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H이벤트)예상하지 못한 성과(8)
“그나저나 스미스 녀석. 남자 주제에 레이디스 룸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괘씸하군. 용서할 수 없어!”
“그러니까요. 공화국 사내들은 품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니까요?”
“???”
리한과 카트리나가 부창부수로 떠들어대자 나머지 여성들의 머리 위로 일제히 커다란 의문 부호가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알몸이 되도록 해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말고 나란히 차려자세를 취한다, 실시!”
“무슨 개떡 같은 논리의 귀결이야? 인과 관계에 조금도 연관성이…하읏?!”
루시가 투덜거리자 유두를 꼬집어서 잡아당겼다.
“지록위마라는 말이 있지. 주인님께서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이유를 막론하고 벗으라는 (?)이야. 그러니까 잔소리 말고 따라라.”
“아, 알았으니까 놔줘. 아팟…”
“아프기만 하지는 않을 텐데? 후후후. 다음 기회에 또 연인처럼 다정하게 안아줄 테니까 시키는 대로 해라. 귀여운 녀석.”
채찍으로 때리고 당근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으으으으으. 변태 새끼.”
앓는 소리를 내면서 욕지거리를 뱉어내기는 했지만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린 루시는 순순히 옷고름을 풀어헤쳤다.
카트리나는 기꺼이 명령에 따르며 당당하게 붕대를 풀어헤쳐 버렸고 티오는 알몸보다 지금 상태가 나았기 때문에 보류.
엘프들이 거리낌 없이 알몸이 되어버리자 그녀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던 카밀라도 얼떨결에 브레지어 끈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히끅! 그, 그렇게 빤히 보지 말아 주세요. 왕!”
자신이 벗는 모습을 집요하게 쳐다보는 리한의 시선에 부담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
가슴은 양손으로 가리고 팬티를 내리면서 가랑이를 오므려 은밀한 부위를 감춰보려고 노력했지만, 공권력의 부재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선 추행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소음순이 조금도 벌어지지 않고 꽉 다물어져 있군. 예쁜 핑크색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목걸이에 손을 대려고 할 때 카트리나가 막았다.
“그건 그냥 내버려 두세요.”
“네? 히끅. 어째서…”
“당연한 사실을 물어보는군요. 흑견족에게 꼬리와 귀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암캐에게는 개목걸이가 국룰이라고요. 그렇죠, 주인님?”
“물론이지. 하지만 흐음. 개목걸이라?”
어떤 영감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한.
“혹시 가지고 있는 다른 목걸이는 없느냐?”
“네???”
이 질문에 카트리나조차 당황하고 말았다.
“서, 설마 주인님. 지금 생각하시고 있는 게…”
“새벽 5시. 아무리 24시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뱃놀이 연회라고는 하지만 슬슬 한산해질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지.”
“???”
“바깥 산책을 하기에는 좋은 날씨야.”
이 말에 여성들의 표정이 일제히 창백해졌다.
“미쳤어?!!”
“나, 나리.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아닌 것 같습니다여!!”
“걱정하지 마라. 들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
턱을 괴고 나란히 나열된 유방을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중얼거린 리한은, 이번에는 그녀들의 배후로 돌아가서 엉덩이 볼륨과 치열하게 눈싸움을 펼치기 시작했다.
“들키지 않을 리가 없잖아! 지금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만 수천 명이 넘어간다고. 아무리 한산해졌다고 해도 종업원에 경비원까지 수백 명이 돌아다니고 있을 텐데…하윽?!”
“꺄흑?! 저,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히끅!”
주우우우욱-
엉덩이를붙잡혀서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루시와 카밀라가 까치발로 허둥거렸다.
“걱정하지 마라. 이미 한 번 해본 도둑질이니까 두 번도 어렵지 않아. 그렇지? 카트리나.”
부르르르르-
이름을 불린 당사자는 어째서인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전율에 몸서리쳤다.
“아아아아- 주인님! 역시 당신은 제 하찮은 상상을 아득하게 초월하시는 분이세요. 물론이에요,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바꿔내는 것이 노예의 본분이고 말고요.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하게 해주세요. 백골이 진토되는 날까지 오직 당신 하나만을 사모할 것을 다짐합니다!!”
“…아니, 이 미친 계획을 듣고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제정신이 아니여~~!!”
루시와 티오가 패닉에 빠져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점점 구체화하는 플랜.
“목표는 카밀라의 개인실이다. 주변 일대는 T-7의 에이전트들이 독자적으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우리가함께 힘을 합치면 들키지 않고 진입할 수 있을 거야.”
“전부 알몸에 개목걸이로 말이죠!”
“후후후후. 중간중간에 감시를 피해서 즐기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되지. 어디까지나 산책 플레이니까 말이야.”
“정말로 좋은 생각이에요, 주인님! 하지만 이실라는 어쩌실 생각이시죠? 아무리 그래도 이 계획에 동참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
카트리나가 지적한 대로 그녀는 덩치가 너무 커서 은밀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공략이 끝나지 않은 대상을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없는 일.
딱!
리한이 손가락을튕기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흡혈귀 한 마리가 재빠르게 나타나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정말로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 숨어있구나. 이런 변태 스토커 음란귀 같으니라고.”
“하윽♡ 죄, 죄송합니다!”
“칭찬이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로서는 편리하기 이를 데가 없으니까 말이야. 몸이 달아오르면 말해라. 언제든지 안아주도록 하지.”
부르르르르-
“가,감사합니다아~♡”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질겁할만한 취급이었지만 그녀에게는 포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네가 수행할 단독 임무가 있다. 저기에 쓰러져 있는 이실라를 내 방으로 데리고 가서 침대에 구속하도록 해라. 마나타이트 수갑으로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아잉♡ 부끄러운 흑역사니까 조금 잊어주셨으면…”
발그레하며 부끄러워했지만 리한은 개의치 않고 지시를 이어나갔다.
“오전 중으로 돌아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도록 해라. 볼일을 마치고 나면 한꺼번에 사랑해주도록 하지.”
“존명!”
눈동자가 하트로 변한 질은 그렇게 대답하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슈우우우웅!
마치 블링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이실라의 옆에서 모습을드러내더니 커다란 몸뚱이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서 짊어지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녀.
리한은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에 넋을 잃어버린 여성들을 향해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모두 저 정도는 할 수 있지?”
“가능할까 보냐?! 하윽♡”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루시를 끌어안고 가슴을 주물러대며 희롱하던 그는 자신이 빠져나온 상자를 바라보면서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드디어 3단 변신 합체 로봇이 최종 페이즈에 돌입할 시간이 찾아온 모양이군.”
부들부들부들부들-
어째서인지 그의 그림자가천천히 성장하면서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여성들을 향해서 길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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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오월의 밤하늘이 밝혀지기에는 한참 이른 시간이라서 초승달 아래 모든 사위가 어둠 속에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연회가 계속되는 뱃놀이 선단의 불빛은 여전히 밝다.
강가에 서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요정들이 연회를 즐기는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신비로운 마법의 불빛은, 은색 유선형의 여섯함선을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비추어주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신비함과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펑! 펑펑퍼퍼펑!!
그중에 한 척의 조명이 갑작스럽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모조리 꺼져버리고 말았다.
웅성웅성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불빛이 전부 꺼져버렸어. 시설 관리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담?]
[설마 또 무슨 사건이 터지는 것은 아니겠지.]
가장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귀족들 사이에서는 불만에 가득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퍼퍼퍼퍼퍼퍼펑!
다수의 조명이 갑작스럽게 켜지는가 싶더니 함선의 중앙에 마련한 무대 위에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마술사 골렘 하나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쏟아졌다.
[레이디스~~~~앤 젠틀맨!! 가장 파티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지상 최대의 마술 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화려한 자기소개와 함께 밤하늘로 일제히 날아 올라간 폭죽들이 아름다운 불꽃을 수놓으면서, 수많은 장미꽃이 호기심을 가지고 가까이 물려오는 군중들에게 하늘하늘 떨어져 내려왔다.
덕분에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뭔가 이벤트가 있는 모양인데?]
[슬슬 지루해져서 돌아가려는 참이었는데. 주최측도 의외로 센스가 있군.]
선상 위에 남아있던 대다수의 귀족은 예상하지 못한 여흥에 호기심과 흥미를 보이면서 무대 주변으로 몰려갔지만 사실, 이 순간에 경비병들과 직원들은 돌발 상황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예정에 없었던 이벤트가 시작되는 거야??]
[젠장. 누군가가 조명 장치를 마음대로 조작해버렸어!]
[사람들이 무대 주변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 테러라도 일어나면 책임질 거야?!!]
그리고 이런 혼란을 틈타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5개의 그림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