

쪽-

마쉬멜로우처럼 부드러운 감촉.


청아하면서도 달콤한 단내가 향수처럼 퍼지며 식욕을 자극당한 야수처럼 그녀의 입술을 억지로 비틀어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가 달콤한 꿀 같은 타액을 교환해 나갔다.

츄우우웁, 츄르르르릅, 츄우우웁, 쮸우우우욱, 꿀꺽.


한참을 이어지는 설왕설래.

중간에 정신을 차린 이리나는 흘러나오는 신음을 억눌러 삼켰다.


“읏…흐읏. 으으으으으읏, 응크으읏?!!!”

열정적인 춤사위의 피날레처럼 리한의 품 안에 안겨서 발가락이 하늘로 향했다.

팔을 움켜잡은 손아귀에서는 땀이 배어 나오고 질식할 것처럼 이어지는 키스에 목울대를 움직이며 상대방의 타액을 삼켜나가기를 수십 번.


“푸- 합! 하앗, 하앗, 하앗, 하앗, 하앗.”


마침내 해방되어서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하지만 리한은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키스는 세 번 하는 거였지?”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도련님…으으읍?!”


다시 한번 입이 맞춰지자 맹수에게 습격을당한 사냥감처럼 격렬하게 발버둥을 치다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달콤한 독에 마비당하는 것처럼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에는 함락당하는 이리나.

“츄우우웁, 츄르르릅,츄우웃, 응크으읏, 하앗, 으으으응, 도련니임♡”

애절한 목소리로 신음을 토하며 스스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츄으으읍.”

다시 한번 떨어져 나오자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간헐적으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이제 밤의 작법이니 순서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 사이로 둥그스름한 유방이 무방비하게 드러난 모습에 리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더 이상은 못 참겠군.’


하지만 움켜잡으려고 하기 직전에 이리나가 먼저 양손을 뻗어서 자신의 뺨을 움켜잡았다.

“도련니임♡”


“왜 부르느…뭣?!”


“츄우우우♡”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뇌가 따라가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꾸로 밀쳐져서 바닥에 쓰러져 버렸고 자신에게 안긴 그녀가 작은 애완동물처럼, 귀여운 키스를 연달아 퍼부어대면서 앵두 같은 입술을 비벼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있을 뿐이었다.


“저도 좋아해요, 도련님. 쬬옥, 쬬오옥♡ 계속, 계속 좋아하고 있었어요, 쬬옥♡ 이렇게 쬬옥♡ 언제나 쬬옥♡ 함께 있고 싶어서 쬬옥♡ 언제나 억누르기만 했는데 쬬옥♡ 쬬옥♡ 쬬옥♡ 헤헤헷.”


하트로 변해버린 눈동자.


평소답지 않게 솔직하기 이를 데가 없는 표현을 사용하며 있는 대로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


“…각성했다고?”

리한은 순진한 늑대의 탈을 쓰고 있던 흉포한 양에게 습격당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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