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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화 〉(돌발 H이벤트)winter is cumming(4) (204/429)



〈 204화 〉(돌발 H이벤트)winter is cumming(4)

경비대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선머슴처럼 짧은 하늘색 스포츠머리를 하고 다녔지만 현재는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자랐다.

‘본인 스스로는 머리카락이 너무 빨리 길어져서 어리둥절한 모양이지만 말이야.’


이 또한 마스터 코어로 이루어진 무스비.

하지만 리한의 은밀한 개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비서면 비서답게 하고 다녀야 한다는 이유로 옷차림을 바꾸고 화장하는 법까지 배우게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정작 지젤 본인은 자신이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전직 상관이었던 멜더릭이 지금의 그녀를 본다면 틀림없이 눈이 휘둥그레질 터.


아직도 근무 시간 외에는 검을 휘두르면서 개인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다부진 체형 자체는변하지 않았지만, 근육이 보기 싫을 정도로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늘씬한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며 오히려 탄탄한 복근과 아름다운 몸매를 돋보이게 해줬다.

‘원판 자체도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야. 문제는 기껏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냈더니 성가신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거지만.’


리한이 지금까지 손을 댄 여자들은 모두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매력적인 여성들이다.

이종족이라는 이유로 다소의 차별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지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미녀에 대한 호감은 만국 공통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남자들이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과 권력 때문.


하지만 지젤의 경우는 달랐다.

굉장히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개인 비서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허드렛일이나 시키며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리한의 수비 범위 바깥에 있다고 여겨진 것이원인.

덕분에 굉장히 절륜해 보이는 금발태닝 양아치 A군이라던가, 굉장히 절륜해 보이는 안경 배불뚝이 B군이라던가, 굉장히 절륜해 보이는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의 중년 C선생님 등등.

어째서인지 가정의 평화를 손쉽게 무너트릴  같은 수상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위험분자들은 모두 안전하게 2세 생산기관을 제거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  번 꼬이고 나자 좌표라도 찍혔는지 우르르 몰려드는 남자들을 처리하는 것도 이만저만 성가신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젤 스스로가 그런 방면으로는믿기 어려울 정도로 둔한 천연이라서, 서투르게 껄떡댔다가는 손목이 꺾여버리고 대놓고 호감을 드러내며 고백해도 사오정처럼 알아듣지 못해서 상대를 좌절시키는 둔감녀라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언제 어떤 용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이상 이대로 버려둘수는 없는 법.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게 해서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개인 방역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어떤 멍청이라도 알  있게 누구의 여자인지를 각인시켜 주지.’


화르르르르르!


오싹-

부르르르-

리한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쳐다보자 한기를 느낀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왜 그러십니까? 후계자님. 혹시 제가 무슨 실례되는 행위라도…”

“실례는 무슨. 그나저나 저녁을 먹기 전에 별궁 내부를 둘러봤느냐? 바깥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가 시설들이 보이더군.”

“네, 저도 모르게 눈이 갔습니다. 특히 체계적인 연무장 시설이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과연 유서 깊은 무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감탄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그 대답에 살짝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왜 갑자기 입을 다무시는지…역시 제가 무슨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요.”


“아니라니까. 그냥 안타까워서 그래. 이렇게 다양한 여가 시설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장소가 고작 연무장이라니. 누가 상여자 아니랄까 티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핀잔을 듣자 얼굴이 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워낙에 다른 취미가 없다 보니…”

“그러면 안 되지. 취미는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오아시스야. 아무래도  문제는 고용주로서 케어해줘야 되겠군. 식사가 끝나면 잠시 어울려   있겠느냐? 괜찮으면 당구나 한 게임 하지. 초과근로수당도 챙겨줄테니까걱정하지 말고.”

“아닙니다! 공사다망하실 텐데 번거롭게 그런 것까지 신경 써주시다니요? 명령만 내려주시면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해 오겠습니다.”

“공부라고? 하하하하하! 즐기라고 권유했는데 그래서야 주객이 전도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냐?”

“어, 그게…”

“너무 그렇게 어려워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호의를 받아들여라. 확실하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지. 나를 믿고 인생에 몇 시간만 투자해 보도록 해라. 그것도 어렵겠느냐?”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닙니다, 후계자님.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건…’

‘틀림없이 야한 짓을 하려는 꿍꿍이가 있는 거야.’

“저기…으으읍?!”

리한의 시커먼 속내를 알아챈 나디아가 훼방을 놓으려고 했지만 입을 열기가 무섭게 턱을 붙잡혀서 딥키스를 당해버리고 말았다.

“자, 잠시만요. 주인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으으으읍!”


“겸사겸사야.”


덤으로 오리나도 농락.


“눈치가 너무 빠른 여자들은 좋아하지 않아. 질투하지 않아도 순서대로안아줄 테니까얌전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도록 해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헤에에♡”

“물론이에요, 주인님♡”


순식간에 타락한 암컷들은 그의 품에 안겨서 얌전하게 꼬리를 살랑거렸다.


****

저녁 7시가 되자 바깥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들어 가는 벽난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당구대.


턱시도와 보타이 차림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이 그곳에 모였다.

“후후후후. 예상했던 대로 잘 어울리는군.”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계자님. 그런데 굳이 이런 웨이터 같은 복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딱히 없어.”

“그러면…”

“하지만 예쁘니까 상관없잖아. 그런 모습도 매력적이구나, 지젤.”

“매, 매력적이라니 놀리지 말아 주십시오!”

당황한 그녀는 팁에다가 초크를 격렬하게 문질러대면서 얼굴을 붉혔다.

“농담은 아니지만 말이야. 일단은 치는 법부터 가르쳐주도록 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도 서포트 역할에 충실해라. 아까처럼 어리버리하게 굴었다가는 혼쭐을 내주지.”

“아, 알겠습니다. 손님!”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게 조심할게요.”


란란과린린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조금 전, 식사 수중을 들어주던 그녀들은 집의 요정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실수를 각자 한 번씩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리한.


음료수를 따라주던 린린은 그와 손이 닿아버리자 깜짝 놀라서 옷에다가 쏟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란란은 겉은 촉촉하고 속은 바삭, 살코기를 씹는지 기름 슬러지를 씹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치킨 요리를 만들어서 저녁 식탁에올리는 만행을 일으켰다.

완벽한 가사 능력을 자랑하는 좌부동이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정황을 따져보니, 허겁지겁 요리하고 있던 시간대가 리한이 지젤과 온천에서 즐거운 해피 타임을 가지고 있던 타이밍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치느님을 모욕한 죄는 컸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성 모두가 너그럽게 용서해준 데다가 울먹거리면서 용서를 비는 모습도 귀여웠기 때문에  번만 봐주기로 했다.

‘나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진도는 순조롭게 나가고 있다.


그런 생각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당구공 6개를 테이블 위에 배치했다.

“일단 큐를 잡는 법부터 가르쳐주지.”

“네, 후계자님.”


“왼손을 이런 형태로 브릿지를 만드는 거야. 그래 그렇게 벌리고. 팔꿈치는 직각이 되게 들어 올려. 아주 좋은 자세야. 역시 몸을 쓰는 게 특기라서그런지 센스가 있군.”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치게 가까우신 것은 아닌지…”


신체를 바짝 밀착하며 속삭이듯이 가르쳐주자  끝까지 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음흉한 마음으로 이러는 게 아니야. 잘 가르쳐주려고 하는 거니까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마라! 그것보다 공에 집중해. 정확하게 가운데를 치는 거야.  중앙을 노려서 너무 힘을 주지 말고 가볍게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쳐. 바로 지금!”


“네, 네!!”

딱!


떼구르르르!


리한이시키는 대로 샷을 날리자 큐볼이 중앙으로 굴러가서 정확하게 명중하면서 6개의 공이 날개가 활짝 펼쳐지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철컹! 철컹!


“여, 여섯 개가 전부 구멍에 들어갔습니다. 후계자님!”

“정말 대단하군! 설마  번에 모두 포켓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도저히 처음 큐를 잡아보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솜씨야.엄청난 재능인데?”

“그렇습니까? 태어나서 뭔가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쑥스럽군요. 후후후후.”


칭찬을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멋쩍은 미소를 짓는 그녀였지만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좌부동 자매.


[봤어? 란란. 저거…]

[응. 나도 알아챘어. 완전히 사기네, 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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