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라떼는 말이야(10)
파지지지직-
“혼섬뢰!!”
“현무의 품세. 백수공타!”
투타타타타타타타!
수많은 얼음 파편과 쌍검이 모든 방위를 장악하면서 쏟아져 들어갔지만, 마치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루크의 장법에 모조리 튕겨 나가버리고 말았다.
“부하들을 앞세우기에 뭔가 대단한 것을 준비해서 오는 줄 알았더니만 의외로 별 것…음?!”
푸슈우우웅!
실망했다는 듯이 중얼거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그가 마치 블링크라도 사용하는 것처럼 자취를 감춰버렸다.
‘어디로 갔지??’
목표를 잃어버려서 당황하는 사이에 수십m 떨어진 돌기둥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루크가 루크가 기합을 내지르며 무투기를 발동시켰다.
“현무의 품세. 폭귀갑!!!!”
콰아아아아아아앙아!!!
전신에서 새하얀 빛이 폭사하는가 싶더니 마치 거북이 등껍질 같은 황금 구체의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뒤이어 일어나는 엄청난 규모의 폭발.
휘오오오오오오-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열풍에 눈살을 찌푸린 이리나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련님.이게 대체 어떻게 된…”
“젠장! 디스트로이어를 모조리 파괴하다니. 터무니없는 괴물 같으니라고!!”
“네??”
투두두두둑-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루크가 자신의 무복을 털어내면서 재미있다는듯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자네가 사용한 기술이었군. 어쩐지 준비한 시간에 비해서 공격이 허술하다고 생각했더니. 눈속임이었던 것인가? 덕분에 오랜만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꼈네. 그것 하나만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부우우우우우웅!!
“피하세요. 도련님!!”
“젠장!!”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등 뒤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져 왔다.
신월보를 사용해서 도망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
리한은 조건 반사처럼 본능에 의지해서 제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무투기를 발동시켰다.
“혼섬뢰, 맥시멈 부스트!!!”
파지지지지직-
“안 돼, 안 돼. 느려 터졌어. 백호의 품세. 맹호광타.”
투타타타타타타타!!
속도와 속도의 대결.
마치 수백, 수천 개의 주먹이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은 난타에 리한은 자신이 어떻게 검을 휘두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쌍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속도와 물량 앞에서 상쇄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잠시 버텨내는가 싶었지만 결국에는 아토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얻어맞고서 돌기둥 밑으로 추락해 떨어졌다.
“도련님!!”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무공으로 싸워야지. 어디에서 이런 사술 같은 것을 배워서 의존하려는 것인가?”
파지지지직-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잠시 정신을 잃어버렸다가 마스터 코어의 치유능력으로 깨어날 수 있었지만 욕지거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 권격의 폭풍에 금강투합체는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비장의 수단으로 사용한 디스트로이어조차 사술 따위로 치부 당하는 상황.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자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크는 틀림없이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죽어다 깨어나도 이길 수가 없는 상대였다.
‘오딘소이의 금제마저도 약화시켰던 디스트로이어를 열파로 파괴해버리다니…’
단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힘이 신마저 초월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마주친 상대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이자 더 원의 여왕이었던 오르피아조차도 그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졌을 정도였다.
그만큼 디스트로이어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파괴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마법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조그마한 나노머신은 마나 자체를 먹이로 삼아서 무한으로 분열하며 증식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제어를 못했다가는 이 세계 자체를 무無로 돌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힘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천적인 아키텍트를 사용해서 바이러스와 백신을 동시에 사용해왔지만, 최근에 리한은 이 디스트로이어 자체를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개량해 놓았다.
이름하여 포인트 타겟팅.
대상이 뿜어내는 고유한 마나의 파장을 탐지해서 정확하게 목표를 무력화시키고 활동을 중단하도록 설계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참고로 최근 이 기술에 시험대이자 희생양이 되었던 것은 사라 크레이그였다.
아스트라세 일가의 전함에 전술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던 그녀의 마력을 송두리째 빨아들인 것이 바로 이번에 개량한 디스트로이어였던 것이다.
물론, 상황이 끝나고 나서 아키텍트의 힘으로 변환해서 돌려주기는 했지만, 6서클 마스터인 배틀 메이지를 부작용 없이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디스트로이어가 루크에게는 너무 무력하게 당해버리고 말았다.
육안으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았을 분자 단위의 공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감지하고 피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고있었다는 것처럼 초고온의 열파를 뿜어내는 무투기를 사용해서 접근하기도 전에 모조리 녹여버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제 3의 눈.
S급에 도달하는 것으로 이루게 된다는 심안의 경지가 아니라면 보여줄 수 없는 상식을 초월하는 능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감히 도련님을 공격하다니!!”
분노한 이리나가 사방에서 매서운 얼음 파편을 발사하면서 자신도 직접 돌진해 들어갔다.
“진정하거라. 아해야. 감정에 사로잡혀서 검기가 흐트러져버리지 않았느냐? 주작의 품세. 천풍화월!!!”
화르르르르륵!!
퍼퍼퍼퍼퍼펑!
“크으으으으윽!”
설영빙천공으로 장악하고 있던 필드 전체가 따듯한 훈풍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그녀가 생성한 얼음 파편들이 모조리 터져나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내력 싸움에서 완벽한 패배.
덕분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입술에서 새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리나!!”
“저, 저는 괜찮습니다. 도련님.”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파지지지지직!
곧바로 전선으로 복귀한 리한이 이리나의 부상을 치료해줬지만 자신의 여자를 상처입혔다는 사실이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회복해서 돌아오다니 놀랍군. 혹시 성녀님에게 몰래 서포트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것은 반칙이라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제 능력이니까 염려 놓으십시오!”
“호오, 그렇다면 혹시 퍼큘리어인가? 초회복이라니. 같은 무장으로서 부러운 능력일세.”
쾅!!!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던 아토스가 뛰쳐 나와서 대열에 합류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보, 복귀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주군. 다시 한번 곁에서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아토스. 이렇게된 이상. 오기로라도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에게제대로 한 방 먹여주고야 말겠다. 두 사람 모두 다시 한번 따라오도록 해라!!”
“존명!!”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우면서 무기를 고쳐 잡자 루크는 허리를 뒤로 젖혀가면서 호방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로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군. 하지만 자네들의 실력은 충분히 봤네. 아쉽지만 자유 대련은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자네들의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서 맞춤 지도를 해주도록 하지.”
“그게 무슨…”
잠시 풀어지는 긴장.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썩어들어가고 말았다.
“그래도 성장에는 고통이 동반하는 법이니까 어금니는 꽉 깨물어놓도록 하게.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그리고 지도 대련을 빙자하는 구타 행위가 한참이나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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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는 싫지만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시간이었다.
리한이 두 사람을 선별해서 데려온 이유는 각자의 단계에서 지니고 있는 단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좋은 스승을 만나서 지도 대련을 받으면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크는 틀림없이 왕국 최고의 스승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었다.
단지,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올드하고 스파르타하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처음에 교정을 받은 것은 아토스였다.
“느려, 느려, 느려, 느려!!! 너무 느려서 자네의 검에는 파리가 앉아서 하품을 하다가 날아가겠구만. 중검의 파워에 휘둘리지 말고 정확하게 끊어서 치라는말일세! 도대체 허리는 뒀다가 뭐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이래서야 수왕이라는 이름을 울고 가겠군!!”
“크으으으으윽, 크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쏟아지는 권격을 장검으로 쉴 새 없이 쳐내면서 자세를 교정해 나가던 그는, 결국에는 손바닥에 턱을 얻어맞고서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아서 바닥으로 처박혀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수련할 때마다 지금의 타이밍을 떠올리도록 하게.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이고 최대한 작고 날카롭고 휘두른다면 자네 중검의 위력은 오히려 살아날 거야.”
“가, 감사합니다. 꼬르르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