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H이벤트)예상하지 못한 성과(1)
그때, 슬그머니 등 뒤로 다가간 카트리나가 루시를 상자 속으로 밀어버렸다.
“에잇!”
“꺄악?! 뭐, 뭔데?!”
쾅!
철그럭- 철그럭-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기습으로 넘어진 그녀가 급하게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뚜껑이 닫혀버리면서 자물쇠가 걸려버리고 말았다.
“히이이익! 진짜로 미믹이잖아?!”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카트리나님!”
“히끅! 꺄하하하하!! 저게 뭐야.꼼짝없이 갇혀버렸잖아?! 완전히 웃겨. 꺄하하하하!!”
이 광경에 놀란 여성들이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면서 아우성을 쳤지만 카트리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며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후후후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처음부터 우승 상품은 이 안에 30분 동안 들어가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역시 미믹…으갸갸갹?!”
티오가 창백해져서 중얼거리자 허벅지를 꼬집어서 입을 다물게 했다.
“이 상자는 연인의 포옹이라고 불리는 마법 아이템이거든요. 안에 들어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정말인가요?”
“네, 의심스럽다면 30분 후에 언니에게 물어보세요. 후후후. 여기에서만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게 요즘 최신 유행이거든요.”
“유행?!! 크흠. 새, 생각해보니까 저도 얼핏 들어본 것 같기는하네요.”
“히끅. 정마아알??”
“그, 그럼요! 제가 이래 보여도 최신 유행에는 아주 빠삭하답니다. 저, 저희 고향에도 있어요.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자. 자,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요!!”
“와아이~ 굉장해~ 나도 한 번 들어가 볼래! 히끅!!”
‘안 돼. 모두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야.’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티오는 이실라가 이상한 허세를 부리며 거짓말에 가담해버리자 사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두 사람 모두 뇌가 알콜에 절어있는 데다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경계심마저 스스로 부숴버리며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루시마저 무력화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버린 카트리나.
“그러면 언니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상자에 들어갈 다음 우승자를 결정해 볼까요?”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이 게임에서는 절대로 우승해서는 안 돼.’
티오는 침을 삼키면서 그렇게 다짐해버리고말았다.
****
같은 시각.
상자 속에 갇힌 루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있었다.
“야, 임마! 당장 열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퐁퐁~퐁퐁~
주먹에 잔뜩 힘을 주고서 두드렸지만 상자의 벽은 딱딱해 보이는 겉모습하고는 다르게 푹신한 쿠션처럼 소음과 충격을 흡수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뚜껑이 닫힌 직후부터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치 안과 밖이 완전히 분리되어버린 것 같은 완전한 감금.
덕분에 이상한 불안감으로 등골이 오싹해진 루시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조, 좋아. 카트리나.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지금 당장 무투기를 사용해서 상자 자체를 박살낼 거야.”
“그래서는 곤란하지.”
“누구야!! 응, 아니, 잠깐. 리한?? 네가 왜 여기에서 나와??”
후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돌아봤던 그녀는 예상하지 못한 인물과 마주하고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허! 주인님을 감히 이름으로 부르다니 메이드 실격이야. 아무래도 벌을 줘야 하겠군.”
“아니. 네가 업무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나저나 레이디스 룸에 몰래 잠입하다니 제정신이야?”
급하게 항의했지만 씨알도 먹힐 리가 없었다.
“후후후후. 너희들의 업무 시간은 주인인 내가 결정하는거야. 게다가 티오와 카트리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너만 혼자 자유시간을 누리는 것은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지.”
이 말에 루시는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서, 설마 두 사람의 낌새가 이상했던 게 전부다…”
“그렇게 된 거야.”
“모두 도망쳐!! 여기는 함정…으으읍?!”
리한의 노림수를 깨닫고 바깥에 있는 여성들에게 경고해주려고 했지만 단숨에 사로잡혀서 입을 틀어막혔다.
“아무리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봤자 어차피 소리는 새어나가지 않아. 하지만 허튼 짓하지 말고 고분고분하게 행동해. 이건 명령이야.”
지이이이잉-
“큭, 비, 빌어먹을…”
루시는 오딘소이의 강제력에 무력해지고 말았다.
“후후후후. 너무 그렇게 분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어. 카트리나가 그러더라. 이 상자의 컨셉을 30분 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마법의아이템이라고 하자고 말이야. 이름도 연인의 포옹이라고 지었지. 거기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어?”
“웃기지 마. 이런 변태스러운 행위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희밖에 없겠지.”
매섭게 쏘아붙였지만 웃으면서 가깝게 접근해 왔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네 아랫도리는 벌써 이렇게 흥건해지고 있는데 말이야.”
“이, 이건 그냥 조건 반사야! 네놈이 하도 박아대다 보니까…”
“귀여워. 루시.”
“?!!!”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말하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무슨 속셈이야?”
“속셈이라니? 나는 그냥 솔직한 감상을 말하고 있는 거야. 오늘따라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의상도 완전히 내 스타일이고 말이야.”
“거, 거짓말! 매번 그런 식으로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농담이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왜 이렇게 노출이 심한 거야? 아무리 속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속이 비치는 옷을 입다니. 네 아름다운 피부를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 다크 엘프의 갈색 피부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나는 좋기만 한데?]
“흐으으읏?!”
부르르르르-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리한이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하자 루시는 목을 움츠리면서 부르르 떨었다.
이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 그는 천천히 의상의 매듭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겉에 입은 튜닉은 내버려 두고서 속옷만 제거.
속살이 비치는 부드러운 실크 재질의 천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초코 브라운 색의 유두가 도드라져 보였다.
자신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강제력에 사로잡힌 그녀는 가리지도 못하고 고개만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봐도 예뻐.”
“또 거짓말을…”
“진짜라니까?”
“다, 다른 여자들에게도 하는 말이잖아.”
“물론이지. 모두 다 사랑스럽기 이를데가 없으니까 말이야. 너를 포함해서.”
“읏…”
“내 물건을 양손으로 잡아.”
이번에는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저항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주입받았기 때문에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랐다.
“느낌이 어때?”
“엄청나게 뜨겁고 딱딱해. 그리고 세차게 두근거리면서 요동치고 있어. 이렇게 대답해야 속이 시원해?”
“물론이지. 네 안에 들어가고싶어서 이렇게 안달이 나버렸으니까 말이야.”
“벼, 변태…”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루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숨을 토해내면서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처럼 하지 않을 거야.”
“…뭐??”
“연인처럼 다정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잖아. 참는 것이 어렵기는 해도 네가 스스로 넣어달라고 부탁하기 전까지 삽입하지 않겠어. 키스하고 애무만 하자고. 오붓한 연인처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짐승 새끼가. 그냥 평소에 하던 것처럼 꼴리는 대로 박다가 싸버리란 말이야! 괜히 이상한 수작 부리지 말고…”
“뭐야? 싫은 척은 있는대로 하더니 벌써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버린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좋아. 그러면 참으면 되겠네. 후후후후. 뭐처럼 좋은 기회니까 똑똑히 가르쳐 주겠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개소리 집어…으으으읍?!”
리한은 거칠게 욕설을 뱉어내는 루시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포개버렸다.
잠시 이어지는 설왕설래.
언제나 이루어지는 전희였지만 연인처럼 해주겠다는말이 과언이 아니었는지, 평소보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이어지는 행위에 눈썹이 역팔자로 올라갔던 그녀의 눈썹꼬리가 사르르 떨어져 내려왔다.
“그, 그만…너, 너무 길어…”
“오래 하면 할수록 좋잖아?”
“싫다니까…”
목소리에 힘이 빠져서 앙탈을 부리는 것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후후후후. 말은 그렇게 하지만 피어스가 보기 싫다고 했더니 전부 빼버렸지. 문신도 지워버렸고. 딱히 강제력을 발동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착하다, 착해.”
“머, 머리를 쓰다듬지 마. 피, 피어스 자국도 핥지 말고!”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하지 마라. 정말로 건방지기 이를 데가 없어. 게다가 솔직하지 못해. 그래도귀여우니까 봐주는 거야. 사랑스러운 녀석.”
쪽!
“으으으으으.”
그렇게 말하면서 이마를 쓸어올려서 키스해 주자 댕기열을 앓는 것처럼 묘한 신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