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3화 〉라떼는 말이야(6) (163/429)



〈 163화 〉라떼는 말이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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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한은 공화국파를 해체하고 신공화국파를 창설했다.


물론, 이름 자체는 바뀌지 않았고 구성원 대부분이 해체했었다는 사실도 몰랐지만 구조 자체를 완벽하게 뜯어고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꿔버렸다.

지난 과오를 털어버리고 새 술을 새 부대에.

이 슬로건은 북방 3가가 마음을 바꿔서 다시 합류하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

왜냐면 배신자 리스트를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구조조정도 이루어졌다.


일단 신뢰를 잃어버린 베리우스를 대신해서 루크 장군을 새로운 수장으로 추대하는 것으로 새로운 서열 정리가 이루어졌다.


이 결정은 만장 일치로 환영을 받았다.


정치적으로 치우치지도 않았고 인품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는 완벽한 수장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크가 맡은 역할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협상 자체의 완벽한 신용보증인이었다.

리한은 자신이 정당한 후계자의 지위를 되찾을 때까지, 루크에게 이런 거래에서 받기로 결정된 대금 217억 3천 200만 대륙 은화와 1만 2천 명의 마법사를 전부 대리 수금시키기로 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자신이 돌로레스에게 패배해서 제니아에서 죽게 된다면  돈은 전부 그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이 고귀한 희생(?)과 대담한 결정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리한을 칭송하며 기립 박수를 쳤다.

자신들이 각각 1억 대륙 은화에 팔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방백들이 보기에는, 후계자가 공화국파를 위해서 엄청난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속내를 알고 있는 카밀라 일행은 뭐씹은 표정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하지만 이것은 그들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다.

왜냐면 리한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북방 3가에게 1억 대륙 은화의 배당금을 나눠주기로 했기 때문에, 그들이 이번 협상에서처럼 섣부르게 배신하거나 이탈하지 못하도록 구속력을 발휘하는 추가 조항을 계약서에 집어넣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당을 받는 사람들은 6명.

베리우스, 루크, 지그문트, 캐시, 마리오, 사라까지.

총 6억 대륙 은화라는 금액을 공화국파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루크가 책임을 지고 2년 동안 분할해서 배당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방백들은 적어도 2년 동안 형식적으로나마 파벌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리한은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 사항도집어넣었다.

[만약에 정당한 사유 없이 파벌을 탈퇴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공동으로 제재를 가하자]


방백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인 하나로 엄청난 돈이 생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계약서에 공동 서명을 남겼지만, 이것은 사실 공화국파가 결성한 이래 처음으로 대귀족의 행동 자체에 제약을 만든 엄청난 항목이었다.

이로서 리한은 방백 중 하나가 제멋대로 파벌을 이탈하는 순간에 주저 없이 선전 포고를 날릴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공화국파 전체를 소집해서.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협상이이루어지면서 리한이 거래한 물건을 궁금해하지 않고, 물어보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T-7또한 은요호 기관에게 자신들이 구매한 정보가 누출 당할 염려를 조금이나마 놓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새어나갈지 몰라서 시간이 촉박한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계약서에 사인하기가 무섭게 대가  일부를 지불하고 폭탄을 터트리는 데 필요한 정보 몇 가지를 양도받았다.

엠프리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협상으로 거의 일방적으로 손해를  것이나 마찬가지.


덕분에 리한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 고깝지는 않았지만, 만약에 그들이 계약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면 록히드 플랜과 공화국 자체가 신뢰를 잃어버리는 셈이었기 때문에 오팔 왕국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면 순순히 잔금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라는 연대 보증인이라는 명목으로 공화국파에 합류하게 되었다.


만약에 T-7이 계약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공화국파가 합심해서 제국파로 돌아서게 되는 협상 절차가 그녀의 손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 협상이 잘 풀리면 록히드 플랜이 지원이 끊어진다고 해도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방백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조치였고 카밀라는 이를 갈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서 사라 또한 공화국파의 당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터.


텔파이프의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물론, 이렇게 안전장치를 해놓는다고 해도 방백들이 언제 어떻게 변심해서 사건을 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평화로울 것이다.


오히려 이제부터 일어나는 싸움은 강 건너 불구경.

넥타르의 치부책을 두고 제국과 공화국이 본격적으로 정치 공방을 시작한다면, T-7과 은요호 기관도 정면 충돌하면서 왕국 내부의 사정에 개입하지 못하고 치고받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짧은 평화의 시기에 리한은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어차피 오팔 왕국의 내전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현재 구도는 4.5대 1.5,리한이 아슈킬 가문의 후계자가 된다면 5대 1로 공화국파가 완벽한 우위를 차지하게 되지만, 이번 사건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은 델링거 왕실에 비해서 방백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해도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었다.


비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힘은 언젠가는 폭발해버리는 법.


지금은 잠시 조그마한 테이프로 터질 듯한 강둑을 막아놓았을 뿐, 언제 어떤 구도로 왕국의 내전이 시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소소하게 웃음을 주었던 사건은 신 공화국파의 결속이 구체제보다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베리우스가, 리한을 찾아와서 정식으로 감사를 표시했다는 것이었다.


‘불쌍한 어릿광대 같으니라고…’

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하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니, 그런 사실을 아는 날이 오기는 할까.

어느 쪽이라도 이제는 자신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리한은이날을 기점으로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과 돈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등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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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퍼퍼퍼퍼펑! 펑퍼퍼퍼펑!!


마법사들이 쏟아대는 불꽃이 밤하늘과 베르디 강을 수놓으면서 아름답게 퍼져나갔다.


오늘 저녁에는 가장 파티가 열렸다.

수많은 귀족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무시무시한 몬스터로 변장해서 사교 활동을 즐겼으며, 아이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를 받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럴 때 보면 인간들은 이종족을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리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포도 쥬스를 마셨다.

참고로 그는 늑대 분장을 했다.


선상 외곽에 호박 모양의 프라이버시 텐트를 대여받아서 일행과 함께 소소한 뒤풀이를 즐기면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장내는 조금 시끌벅적했지만 어제와 비교하면 한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가장  원인은 방백들이 모조리 떠나버렸기 때문.


그들이 가버리자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우르르 이탈해버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귀찮은 방해를 받지 않고 어제보다 훨씬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뱃놀이 파티를 즐길 수가 있었다.


제니아에 도착하는 것은 내일모레다.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한가롭게 놀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미 공략 수단과 방법은 생각해놨기 때문에, 이틀 동안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어버리고 즐겁게 놀다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게다가 이것은 오팔 왕국의 내로라하는 미녀들이 모여드는 파티다.

협상 때문에 미뤄놓았던 신나는 연회를 즐겨주자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카트리나와 클레어가 텐트로 들어와서 자리에 합류했다.

“수고가 많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커다란 활약을 해주었구나.”


“후후후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이죠.”

“너도 말이다. 클레어, 정말로  해줬어.”

“아, 아닙니다…”


여전히 복잡한 심사가 정리되지 않았는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소심하게 대답해 왔다.

“그나저나 주인님은 늑대로 분장하셨군요. 후후후후. 이번에는 어떤 여자들을 잡아먹으시려고…”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염려했는지 카트리나가 호들갑을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는 너는 미라로 분장했군. 잘 어울리는구나.”


“네, 그리고 주인님에게만 알려드리는 비밀입니다만 전신에 두르고 있는 붕대를 빼면 아무것도 입지 않았답니다♡”


“뭐, 뭐라고?!!”

크르르르르르르-

터무니없는 진실 고백에 충격을 받은 야수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참고로 클레어는 마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소에 입고 있던 답답한 사제복을 벗어던져서 커다란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도드라져 보이는 검은색 드레스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리나님은 스노우 메이든이시로군요. 굉장히 잘 어울리세요.”


“감사합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나는 리한의 왼쪽 편에 앉아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성희롱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뺨이 불그스름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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