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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6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3) (226/429)



〈 226화 〉(H이벤트 포함)월하정인, 그리고 결의(3)

“외출이라니 어디로 말입니까?”


“밤낚시를 하고 싶어서.”

“밤낚시라고요?”

“쓸데없는 질문이 많군. 곧바로 안아주지 않아서 토라진 것이냐?”


“아,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가 거꾸로 질문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별궁 전체에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 쓰이는군요.”

“모두 지쳐서 곯아떨어졌어.”

“란란과 린린도 말입니까?”

“낮에 아주 힘들었으니까.”

“다른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집의 요정들까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내가 잡아먹기라도 했을까  그러는 것이냐?”

물론, 잡아먹기는 잡아먹었다.


다른 의미로.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더니 오늘따라 유난히 꼬투리를 잡는구나.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바람이라도 불어 넣어진것이냐?”

“그, 그럴 리가요!”

정곡을 찔린 이리나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한이 아니다.

‘보아하니 정말로  소리 들은 모양이로군. 어지간하면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이리나에게 저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있는 사람이라면…오필리아인가? 귀찮은 짓을 하다니.’

속으로 혀를 찼다.


실제로 지쳐서 곯아떨어졌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단지 보여줄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언급을 피하고 있을 뿐.

오리나들은 물론이고 좌부동 자매까지 모두 광란의 연회로 실신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조용히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오늘은 이만돌아가도록 해라. 정말로 실망이구나, 이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나를 의심하다니 말이야.”


“?!!!! 아,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어찌 감히…꺅?!”

리한은 그녀를 끌어당겨서 입술을 맞췄다.


너무 놀라서 입을 꼭 다물고 반사적으로 밀쳐내려고 했지만 도망치지 못하도록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키스를 이어 나갔다.

츄우우우읍, 츄르르릅, 츄우우웁, 쮸우우욱-

농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몸부림도 사그라들었다.

흐름에 순응하면서 자연스럽게 품에 안기는 그녀.


입술을 떼어내자 서로의 침이 새하얀 실타래로 얽혀 나왔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도록하지. 다시는 그러지 마라.”

“…네♡”

눈동자에 하트 모양으로 콩깍지가 씌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각자의 탈의실로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왔다.

“굉장히 가벼운 옷차림이군.”


두꺼운 패딩에 털모자, 마스크와 귀마개까지 착용해서 완전 무장하고 있는 리한하고는 다르게 그녀는 초가을에 산책을 나가는 것처럼 얇은 트레이닝 복을 선택했다.

“다시 갈아입을까요?”


“아니.  모습도 사랑스러우니까 괜찮아.”


“사, 사랑스럽다니…놀리지 마십시오.”


알몸이 된 것도 아닌데 가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도 빈만을 아니다.

애초부터 스타일이 좋았기 때문에 어떤 모습도 잘 어울리는 그녀다.


상의는 노란색 점퍼에 하늘색의 스포츠 브라를 착용.

하의도 스키니한 트레이닝 바지를 골라서 잘 빠진 S라인 몸매가 도드라져 보였다.

“달의 눈물의 조정으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거라고 하지만 무장에게는 선선한 날씨니까 말이지. 후후후후. 그래도 하룻밤내내 내력을 끌어올리고 있어야 하는데 어지간히 귀여운 배꼽을 노출하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 역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어림도 없지. 이대로 따라오도록 해라.”


“으으읏.”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려다가 꼼짝없이 사로잡혀버린 이리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장소는 크레센트 문의 중턱에 있는 얼음 채취 구역이었다.


글레셜 레이크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조그마한 호수로 반경이 대략 200M 정도 되는 장소.

평소에는 사나그의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지만 지금은 상중이었기 때문에 폐쇄되어 있었다.


리한은 발을 쿵쿵 굴러서 얼음의 두께를 확인했다.

“대략 30cm에서 40cm는 되겠군. 그야말로 제대로 얼어붙었어. 빙어 낚시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아니냐?”


“캠핑 준비는 언제 해놓으신 겁니까?”


“랜달에게 미리 귀띔해놨지.둘이서 오붓하게 지내려고 말이야.”

“저를 위해서…”


이리나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왜 남이 설치한 텐트에 먼저 온 불청객이 있는 거지?”


꺼져있어야 하는 텐트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찰팍!

[아싸! 낚았다, 또 낚았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로구나~♪]

물장구를 치는 것 같은 챔질과 함께 순식간에 빙어 한 마리를 낚아 올리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정체불명의 남자.

“어디에서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아는 녀석이냐?”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착각인 모양이군요. 여기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어떤 빌어먹을 녀석이 오붓한 분위기를 망쳤는지 직접 확인해봐야 하겠다.”


리한은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서 주저 없이 텐트를 열어버렸다.


부우우우욱!!

“어이쿠, 깜짝이야?! 누, 누구십니까? 귀공은…”


파란 곱슬머리의 미남이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그렇게 외쳤다.


“텐트의 주인.”

“아, 그러십니까? 하하하하. 누가 이런 명당에 자리를 잡아두었는지 궁금한 찰나였는데 귀공이셨던 모양이군요. 어서 들어오시지요.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낚시를 즐기며 말동무나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넉살이 좋은 녀석이군.’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나지않았지만 뒤이어서 따라 들어온 이리나가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당신은…시바레 백작?”

“이, 이리나 양?!!  이름을 기억해주셨다니 영광…이 아니라,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설마 이분과 함께…밀회를???”

우드드득-


리한은 가볍게 어깨를 풀었다.


“아무래도 잠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 같군.”

“네? 자,잠시만 기다리시오. 귀공.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어째서 갑자기 살기를 끌어올리는 것이오? 게, 게다가 그 밧줄은 왜…잠깐, 잠깐 고정하고우리 지성인답게 대화를…끼요오오오오오옷?!!!”


그렇게 잠시 동안서로의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솔한 대화(?)의 시간이 오고 갔다.


텐트에서 개처럼 끌려나와 근처에 있는 삼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시바레 백작.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불어있었고 마스터 코어로 내력을 봉인 당해서 알몸으로 추위에 떨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흑흑흑흑. 제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나리.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여기에서 보고 들은 것은 모조리잊어버리겠습니다. 부디 목숨만은…집에서 늙은 홀어머니와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들이 저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래? 감히 마누라와 자식까지 있는 유부남이 내 여자에게 추근거렸다는 말이지?”

“네??? 아, 그게 그렇게 되어버리는…말이 헛나왔습니다. 나리! 그리고 이리나 양! 저는 아직 독신에 미혼입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아직도 혓바닥을 나불거리는 것을 보니까  맞은 모양이구나. 오늘 내가 남아의일언이 어째서 중천금인지를 단단히 가르쳐 주도록 하마.”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암매장을 해버리는 편이 깔끔하지 않겠습니까?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요.”

“그럴까?”

“이리나 양?!!”


옆에서 말리기는커녕 더러운 오물을 쳐다보는 시선으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뇌까려버리자 시바레 백작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일단 메시지 마법으로 랜달에게 연락해서 감옥으로 이송할 병사를 부르라고 해라. 며칠 동안만 조용히 가둬놓으면 돼. 겸사겸사 정신 교육도 해주고 말이야.”


여전히잔혹한 처분이기는 했지만 그는 일단 살아났다는 생각에 안도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사합니다. 후계자님.”

우뚝!


“지금 뭐라고 했지?”


“네? 아, 아니. 그냥 감사하다고 했을 뿐인데요.”


“그 뒤에 나온 호칭 말이야. 어떻게 내가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아봤냐는 말이다.”

“그거야 물론 이리나 양과 랜달에게 자연스러운 하대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현재 상황에서 그런 일과 행동을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아슈킬 가문의 후계자, 리한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녀석이?’

“연락을 멈춰라, 이리나.”


“네, 알겠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그녀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마법의 사용을 중단했다.

“나는 후계자님이 아니다.”


“에이. 어디서 약을 파시려고…”

“약이라니? 애초에 후계자님께서 제니아에 들어오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느냐? 아르고스 라인으로 24시간 빈틈이 없는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분께서 무슨방법으로 여기에 존재할 수가 있다는 거지?”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아르고스라인에 들키지 않고 들어오는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잖습니까? 당장 떠올리기만 해도 방법이 서너 가지는 되고…그리고 이런 가짜 장례식까지 준비한 것을 보면 후계자님의 의도는 굉장히 뻔해 보이시는데…앗?!”


대답을 듣고 있는  사람의 기도가 일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시바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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