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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6화 〉라떼는 말이야(9) (166/429)



〈 166화 〉라떼는 말이야(9)

욱씬-

 말을 듣자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얼굴 흉터의 상처가 불타 들어가는 것처럼 지끈거렸다.

“이유를 모르겠군요. 어째서  이름이 여기서 나오는 겁니까?”


“자네의 흉터.”


“이 상처에 대해서 뭔가 알고 계시는 겁니까?”


“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까 기억이 나지않는 모양이군. 혹시…조작된 건가? 하기야 그럴 수도 있겠어.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니까 말이야.”


‘조작되었다고?’


자신의 얼굴에 있는 불꽃 모양의 흉터는 마스터 코어의 치유능력으로 고치지 못했던 유일한 상처였다.


왕국의 모든 귀족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서 트레이드 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지만, 정작 이것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해서 여전히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었다.


오죽했으면 세경가인 아스트라세 일가조차도 단서 하나 제공해주지 못했겠는가.


그나마소꿉친구(?)였던 이리나의 증언을 토대로 대략 10살 전후에 갑작스럽게 생겨났다는 사실만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흉터를 어째서 루크 장군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거야?’

후계자의 기억을 되짚어봐도 그와 마주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단서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청하는 것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 알고 계시는 것이 있다면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좋아, 자네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하지만…”


 순간, 리쉬케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배틀 에어리어 엑스텐션(전투지역 확장)]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연무장 전체가 커다란 거울이 깨져나가는 것처럼 균열을 일으키면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끝없는 황야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바닥에서 커다란 돌기둥 절벽이 수천, 수만 개가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를 먼저 쓰러트려야 되겠지만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


 위로 뛰어오른 루크가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광천 대소를 했다.

“이런 더럽고 치사한 영감탱이가…”

“조심하세요, 도련님. 이것들은 단순한 환상이 아닙니다!”

“나도 알고 있어.”


깎아지른 것처럼 솟아오른 돌기둥이 가득한 석림石林과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황야의 바람.

 모든 것들이 명확한 실체를 구성하고 있는 이 공간은 마력으로 창조한 이면의 세계였다.


소비하는 마나도 터무니없었지만 술식 자체가 여간 까다롭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서 현대에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고 알려진 8서클 마법.

아마 오팔 왕국을 통틀어서도 리쉬케밖에 만들어 내지 못하는 풍경일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싸울 수 있는 녀석들은 모조리 데려오는 건데…’

잠시 후회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신의 휘하에 있는 모든 부하를 끌고 왔다고 해도 왕국의 수호신에게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거의 신화에 가까운 루크의 과거 이력이 절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상식에서 한참을 벗어나고있는 괴물 중의 괴물.


하물며 현재의 그는 자신의 전성기 이상의 힘과 혈기를 되찾아서 절정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다른 무엇도 아닌 마스터 코어의 치유능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군.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마지막까지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수밖에…’


혀를 차면서 각오를 다진 리한은 부하들을 돌아보면서 명령을 내렸다.


“아토스, 이리나! 잠시동안 저 빌어먹을 영감탱이의 발목을 잡아놓도록 해라!!”

“하하하하! 터무니없는 주문을 하시는군요. 하지만 알겠습니다!!”


“존명!”


슈파아아아아앗!!


왕국 최강의 무장과 싸울  있다는 생각에 고양되었는지, 평소보다 훨씬 들떠있는두 사람이 깎아지른 듯한 돌기둥을 육지를 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뛰어 올라가서 양쪽으로 루크를 덮쳤다.

“수왕참!!!”

“백야!!”


태산을 내리찍는 것 같은 묵직한 중검과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재빠르게 펼쳐지는 초신속의 검격.


처음으로 합을 맞춘다고 보기 힘든 훌륭한 연계 공격이었지만, 루크는 손자들의 재롱잔치라도 보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콰콰콰콰콰쾅!


그리고 모든 공격이 명중했다.

“?!!!”


오히려 적중시킨 쪽에서깜짝 놀라서 거리를 벌리는 기묘한 상황.

하지만 루크는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멀쩡한 모습으로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씨익-

“하하하하. 후계자가 굳이 너희를 선별한 이유를 알겠구나. 성장 가능성이 보여. 젊은 나이에 장래를 기대할만한 솜씨야.”


“어, 어떻게…”

“그냥 금강투합체로 버텨냈을 뿐이다. 딱히 놀랄 일도 아니잖느냐??”

‘놀랄 일이 아니라니 지랄하고 있네!’

전력을 쏟아붓지는 않았다고 해도  사람이 사용한 기술은 엄연히 무투기였다.

금강투합체가 모든 것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라고 한다면 무투기는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가드 불가의 필살기.


말도  되는 모순 같지만 B급 무장만 되어도 발동하는 무투기로 드래곤의 스케일마저 파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금강투합체로 막아내는 것도 어느 정도 위력을 상쇄시키면서 받아내는 것이 일방적인 상식이었다.

“생각해 보니 대련을 하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하는  예의인데 말이야. 두 사람에게 내 무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줘야겠군.”


챙!

이 말에 두 사람이 자신들의 무기를 고쳐잡으면서 자세를 취했다.

“젠장, 세상에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답니까?”

“죄송하지만 유레시아 대륙에서 장군님의 무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니, 그래도 이런 것은 기분이니까 말일세. 늙은이의 얼마 되지 않는 재미를 빼앗아가지는 말게나.”

고오오오오오오오-

“설영빙천공의 이리나입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장군님.”


“수왕벽력도의 아토스입니다. 한  배우겠수다!!”


“호오? 아스트라세 가문의 여식의 무공이야 새로울  없다네만. 자네의 무공은 처음 들어보는군. 생김새도 그렇고 혹시낭인이나 용병 출신인 겐가??”


“검으로 논하는 자리에서 그따위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습니까아아아아!!”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제자리에 뛰어올라서 몸을 회전시킨 아토스가 다시 한번 수왕참을 사용해서 발판으로 삼고 있던 돌산을 루크에게 날려 보냈다.


슈우우우우우욱-

수십, 수백 개로 쪼개져서 날아오는 집채만 한 돌무더기들이 왜소하기 이를 데가 없는 작은 인간을 순식간에 짓뭉개버릴 기세.

“거 참. 젊은 녀석이 성급하기는…”

쩌어어어억-

하지만 루크는 마치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가볍게 손가락을 내밀어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바위를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뒤에서 뛰쳐나온 아토스가 무투기를 출수해 왔다.

“아생 개방. 맹호출세!!!!”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백호의 품세. 맹호광타.”


쾅!

자신이 쏘아낸 검강이 주먹에 부딪혀서 튕겨 나가는 것에 놀라고 있을 사이도 없이.

아토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두둥실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타!!!!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타격음.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몰아치는 태풍속에서 허수아비가 펄럭거리면서 춤을 추는 것처럼, 온몸 가득히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주먹 자국이 새겨지며 처참하기 이를 데가 없는 비명을 토해내었다.


탁탁탁!

“수왕의 기술이라면 나도 약간 조예가 있어서 물어봤던 건데 말이야.”

가볍게 손을 털면서 중얼거리는 루크.


휘오오오오오오-

“음?”


그런 그에게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한기가 느껴지자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뒤돌아봤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이리나의 북극광.


새하얀 백발이 사방으로 휘날리면서 황야의 모래바람이 차디찬 서릿발로 변해 나가기 시작했다.


“설마  기술은…”


“만개해라. 천영풍천화!!!!”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시야를 덮어버리는 화이트 아웃 현상과 함께 배틀 에어리어 전체를 장악해버리는 설영빙천공의 매서운 한기.

투두두두두두둑-


그녀의 주변 대기에서 마치 고드름이 돋아나는 것처럼 수많은 얼음 파편들이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군대를 사열시키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루크를 향해서 첨단의 끝을 조준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놀라운 성취로군. 그 나이에 벌써 그만한 경지에 도달했다니 말일세. 듣자 하니 자네의 실력이 왕국 동년배에서는 적수가 하던데 과연 명불 허전이로구나.”


“장군님의 세대에 비하면 보여드리는 것조차 미숙한 솜씨입니다. 하지만 질 때는 지더라도 쉽사리 승리를 내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아니, 아니. 과찬이 아닐세.우리 때도 자네의 나이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어지간히도 미쳐서 검을 휘두르지 않고서야 가능한 경지가 아니었을 텐데.”


“…”


“혹시 남자였나?”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도발하자 문답 무용으로 얼음 파편들이 쏘아져 들어갔다.

“뭐, 좋네. 좋아. 차가운 서릿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춘풍春風이었다는 것도 풍류의 한 종류겠지.”

사방에서 쏘아져 들어가는 강기의 파편들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피해내면서 중얼거린 루크가 처음으로 자세를 갖추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어쨌든 자네의 경지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지금 이 자리에서 내 무공을 소개해 주지. 패왕사신무. 주작의 품세. 천풍화월…”


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갑작스럽게 배후에서 모습을 드러낸 리한이 자신의 소개와 함께 쌍검을 휘둘러 왔다.

“월환쌍극의 리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장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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