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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화 〉(짧은 H이벤트 포함)축제가 아니라...(8) (195/429)



〈 195화 〉(짧은 H이벤트 포함)축제가 아니라...(8)

“그나저나 하나의 성가신 후계자 문제는 어떻게 처리를 하지? 월주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소식이 없는 거야?”

다시 선베드에 누운 그녀가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메이드장인 루시타가 앞으로 나와서 말 상대를 해줬다.


“야월도 지금 그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 벡워스와 며칠째 연락이 끊어졌다고 하더군요. 암살자 전원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어처구니가 없네. 정말…”

답답해서 열이 난다는 것처럼 중얼거리자 곁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가 깃털 부채를 조금 더 빠르게 흔들어 주었다.

적당한 세기를 유지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한번 입을 여는 돌로레스.

“은요호 기관에는 연락해 봤어? 육미호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암살자 집단이 작전 행동을 위해서 은밀하게 모습을 감추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며칠 기다려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론이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꼬리를 늘이자 루시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최근에 조금 신경 쓰이는 소문을 들었어.”


“어떤…”

“벡워스에 암약해 있던 혈마법사 단체가 일망타진을 당했데. 그런데  작전을 주도한 사람이  빌어먹을 또 하나의 후계자,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기네. 리한이라는 애송이였다는 거야. 게다가 그 공으로 공화국파에서 주최하는 비밀 회합에 참석해서 극진한 환대까지 받았다고 하더라? 기가 막혀서 정말.”


“저도 같은 소문을 들었습니다. 요즘 이상하게도 그런 종류의 가짜 뉴스들이 산재해 있더군요. 하지만 진위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는 내용에 너무 흔들리지 마십시오. 심지어 저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그 애송이가 이미 사망했다고 하더군요. 제니아를 뛰쳐나간 배신자 가문의 수장과 함께 말입니다.”


씰룩.

배신자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돌로레스가 아미를 찌푸리면서 으르렁거렸다.

“그 빌어먹을 아스트라세 일가…”

“어째서 그들을 숙청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주력이 빠져나간 세경가는 빈 껍데기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지 않는  아니라 못하는 거야! 이놈의 남편이라는 작자가 그 이야기만 나오면 시치미를 떼면서 말을 돌려버리잖아!! 하여튼 옛말에 틀린  없어.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된다고 하더니…마누라가 하려는 일마다 이렇게 훼방을 놓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씩씩거리면서 화를 삭이자 부채질을 하는 속도도 다시 빨라졌다.


“어쨌든, 기왕이면 네가 들은 소문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네. 도대체언제까지 저 빌어먹을 늙은이가 죽는 날을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해서 원…”


“육미호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참을성을 가져주십시오.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닙니까? 만에 하나 그 애송이가 살아있다고 해도 이 봉쇄되어있는 제니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겁니다.”


이 말을 들은 돌로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후.하기야 그렇지. 우리의 국경은 절대로 잠들지 않는 백개의 눈동자(아르고스 라인)이 지켜주고 있으니까 말이야. 세상 어느 영지가 고대 문명 오버테크놀로지의 보호를 받고 있겠어?”

“천년 가문의 저력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이 세상에 그런 힘을 소유하기에 마땅한 분은 오직 마님뿐이십니다.”

“바로 그거야, 루시타. 후후후후. 역시 아첨은 이래야 달콤하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은 어때? 오랜만에 내 침실에서 오붓하게 즐겨보자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늘씬한 다리를 뻗어서 메이드장의 가랑이 사이를 발가락으로 자극해 나갔다.


“흐으으읏, 무, 물론입니다. 마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요. 하읏!”


뜨거운 시선을 교차시킨 두 여성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포개며 격렬하게 혀를 얽혀나갔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중간에 거슬리는 것을 발견한 돌로레스가 검지를 들어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잠깐.”

“왜 그러십니까? 마님.”


“저기에 세워지고 있는  동상 말이야. 다리가 지나치게 굵은 것 같지 않아?”


그녀가 가리키는 협곡에는 수천, 수만의 영지민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있었다.


동상의 높이는 무려 200m 이상.

현재까지 2만 5천 톤의 미스릴과 2천톤이 넘어가는 동이 건축자재로 소비되었으며, 수많은 인부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가혹한 노동과 채찍질에 시달리면서 죽음의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천문학적인 공사비도 공사비였지만, 이 동상의 가장 큰 문제는 크기가 커도 지나치게 크다는 것.

이 지역은 제후의 협곡이라고 불리며 역대 아슈킬 가문의 동상이 늘어서 있었고, 원칙대로라면 감히 누구도 가문의 시조인 다리안  아슈킬보다 높은 동상을 세울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많은 가신의 만류와 탄월을 말끔하게 무시해버리고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정복자처럼 오만한 자세로 양손을 허리에 두르고 있는 돌로레스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있는 천년 가문의 역대 가주를 내려다보는 형세다.

대대로  가문을 하늘처럼 받들어 왔던 충신들에게는 망조가 들었다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올만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를 따르는 충복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지금 당장 공사 책임자를 호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잠시 후.


루시타가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는 중년의 드워프 남자를 데리고 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단칼에 고개를 저어버리는 그.

“무리다.”


“좋아, 이 녀석을 죽이고 다른 책임자로 교체해 버리자.”


“아, 아니. 인간! 아니, 마님! 잠시 진정하고 들어보란 말이야. 무리라고 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니까?”

세상 고집을 모조리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딱딱한 인상의 드워프도 자신의 목숨은 소중한 모양이었다.


“보나 마나 다리를 가늘게 하면 하중을 견딜 수 없다거나 그런  아니야?”

“…뭐, 요약하자면 그런 내용이기는 하지만…”

“좋아, 역시 죽이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편이 낫겠네.”

“기, 기다려! 무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교체 공사를 새롭게 시작해야만 해. 추가 공사비도 어마어마하고, 완전히 새로운 자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아! 게다가 마법사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데…”


“이것 보라니까? 살짝 겁을 주니까 이렇게 금방 제대로 된 해결책을 이야기하잖아. 역시 매가 약이라니까. 후후후후.”


돌로레스가하는 말에 루시타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지금 하는 말을 제대로 듣기는 한 거냐? 인간. 겨우 다리 하나 가늘게 만들겠다고 이런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하겠다니…”

“겨우 이따위라고? 앞으로 미래영겁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될 내 아름다운 다리가 저렇게 흉측한 꼬라지로 있는데 겨우 이따위라니?! 시끄럽게 꿍얼거리지 말고 당장 바꿔. 알겠어?!!”

“이, 인간들의 감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윽박지르는 소리에 안전모가 주르륵 내려와서 눈이 가려진 드워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너희 이종족이 하등하다는 거야. 공감 능력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알겠다. 원하는 대로 시정하도록 하지.”

“좋아. 참고로 가능하면 빠르게 완공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남편이 아슈킬 가문의 가주가 되면 취임식을 여기에서 개최할 생각이거든.”

우뚝.


이 말에 돌아서려고 했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그건…마르텔 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완성하라는 소리인가?”


“그래.”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분이 매우 위중하다고 들었다. 오늘 당장 영면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이야.”

“그래서 어쩌라는 소리지?”

“미안하지만 그런 조건으로 완공 일정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단축해도 최소한 4개월, 아니 5개월 이상을 소요해야 하니…윽?!”

메이드 하나가 드워프의 목덜미로 은제 나이프를 겨누자 얼굴이 새파래져 버리고 말았다.

“보아하니 어디 하나 잘려나가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네. 다리 하나 정도는 없어도 공사를 지휘하는데 문제 되는 것은 없겠지?”

“…자를 테면 잘라라. 인간. 설령, 내 목을 자른다고 해도 같은 이번에는 같은 대답밖에 들려줄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기간을 더 단축시킬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흠…”

완고하기 이를 데가 없는 태도에 잠시 망설이던 돌로레스가 놓아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신의 목에 겨눠진 나이프가 떨어져 나가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숨을 내쉬는 드워프.

“아무래도 그 늙은이가 굉장히 오래 살아있어야 하겠네.”

“그렇다면…”

“좋아,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겠어. 대신에 내 각선미를 완벽하게 살려내도록 하라고. 만약에 그것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너를 포함해서  가족 전체가 지하 감옥에서 상봉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애초에 우리 가족은 헤어진 적이 없다만…”


“아오, 이런 멍청한 새끼. 알았으니까 썩 꺼져!!”

드워프를 돌려보내고  후에 루시타를 향해서이렇게 말했다.

“저 녀석은 공사를 끝내고 나면 죽여버려. 이래서 이종족은 땔감으로도 쓰지 말라고 하더니 답답해 터져서…”

“고정하십시오. 마님. 자꾸 그렇게 화를 내시면 고운 얼굴에 주름이 생깁니다.”

“어머, 그렇지?? 하여간 내가 이런 꼬라지를 보기 싫어서라도 어서 백작 부인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파라솔을 펼쳐서 잠시 선탠을 중단하시죠. 제가 얼굴 마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역시 자기밖에 없다니까?”

그렇게 다시 꽁냥거리기 시작하려는 찰나에 허겁지겁 달려온 전령이 다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마, 마님! 큰일입니다. 마님!!”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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