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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화 〉(H이벤트)누가 적이고 아군인가?(10) (157/429)



〈 157화 〉(H이벤트)누가 적이고 아군인가?(10)

“하지만 시체는? 공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선단 어딘가에서 혈마법사의 시체가 발견되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루크 장군님.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현장 지휘를 맡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말대로, 경비 인력을 총동원해서 모든 장소를 수색해 봤소. 하지만 사망자는 없었지. 더더군다나 정체불명 괴한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면 진작 모두에게 알려드렸을 거요.”

“그것 보십시오!”

이 증언에 기세등등해진 마리오가 어떻냐는 듯이 따져 물었지만 리한은 가볍게 받아 넘겨버렸다.


“사체 정도야 녀석의 동료들이 알아서 처리했을 테죠.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저도 루크 장군님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 초대받은 승객이나 직원 중에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사람은 없었습니까?”


“흠. 아예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군. 확실히인원 체크를 해보니까 쥐새끼처럼 혼란을 틈타서 빠져나간 자들이 있기는 했소.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크까지 속이고 빠져나간 사람도 있는 모양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슬그머니 사라를 쳐다보기는 했지만 더 이야기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그, 그렇다면 정말로…”


“생각했던 것보다 보안 문제가 심각하군요. 혈마법사들이 우리를 습격하려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벌건 대낮에 천년 가문의 후계자가 괴한에게 공격당했으니 말이에요. 이래서야 뱃놀이를 계속할 수 있겠어요? 후작 각하.”


“아니. 그것은 그러니까 그게…”


리한이 하는 말이 뻔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베리우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지그문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터무니없는 소리군. 애초에 증거는 있소? 괴한에게 습격당했다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증거는 없지만 증인이라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용히 손을 올린 사라의 목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쿵!


“닥쳐라! 주제도 모르고 감히 외부인이 어느 안전이라고 끼어드는 것이냐?”

“죄송하지만입을 조심하셔야 하는 것은 지그문트 각하십니다. 제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에게 지나친 무례와 실례는 삼가주십시오.”

“뭣?!”

당돌하기 이를 데가 없는 리한의 태도에 그는 순간적으로 주춤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는  사람.

“어머. 은인이라니 과분한 말씀이로군요. 저는 그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는데요.”


“아닙니다. 각하. 갑작스러운 혈마법사의 습격에서 구해주신 은혜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일은 천년 가문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반드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후후후후.고지식하기도 하셔라.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로군요.”


리한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해서 멘탈이 나가버렸었다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태연한 모습으로 능숙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다면 설마 예상하지 못했던 도움이라는 것은…”


“네, 그렇습니다. 바로  사라 크레이그가 공자님을 습격한 혈마법사를 퇴치했습니다.”


“말도 안 돼!!”

“어머.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마나의 맹세라도 해드릴까요? 아무리 그래도 의심이 너무 지나치시군요. 지그문트 각하.”

“큭!”

수군수군


너무 당당한 태도에 말문이 박혀버리자 장내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썩어도 준치라고 방백의 보증, 그것도 6서클의 배틀 메이지가 하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리기 마련.


오죽했으면 리한이 하는 말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베리우스나 루크마저도, 자신들이 모르는 타이밍에 괴한의 습격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해버렸을 정도였다.

이것이 완벽한 블러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사람은오직 카밀라와 스미스 뿐이었다.

툭툭.


[좋지 않아.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저도 알고 있어요. 스미스씨.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끼어들  있는 타이밍이 아니에요. 여기에서 함부로 말을 끊었다가는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요.]


[큭.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이렇게까지 꼬아버리다니. 빌어먹을 막시밀리안 녀석.]

대화의 주도권이 완전히 리한에게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일을 어렵게 만든 원흉을 떠올리면서 이를 갈았지만, 상황은 두 사람이 우려했던 것처럼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크흠, 알겠소. 천년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인정하도록 하지. 하지만 공자, 아무리 은혜를 입었다고는 해도 근본이 없는 여자하고는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도록 하시오. 특히나 상인처럼 천박한, 눈앞의 이익을 탐하는 자는 언제 어떤 식으로 배신을 할지…”

“글쎄요, 지그문트 각하. 저라면 오히려 각하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뻔뻔한 사내를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움찔!

갑작스럽게 지적을 받은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움찔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이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자신의 최측근을 지적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그문트.


짝짝!


리한이 대답하는 대신에 손바닥을 치자 메이드 복장의 루시가 와서 문서 하나와 영상기록장치를 넘겨주었다.

“런디 매그너스님. 제가알고 있기로는 로체스 가문을 400년 동안 보좌해온 세경가의 가주이자, 각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측근이시로군요. 제 말이 맞습니까?”

“그, 그것이 그러니까…”


“무슨 수작인지를 모르겠군. 대관절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본론을…”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그를 대신해서 지그문트가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순간에 리한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영상기록장치를 재생해버리고 말았다.

지이이이잉-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영상이 원탁 위로 떠올랐다.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모습이 그려지면서 화상 통신 마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이 등장을 했다.


“아, 안돼! 제발 그만. 거기에서 멈춰!!!”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그자를 제압해라.”


“존명.”

보자마자 어떤 상황인지를 깨달은 런디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영상기록장치에 손을 대려고 하자 루시가 주저하지 않고 움직였다.


슈우우우욱-

쾅!!


“?!!!!”

잠시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배후에 나타나서 남자를 거칠게 바닥에 쓰러트리고 제압해버리는 그녀.


단순한 메이드라고 생각했던 다크 엘프의 실력도 놀라웠지만, 그것보다는 영상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미친 듯이 날뛰는 측근의 모습이 방백들에게는 훨씬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속지 말아주십시오. 각하! 그것들은 모두 가짜입니다. 전부 조작된 가짜 증거란 말입니다!!  런디 매그너스. 지난 30년 동안 한마음 한뜻으로 각하를 섬겨왔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저를 믿어달라는 말입니다!!!”

“대,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런디?! 나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를 깨달은 그의 안색이 걷잡을 수 없이 창백해져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진실 공방을 펼칠 사이도 없이 자신의 죄를 자백해버린 모양이군요. 도둑이  발을 저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 같습니다.”


“아, 아, 아닙니다. 각하. 이것은 그러니까 그런 게…”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말을 더듬었지만, 지그문트의 낮빛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하고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죠. 이자를 판단하시기 전에영상기록장치에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으드드드득-

“부디 부탁드리겠소, 공자.”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수라처럼 무서운 표정으로 변해버린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재생하기 시작한 영상 기록에서 나오는 내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흠. 그러니까 지금 런디님께서 요구하시는 주문은 이번 습격 작전에서 지그문트 방백을 제거해달라는 말씀이로군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넥타르의 수장, 투스트로 본인이었다.


[딱히 과도한 요구는 아닐 텐데? 아니면, 너희들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인가?]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딱히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군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두 분께서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하하하하! 농담이겠지. 지난 30년 동안 그 더러운 새끼가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날이 하루도 없었다. 빌어먹을 개자식이 어쩌다가 종가에태어났다고 으스대는 꼴을 생각하면 돼지똥을 퍼먹여 주고 싶을 정도야. 게다가 그 자식은…]

[무엇입니까?]


[아니. 네가  필요는 없지. 어쨌든 그 녀석만 제거해주면 로체스 가문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너희도 북방 3가 중에 하나가 제국파로 돌아선다면 앞으로의 일이 수월해질 것이 아니냐?]

[물론,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만…가능하시겠습니까?]


[하하하하! 물론이지. 이미 준비는 마쳐놨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녀석의 더러운 피를 물려받은 자식새끼들을 한꺼번에 지옥으로 떨어트려 주지. 그리고 녀석이 애지중지하는 마누라와 애첩들은 노예들의 씨받이로 죽을 때까지…]

“그마아아아아아안!!!!!”

쾅!!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지그문트의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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