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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5) (228/429)



〈 228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5)

랜달은 자신의 친구를 연행하기 전에 이리나에게 다가가서 슬그머니 귓속말을 했다.


[피곤하다고 하시더니 도련님과 데이트를 즐기시려는 것이었군요.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기쁘게 협력해드렸을 텐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커헉!]


깝죽대다가 팔꿈치로 명치를 얻어맞고 새우처럼 꺾여버리는 허리.


‘저렇게 매번 얻어맞으면서도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데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사이가 좋다고 해야 할지…’

양쪽 모두 정답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별로 배우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떠나면서까지 다시 한번 어그로를 끌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도련님. 참고로 저희 부모님께서는 첫째 손주로 예쁜 여자아이를 희망하십니…자, 잠시만요. 누님! 아무리 그래도 강기를 날려 보내시는 것은…크아아아악?!”

“나는 왜?!”


투콰아아아아앙!

랜달과 함께 시바레까지 충격파에 말려들어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이미 모든 내용을 들어버린 리한은 좋은 빌미를 잡았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리나에게 추근거렸다.

“예쁜 손녀딸이라. 장인, 장모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오늘 밤에 힘 좀 써야 하겠군.”


“도, 도련님까지 저를 놀리지 마십시오!”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호칭으로 부르라니까.”


“그건 아직 부끄러워서…”

양쪽 검지를 중앙에 모으며 꼼지락거리는그녀.


“그러면 귀여운색시의 부끄러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사랑을 듬뿍 속삭여줘야 하겠군.”

“앗…”

손을 잡히자 가볍게 탄성을 토해내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이끌려 갔다.

불청객이 사라진 얼어붙은 호수는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정적의 세계.

사위는 어두웠지만 달의 눈물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공기 덕분에 밤하늘도 맑게 개어서 총천연색의 별들이 당장에라도 지상에 쏟아져 내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늘 밤의 주역은 만월이었다.

“일단은 불부터 지피도록 하지. 주변에서 잘 마른 솔방울과 나뭇가지들을 모아오도록 해라.”


“불이라면 시바레 백작이 지펴놓고 간  있습니다만…”


“그 빌어먹을 녀석.”


리한은 입술을 씰룩거렸다.


“캠핑의 재미는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하는 DIY에 있는데 말이야. 감히 주인의 허락도 없이 새치기로 분위기를 망쳐버리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해. 녀석이 해놓은 것은 모조리 없었던 일로 해버릴생각이다.”

상당히 감정적으로 투덜거리자 이리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화가 많이 나셨군요. 그런 것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게 대해주시던데 말입니다.”


우뚝.

“…알아챘느냐?”

“집중해서 보고 있었으니까요. 겉으로는 굉장히 요란하게 고문하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뼈를 상하게 하지는 않으시더군요. 중간중간에 그 정체불명의 치유능력도 사용해 주시고…”

“뭐…다치거나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꺾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말이야. 쓸데없는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살짝 쑥쓰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면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역시 도련님은 도련님이로군요.”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솔방울과 나뭇가지였죠? 바로 모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숲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10분 정도 분업을 해서 불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텐트는 얼음이 녹아도 물 위로 뜨는 두꺼운 부력 판이 바닥에 깔려 있었는데 4, 5명의 어른이 서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넑직했다.

중앙에는 불을 피울  있는 방열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연기를 자동으로 배기시켜주는 마법 아이템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일산화탄소 대책도 완비.

천장 일부를 개방해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있었고 바닥 일부를 열어서 얼음 구멍과 다이렉트로 연결해서 빙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어른의 비밀기지로서 모든 로망을 실현하고 있는 기적의 제품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런 굉장한 물건이 단돈 200골드밖에 하지 않는다니 무조건 지르고 봐야지. 판매 마감이 임박했다, 지금 당장 전화하도록.”


“…네?”


“아, 아니야. 나도 모르게 잠시 4차원 메시지를 수신해버리고 말았군. 신경 쓰지 말고 불이나 피우지.”

정신을 차린 리한은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서 덧대어 놓았다.

그리고 중앙의 홈에 부싯깃을 잔뜩 쑤셔 넣은 다음에 부싯돌을 나이프로 긁어서 불씨를 일으켰다.


찰칵, 찰칵!


후우우우욱-

화르르르륵!

조심스럽게 숨을 불어넣자 순식간에 번져나가면서 불꽃을 일으켰다.

살짝 얼얼한 손바닥을 녹인 리한은 자신의 패딩 지퍼를 열고 이리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따, 딱히 춥지는 않습니다만…”

“추워서 부르는 것 같으냐?”

“…네. 아니. 역시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꺄악?!”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이 끌어당겼다.

주르르르르륵-

그리고 안에다 넣고 지퍼로 잠가버렸다.


품속에서 꼬물거리는 따듯한 온기


“가, 가깝습니다. 도련님! 지나치게 가깝지 않습니까?!”


패닉에 빠진 이리나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언제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타인에게는 강력한 무장의 포스를 과시하는 그녀였지만, 패딩 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는 또래의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리한은 개의치 않고 은은한 향기가 흘러나오는 목덜미를 킁킁거리면서 타고 올라갔다.

“으읏…”


부르르르르-

소름이 돋아버렸는지 어깨를 움츠리는 그녀.


“이대로 먹어버리고 싶군.”


“멘트가 변태 같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이렇게 능글맞아지시다니 제발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도련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너뿐이라니까?”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자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천년 가문의 후계자로서 조금 더 자각을 가지시고…”

“이런 상황에 설교라니 우스운 녀석이군. 키스 한 번으로 기절해버렸던 주제에 말이야.”


지난 과거를 언급하자 귀 끝까지 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그, 그때의 일은 잊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놀리시려고…”


“흐음. 그러면 지금은 다르다는 소리냐?”


“물론입니다! 제가 아무리 여자의 삶을 버렸다고 해도 귀족 영애로서 바, 밤의 작법 정도는 이미 숙달해 두었습니다. 그때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을 뿐이지 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렇다면 네가   리드를 해보겠느냐?”

리한은 이때다 싶어서 꼬투리를 잡았다.

“…네?”


“지금부터 밤의 작법을 사용해서 잠자리를주도해보라는 말이다. 천년 가문의 후계자에게 어울리는 격식과 품위를 갖춰서 말이야.”

“자, 잠자리를 주도하다니 제가 어떻게 감히 도련님을…”

“역시 허풍이었군. 하기야 키스 한 번에 기절할 정도로 순진한 네가 밤의 작법을 터득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보나 마나 수업을 들었을 때도 코피를 쏟으면서 기절해버렸을 거야. 귀여운 녀석.”

빠직!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지도를 해드리겠습니다. 똑바로 따라오도록 하십시오!”

…라고 알기 쉬울 정도로 간단한 도발에 넘어가서 돌이킬 수 없는 발언을 해버린 그녀였다.

****



잠시 후.

두 사람은 텐트 중앙에 커다란 이불을 펼쳐놓고 정자세로 마주 앉았다.


밤의 작법에따라서 차가운 얼음물을 녹여서 목욕재계하고 새하얀 샤워 가운 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


은은한촛불을 밝혀놓고 물그릇에 토구까지 놓는 등, 상당히 본격적으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리나가 용기를발휘할  있는 대목은 거기까지였다.

“도대체 언제 시작할 셈이냐?”

한참을 기다려도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행동을 보이자 리한은 지겹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재, 재촉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시키는 대로 따르시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30분 동안 멀뚱히 쳐다보는 밤의 작법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것으로 애정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거쳐야…꺅?!”

“애정을 키울 정도로 지긋이 바라보려면 조금 더 가까이에서 해야지. 이렇게 말이야.”

참다못한 그가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방황하는 초점이 이리저리 시야를 헤맸다.

“내 눈을 똑바로 봐라. 그래야 서로를 향한 애정이풍~~~부해지지 않겠느냐?”


“자,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새, 생각해 보니까 우리는 야간 빙어 낚시를 하려고 온 게 아니었습니까?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되어버리는 것은 역시 이르다는 생각이…으으으읍?!”


리한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중요한 순간에 수다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야.”


“하으으으으으으-”


이리나는 코피를 흘리며 다시 한번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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