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H이벤트)개와 늑대와 사간(1)
“자네의 장점은 눈이 좋다는 거네. 아마도 퍼큘리어에 의존하는 거겠지? 하지만 뛰어난 동체 시력에 비해서 움직임이 제대로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어. 힘이 너무 들어가서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많다는 소리야. ”
“…”
“중검이 무조건 무거워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게. 검이라는 것은 어차피 생명을 취하는 살인 도구에 지나지 않아. 최고의 공격이라는 것은 낭비가 없는 법이지. 연약한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맹수가 그것을 잘라내지는 않는 것처럼 힘 조절이야말로…자네. 듣고 있는 것인가?”
“이미 기절했는데요.”
“응?? 도대체 언제…”
“입에서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때입니다.”
“이런…쯧쯧쯧쯧. 하여간에 요즘 젊은 녀석들은 근성이 없단 말이야. 우리 때는 선구자께서 금과옥조와 같은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경청했는데 말이지. 뭐, 그래도 칼센 보다는 근성이 있기는 하지만…꿍얼꿍얼.”
루크의 단점은 지나치게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뭐, 그래도 틀린 내용은 없었으니까 깨어나면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틀렸다니! 이 녀석이 감히 대선배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트집 잡으려는 것이냐?”
정색하면서 화를 내기는 했지만 더 꿍얼거리지는 않고 이리나의 지도를 시작했다.
“자네의 형形은 이미 완성되어 있네.”
“감사합니다. 장군님.”
“하지만 검에 지나치게 감정이 실려있다는 것이 문제야. 설영빙천공의 극의는 마음을 비워야만 터득할 수 있는 것일세.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
“…”
루돌프도 지적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에 튀어나온 말을 듣고 얼굴이 새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후계자를 좋아하는 건가?”
“?!!!”
“역시 북풍이 아니라 춘풍春風이었군. 하하하하하하하하!!!”
“제 여자를 함부로 놀리지 마십시오. 이리나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저뿐입니다.”
“도, 도련님!!”
“어허! 서방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으으으으으으.”
리한은 부끄러워하는 이리나를 끌어안으면서 선을 그었다.
“오호. 상사상애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로군. 무릇 마음이라는 것은 샘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법이라네. 그래서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야.”
“…”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경청하고 있었다.
“요는 태연해지라는 말일세.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는 세상에 검과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네. 그 순간에는 적과, 아군, 하늘과 땅조차 단순한 사물과 환경에 불과할 뿐이지. 그러니까 마음을 대범하게 먹도록 하게. 제일 좋은 특효약으로는…”
루크는 두 사람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합방을 하는 것이 최고지.”
“…네???”
이리나가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다.
“야스네, 야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쓸데없이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라도 빠르게 거사를 치르라는 말일세. 무릇, 세상에 사랑보다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네. 일단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면 사랑이 결실을 맺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배우자를 뜨거운 애정과 믿음이 생기는 법이지. 그러니 야스를 하면 어지간한 문제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으아아아앗?!”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무투기 공격에 당황한 루크가 연거푸 뒷걸음질을 쳤다.
“과연…야스를 하면 현자 타임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로군요? 엄청난 수치 플레이를 경험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작은 수치플레이에 동요하지 않을 테니까!!”
“바로 그거지!!”
“이 자식들이!!!!!”
논리적으로 완☆벽한 설명이었기 때문에 음낭을 치면서 감탄을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루돌프 부자는 이것을 알고 있어서 걸핏하면 이리나를 놀려댔었던 건가?’
리한은 그녀의 성취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희생해서 육보시를 해줘야겠다고 마음과 육봉을 굳게 다잡았다.
그리도 다음 지도 대련은 자신의 차례였다.
“자네는 일단 맞고 시작하도록 하지.”
“어째서입니까?”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곁에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잽싸게 곁으로 달려온 이리나가 전의를 불태우면서 그렇게 외쳤다.
“안 돼, 안 돼. 자네는 나서지 말고 옆에서 보고만 있도록 하게.”
“어째서입니까? 설마 제가 여성이라서…”
“그런 게 아니야. 자네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번이 좋은 기회일세.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두들겨 맞는 것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훈련을 해보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이리나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특정 단체를 의식하는 게…”
“아, 아니라니까! 이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굉장히 수상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맞서 싸우기로 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좋아, 좋아.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다니 아주 훌륭한 샌드백이로구만!! 하하하하하하! 100년 묵은 체증이 싸그리 내려가는군.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과 자라나는 새싹들은 자고로 이렇게 짓밟아 줘야지.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아아. 도, 도련니이이임.”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리한의 모습에이리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 썩을 영감탱이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었지만 루크의 구타는 정말로 지독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이었다.
때린 곳을 또 때리고 통각이 마비되어버린 곳은 잠시 내버려 뒀다가 마스터 코어의 치유 능력으로 회복되기가 무섭게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는, 그야말로 몸과 마음에 고통이라는 단어를 새겨넣으려는 듯한 악질적인 괴롭힘.
하지만 리한은 생각보다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빠각!
“크허어어어어억!”
파지지지지직!
어퍼컷에 정통으로 얻어맞아서 턱뼈가 으스러졌지만, 공중제비를 돌면서 상처를 회복해버리고는 바닥에 착지하기가 무섭게 다시 한번 이를 악물며 달려들어 왔다.
“각오하십시오. 장군님!!”
“오냐. 얼마든지 받아주마!!”
그런 상황이 반복되기를 수십여 차례.
중간에 기절하거나 포기했다면 그쯤에서 멈춰주려고 했던 루크였지만 리한은 아무리 쓰러지고, 쓰러져도 불구대천의 원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악착같이 일어나면서 달려들어 왔다.
‘허허허.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재주나 가지고 있는 머리나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신통방통하군. 상처와 내공이 회복되는 속도도 예사롭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마음이 꺾여버렸을 텐데. 정말로 대단한 근성이야. 하지만 제일 놀라운 것은…’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백호의 품세로 전환한 그가 맹호광타를 출수했다.
그러자 리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쌍검을 휘두르면서 모조리 상쇄시켜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녀석이야.’
터무니없는 성장 속도.
물론, 약해진 상태를 감안해서 봐주고 있는 것이기는 했다.
루크가 전력을 발휘해서 끝장을 내버리려고 했다면 이미 한참 전에 끝나버렸을 대련.
하지만 몇 번 보여주지도 않은 기술을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파훼해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따름이었다.
‘정신이 육체를 초월하고 있어. 쓰러져서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기술을 보완해서 강해지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우친다는 천재가 바로 이런 것일까.
‘이 녀석이라면 어쩌면 정말로…’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찾아다니던 한 줄기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루크의 입가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리한에게는 아무런 어드바이스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입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싸우는 와중에 스스로 단점을 찾아내서 보완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
푸슉!!
리한이 내지른 회심의 일격이 마침내 노장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자그마한 생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녀석이??’
딱히 위력이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스터 코어가 과부화 되어버렸기 때문에 체력도 마나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모조리 바닥나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루크가 자신도 모르게 피로에 지쳐서 금강투합체를 유지하는 것이 느슨해졌던 순간, 리한은 그 틈을 정확하게 노려서 의표를 찌르는 일격을 정확하게 성공시켰던 것이었다.
“크크크큭. 드디어 한 방 먹였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쿵!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