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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화 〉선전포고(4) (199/429)



〈 199화 〉선전포고(4)

“어머, 리한 도련님도…이런 아줌마에게 그런 말씀을 태연하게 하시다니 몇 년 보지 못한 사이에 아첨하는 솜씨가 많이 늘으셨군요.”

“와아아아! 진짜 오빠다!! 정말로 살아있었어. 사랑하는 마이 피앙세♡”

“뭐?”

휘오오오오-

동생의 말에 이리나의 표정이 경직되면서 북풍한설이 휘몰아쳤다.

“오랜만이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루돌프부터 살려내도록 하겠습니다. 조치가 늦어지면 육체에 무리가 갈수도 있으니까요.”


“물론이에요, 도련님. 어서 남편을 구해주세요.”

순식간에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오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여서 허락해주자 관을 개방한 리한은 주저 없이 마스터 코어의 힘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지지지직!

잠시 후, 혈색이 돌아온 그가 기침을 하면서 일어섰다.

“콜록, 콜록콜록콜록!! 끄으으으응.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군.”

“여보!”

“아빠!!”


무사한 모습에 반색하며 안기는 모녀.

“오, 그래~ 당신하고 코제트! 어이쿠, 이런! 우리공주님께서는 며칠 보지 못한 사이에 더 무거워졌구나. 하하하하하!”


“아이, 참! 아빠도! 레이디에게 무겁다니 무슨 실례되는 소리를 하시는거예요? 마이 피앙세도 듣고 있는데…”

콰직!

코제트가 마시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한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 쥐면서 부끄러워하자 어째서인지 이리나가 밟고 있는 바닥에 금이 가버리고 말았다.

“응? 마이 피앙세라니…혹시 너도 도련님을 좋아하는 거냐?”


“무슨 소리예요? 아빠? 도라니…”


이해할 수 없는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소녀.

 순간을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이리나가 잽싸게 리한의 오른쪽 팔짱을 끼면서 찰싹 달라붙었다.

‘응?’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어머, 어머♡”

“어,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언니가 마이 피앙세하고…”

“네 피앙세가 아니야.”

“어?”


“…그렇게 되었으니까.”

쩌저저저적-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암컷의 냄새를 풍기는언니의 믿을 수 없는 변신과 배신(?)에 코제트는 돌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딸들이 사랑과 전쟁을 시작하거나 말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루돌프.

“그나저나 이렇게 쉽게 작전이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도련님. 이것도 아티팩트의 능력입니까?”

“뭐, 대충 그렇지.”


“허허허허. 놀랍군요. 제가 알고 있는 종류의 귀식대법은 정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도련님은 더 쉬운 방법으로 잠입해 들어오셨으니…”


“쉬웠다고  수는 없지. 결과적으로 국경을 넘을  있었던 것은 우리뿐이었으니까.”


리한이 국경 관문을 들키지않고 통과하기 위해서 제작한 관은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져서, 아랫부분에 사람 2명 정도가 숨을  있는 비밀 공간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아무런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관문을 통과하려고 했다면 아르고스 라인은커녕, 평범한 검문 절차도 통과하지 못했을 터.


이곳을 완벽한 은신처로 바꿔준 것은 이번에도 역시 마스터 코어의 힘이었다.


루돌프를 완벽한 가사상태로 만들어준 것도 준 것이지만, 무엇으로도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과 유사한 벤타블랙 물질을 만들어내서 공간 전체를 덮어버렸던 리한.

덕분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내력 소모가 엄청났기 때문에 함께 올 수 있는 사람도 한계가 있었다.


일단, 평범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은 무난하게 일행으로 합류시킬 수 있었지만, 방백인 사라와 그녀의 여동생 질. 그리고 폭스 하운드까지 아르고스 라인의 색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중에  사람밖에 고를 수가 없었던 상황.

리한이 파트너로 선택한 사람은  크레이그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함께 비밀 공간에 들어가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함없이  곁에 붙어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허허허. 정말로 대단한 은신능력이군요. 어렴풋이 기운이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루돌프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확한 구도를 설명하자면 이리나와는 반대편에서자신의 왼쪽 팔짱을 끼고 있는 양손의 꽃 상태.


A급 무장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만큼 대단한 은신 능력이라면, 평범하게 자신의 능력 하나만으로도 아르고스 라인을 돌파할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는 감시 시스템이라는 만큼 성공 확률이 미지수인 도박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사라는 이번 작전에서 리한과 별개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질을 대신해서 폭스 하운드가 그녀의 작전을 서포트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밸런스가 좋다는 소리다.


“일단 관에는 더미 인형을 넣어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시죠.”


지금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랜달이 그렇게 말하며 벽으로 다가가서다섯 갈래의 캔들 홀더의 네 번째 기둥을 손잡이처럼 잡아당겼다.

드르르륵-


벽이 열리며 감춰져 있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제 가족밖에 모르는 비밀 통로입니다. 크레센트 문이 방어를 고려해서 만든 성은 아니라지만 탈출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군.”


“따라오십시오, 도련님. 여기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별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약도를 알려드릴 테니 혹시 사라그로 외출하실 생각이라면 당분간은 이쪽 통로를 이용해주십시오.”

“알았다.”

랜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스트라세 일가와 함께 뒤를 따라서 통로를 나아갔다.


“후후후후. 녀석. 상주 노릇을 한 번 시켜봤더니 제법 의젓해졌군.”


“그러게 말이에요. 기왕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아예 가주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해버리시는 것은 어때요? 여보.”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이참에 귀찮은 일은 모조리 넘겨버리고 오붓하게여행이나 떠나는 것이 어떻소?”

“저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노, 놀리지 마십시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연기가 들통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아십니까? 허벅지를 아무리 꼬집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파체 열매를 한 움큼 집어서 눈에다 비벼댔는데 따가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파체 열매는 양파보다 프로페닐스르펜산이 10배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범하게 생으로 먹으면 평범하게 죽는다고 알려진 악명높은 열매.

하지만 성능은 확실해서 랜달은 눈이 퉁퉁 불어터질 정도로 확실한 눈물 연기를 선보일 수가 있었다.

거기에 안면 마비까지 일으키는 부과 효과까지.

“어쩐지 가까이 다가섰을 때 나는 냄새가 지독하다고 했더니…당분간은 가까이 오지 마렴. 아들아♡”

“산뜻한 목소리로 무슨 막말을 하시는 겁니까? 어머니! 누님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라고 좀…”

“지금 바쁘니까 닥쳐.”

“너무해!”


“무엇을 하느라 그렇게, 아…”

선두에서 아들과 함께 걷다가 고개를 돌린 루돌프는 이리나와 코제트가 리한의 양쪽 팔짱을 잡아당기며 눈싸움을 펼치는 모습을 발견하고 납득했다는 얼굴을 했다.

참고로 질은 코제트가 다가오자 들키지 않게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서 등에 매달려 있었다.

“정말로 믿을 수가 없네요, 언니. 예전에는 마이 피앙세한테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돌변하실 수가 있어요?”

“그랬느냐? 이리나.”

“아, 아닙니다! 도련님. 그때는 그냥 부끄러워서…크흠. 아무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내…도, 도련님에게서 물러서도록 해라.”


“절대로 싫어요! 마이 피앙세하고 예전에 약속했단 말이에요! 제가 어엿한 레이디가 되면 신부로 삼아주겠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3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세요? 저는 진지하게 줄리아 교단의 사제가 되려고까지 했다고요!!”


“정말입니까? 도련님.”

“확실히 그런 약속을 하기는 했지.”


‘소꿉장난이었지만.’


“뭐, 어차피 단순한 소꿉놀이에 불과하셨겠죠. 그런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제 여동생도 어쩔 수 없군요. 당당한 레이디가 되기에는한참 멀었습니다. 하하하.”

“뭐라고요?!”


평소답지 않게 웃음까지 터트리고 있었지만 이리나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휘오오오오-


심지어는 북풍한설까지 휘몰아치는 상황.

팔짱을 너무 강하게 끼고 있어서 아플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이리나 녀석. 평소에 다른 여성들과달라붙어 있을 때는 얌전하더니 왜 자신의 여동생에게만 이렇게 심하게 견제를 하는지 모르겠군.’


참고로 코제트의 현재 나이는 12살이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은 7년.


물론, 귀족 사회의 특성상 지금 이대로 아내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리한은 세상에 거스를 수 없는 섭리를 따라서 어린 소녀는 건드리지 않고 따듯하게 지켜주기로만 다짐을 했다.


“후후후후. 힘내라, 우리 딸들! 이기는 편 우리 편~”


“크흠. 솔직히 저는 도련님이라면 모두 데리고 가셔도 상관없습니다만…”

“어머? 그러면 저도 참전해 버릴까요?”


“엄마???”

“여보???”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잖아요~~ 얼마나 풋풋하고 좋아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부럽기도 해라.”


커다란 가슴을 흔들어 대면서 나이답지 않은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유부녀의 모습에 리한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니. 일단 가능하기는 하지만 충신의 아내를 손대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지. 킹치만, 아냐아냐아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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