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선전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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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까지 당구를 즐긴 리한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좌부동 자매를 제외한 모든 여자를 안았다.
가장 먼저 타겟이 된 것은 이실라.
마사지를 빙자한 로션 플레이로 제발 안아달라며 스스로 애원하게 만들어서 실신할 때까지 범했다.
그 직후, 나디아와 벽난로 앞에서 끌어안고 창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눈을 감상하면서 신혼의 달콤한 사랑을 나눴고, 오리나와 무공수련을 함께 한 뒤에 마보 자세를 유지시키며 하체 단련(?)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잠들기 직전에 음란귀를 호출해서 정액 보급.
이 모든 과정을 린린이 졸졸 따라다니며 순진무구하게 유혹해 왔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가 있었다.
대신, 달아오른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키스와 애무 절정으로 실신시켜야 했다.
‘내일 당장이라도 란란을 공략해야겠군. 이러다가 내 인내심이 먼저 바닥나버리겠어.’
그렇게 다짐하면서 간신히 눈을 붙인 리한이었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었다.
다음 날 아침.
별궁을 파물어버릴 것처럼 펑펑 쏟아져 내리던 눈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추위가 사라진 포근한 날씨.
맑은 하늘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서 달아오른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지글거리며 들려오기 시작했다.
외출하기 딱 좋은 날씨.
어제는 추위 때문에 동면을 걱정할 정도로 예민하게 굴었던 이실라조차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서 꼬리를 달싹거리는 것이 보였다.
“근처에 스키장이 있다고 하더군.”
“스키가 뭡니까?”
아침 식사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되물은 지젤이 어째서인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기다란 널빤지 두 개를 발에다 묶고 눈 덮인 경사로를 내려가는 스포츠야. 간단하게 썰매를 발로 타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아, 썰매…그렇군요. 그거라면 저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요. 주인님!”
“굳이 아는 척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 촌것들.”
“큭?!”
“읏, 으으으으.”
괜히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오리나와 지젤이 앓는 소리를 냈다.
“북방에 있는 앵커리지 공화국에서는 상당히 대중적인 스포츠야. 뭐, 우리 왕국에도 스키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귀족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딱 한 군데,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해주고 있는 크레센트 문을 제외하면 말이야.”
“과연 아스트라세 가문이로군요.꼭 한번 타보고 싶네요~”
나디아가 금색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관심을보였다.
꼬리를 살랑거리는 모습이 어지간히도 기대되는 모양.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장소라면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표면상이라고는 해도 지금은 루돌프님의 喪中상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지금의 기회라는 거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전세를 낼 수 있으니까.”
“오오오오오!”
“과연 권력자!”
“…훗”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성에 리한은 살짝 우쭐해졌다.
“그, 그런데 저도 스키를 탈 수 있을까요? 보다시피 체형이 이래서…”
라미아인 이실라가 우물쭈물하면서 질문해 왔다.
“물론, 엎드려 빌면서 제발 타게 해주세요, 주인님이라고 말하면 태워줄 수도 있지.”
“그런 비겁한???”
“농담이야.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어젯밤에는 충분히 귀여웠으니까 말이야.”
“큭…이, 잊어주세요!!”
어째서인지 그녀만 아니라 모든 여자의 얼굴이 동시에 빨개졌다.
“네 덩치라면 스키는 무리고 썰매를 타야 할 거야. 마침 따듯한 보온 마법이 걸려 있는 라미아 전용 히팅 슈츠도 도착했다고 들었다.”
“…대형 몬스터를 위한 전용 썰매가 있어.”
스키장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린린이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 해줬다.
“그렇다는군.”
“조, 좋아요! 덩치라던가 대형이라는 표현이 섬세한 여자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눈감아드릴게요!”
실눈 때문에 표정을 구분하는 것이 살짝 어려웠지만 뱀꼬리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나디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음 일정이 결정되자 리한 일행은 간단히 채비를 마치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이미 아스트라세 가문에 협력을 요청해놓은 상태.
정교한 기계장치와 마정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리프트를 타고 크레센트 문의 정상 산장에 도착했다.
“와아아아아아-!”
“멋진 전망이네요!!”
해발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사방이 평지였기 때문에 시야가 탁 트여서 사나그와 글레이셜레이크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추우면 이곳으로 대피.”
“흥! 이, 일단은 따듯한 음료수와 간식도 준비해놓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란란과 린린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궁과 계약하고 있는 집의 요정인 그녀들이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리한이 가지고 있는 저택 주인의 반지 때문.
덕분에 산장 휴게소와 임시계약을 맺고 본인들의 가사 능력을 한껏 뽐내기 시작했다.
눈이 녹아내릴 정도로 포근하다고 해도 달의 눈물이 만들어내는 추위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하기 이를 데가 없어서, 그녀들의 뒷바라지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정말로 포장해서 가지고 다니고 싶군.’
오싹-
부르르르르-
“어, 어째서인지 춥지 않아? 린린.”
“…그러게. 란란.”
슬로프는 현재 아스트라세 가문에서 파견한 충직하고 입이 무거운 마법사들이 정비해 주고 있었다.
리한은 이 틈에 태어나서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는 여자들에게 밀착 강습을 해줬다.
“스키를 신고 이동하는 요령은 간단하게 게걸음이라고 생각하면 돼. 11자를 유지하면서 옆으로 걸어라. 기본적으로 올라갈 필요가 있을 때만 이렇게 하면 돼.”
“사, 살려주세요. 주인님!”
강의를 듣던 오리나가 경사면에서 미끄러지며 허둥거리자 재빠르게 배후로 이동해서 부축해줫다.
“미끄러지고 싶지 않으면 다리를 좌우로 벌려서 스키 앞부분, 탑 밴드를 A자로 좁혀라. 그래도 불안하다 싶으면 폴을 사용해서 지탱하고.”
“네! 하지만 저기…가르쳐주시는 것은 고마운데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가슴을 주무르시는 것은 조금…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각해 보니까 역시 몸으로 배우는 것이 빠를지도 모르겠군. 스키를 타면서 성행위를 즐기다 보면 속도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겠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익스트림 스포츠라고할 수 있지 않을까?”
“히이이익?!”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비명을 지르며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지만 리한이라면 정말로 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가 시선을 돌리며 외면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황당한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지기 전에 슬로프 정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받았다.
“흠, 바로 시작해도 되겠군. 멈추는 방법만 알면 그렇게 어렵지않아. 폴에는 가능하면 의존하지 말고 방향과 속도는 체중 이동으로 조절해라. 어차피 여기는 경사가 낮고 길이도 짧아서 굴러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타면서 익혀라, 무브, 무브!!”
“아, 알겠으니까 밀지 마세요. 꺄아아아아악!!”
“제로니모오오오오오!!”
여성들의 후방으로 이동한 리한이 차례대로 등을 떠밀어 버리자 각양각색의 비명을 내지르면서 슬로프를 질주해 내려갔다.
살짝 스파르타기는 했지만 모두 운동 신경에는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금방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슬로프를 뒹굴자 스키의 매력에 푹 빠진 여성들.
중간에 좌부동 자매도 합류하면서 어느새 친해졌는지 오리나들과 눈싸움을 즐기며 아이들처럼 눈밭을 굴렀다.
“코스가 짧기는 짧군요. 조금 더 길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스노보드를 선택한 지젤이 제법 멋진 폼으로 옆에다 멈춰 세우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심자였던 주제에 벌써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군. 하지만 일단은 염두에 두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부르주아들은 귀족처럼 놀지 못해서 안달이니까 말이야. 시즌권을 발행해서 팔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야. 후후후후후후.”
“제말은 그게 아니었는데…화, 확실히 저하고는 생각하시는 스케일이 다르시군요.”
리한이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말하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했다.
그렇게 즐거운 돈벌이 구상을 하면서 리프트를 타고 다시 정상에올라오자 뜻밖의 인물이 그를 마중해 주었다.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게 빛나는 나의 일등성. 마이 허니!!”
“코제트?”
어째서인지 커다란 발판 위로 올라가서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귀여운 소녀가 굉장히 오글거리는 대사를 당당하게 뱉어내고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과 북슬북슬한 털옷, 거기에 앙증맞은 빨간색 장화.
그리고 T-7의 요원들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복장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있는 그녀.
마치 작은 눈의 요정이 강림한 것처럼 사랑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살짝 중2병인 것 같기는 했지만.
“여기는 어쩐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