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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H이벤트)공성전(8) (145/429)



〈 145화 〉(H이벤트)공성전(8)

동시에 새로운 의문이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피를 제외한 다른 음식은 전혀 섭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어제 낮에는 저희와 함께 태연하게 식사를 즐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후작의 선단에 있을 때 두 사람이 카트리나와 클레어로 변장하고 오찬 식사를 함께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물었다.

“억지로 씹어서 삼키는 방법을 익혔거든요. 소화도 안 되고 영양분도 섭취할 수 없지만 주변에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최대한 평범하게 행동하라는 법을 배워놔야 한다고 언니가 말해서…”

“현명한 처신이군요.”

하지만  대답을 듣고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도 정액은 맛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것도 연기였습니까?”

“아니요. 어라? 생각해보니까 그러네요??”


“어머? 설마 자각 없이 말했던 거야?”

“정말로 달콤하고 황홀해지는 맛이라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는데. 혹시 언니는 눈치를 채고 있었어?”

“당연하지. 지금까지 어떤 산해진미를 먹어도 헛구역질을 하면서 토해내던 네가 맛있다고 하니까. 그나저나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신기한 일이네. 틀림없이 땀이나 침으로는 혈액을 대체할 수가없다고 했지?”

“으, 응. 다른 음식보다는 먹을 만하지만…”

‘시험해본 거냐??’


황당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사정이 절박했으면 저런 방법까지 시험해봤을까 동정심이 들기는 했다.


“공자님이 특별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야? 아니면…”

“한번 시험해보죠.”


“네?? 앗? 으읍?!”

“어머?”

리한이 질을 끌어당겨서 입술을 맞췄다.


포개지는 부드러운 감촉.

하지만 금방 떨어져서 불만 사항을 이야기했다.

“입을 너무 꼭 다물고 있지 않습니까? 타액을 교환해야 정확하게 검증을 할  있는데.”

“엣, 아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절차가 있지. 다짜고짜 이렇게요? 지금 것도  첫키스였는데요? 엣? 으에에에에엣?!”

아무래도  번에 너무 여러 가지가 일어나버리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 모양이었다.


“의외로군요. 공자님께서 이렇게 적극적인 분이였을 줄이야.”

“집중할 수 있게 자리를 피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각하.”

슬그머니 눈치를 줬지만 절대로 일어서지 않겠다는 것처럼 거만하게 다리를 꼬면서 소파에  깊숙하게 몸을 기댔다.


“후후후후. 저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즐겨주세요. 설마 동생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린 제가 도움을 드리면 드리지. 훼방이라도 놓을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다물고 가만히 있으십시오.”


“…까칠하시기도 하셔라. 흠, 알겠어요. 알았다고요! 칫. 이 방에 방음 마법은 누가 걸어놓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애초에 선실의 주인보고 나가 달라니 이래서 커플은 안 된다니까. 투덜투덜…”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면서 다시 술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멀쩡하다고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다르게 취기가 오르기는 했던 모양이었다.


리한으로서는 사라의 이런 반응이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겉으로는 매섭게 째려본 후에 다시 질에게 관심을 돌렸다.


“다짜고짜 저를 습격해서 피까지 빨았던 주제에 키스는 거북하시다는 겁니까?”

“그, 그건! 저기…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용서할 수 없군.”


“네???”

다짜고짜 말을 놓아버리고 그녀의 고개를 붙잡아서 억지로 자신과 마주 보게 하자 루비 같은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습격하고 납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지. 어른답게 행동해. 죄송하다는 말로 끝나면 사법체계는 왜 존재하는 거야? 아앙~?”

사악한 사채업자처럼 으름장을 놓으면서 위협해버리자 순식간에 패닉에 빠져서 우왕좌왕했다.


“그, 그럴 수가…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사죄를 해드려야…”

“간단하지. 내 여자가 되어라.”


“네???”

“내가 너무 좋아서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면서? 그렇다면 소원을 이루어주도록 하지. 지금부터 내 여자가 되어라. 거부권은 인정하지 않아. 지금부터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받아들여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내 것으로 만들어 주지.”

“[email protected]#$%!?”

“와우!”


외야에서 쓸데없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리한은 신경 쓰지않고 다시 한번 입술을 돌진시켰다.


“읍, 으으으읍, 하읏?! 츄웁, 츄르르릅, 핫?! 아흣, 하아앗, 아흐읏, 하앗?!”

처음에는 조금 저항했지만 강하게 나갔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금방 힘이 풀리며 출입을 허락해줬기 때문에 진한 프렌치 키스를 통해서 충분하게 타액을 교환할 수 있었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앗…으으으으읏! 소, 송곳니는 어째서 그렇게 집요하게 핥아대시는 거예욧?!!”

“쓸데없이 징징거리지 마라. 그래서 어땠지? 내 타액의 맛이 말이야.”

“으으으으. 이, 이번에도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창피한 듯이 빨개지면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리한의 집요함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어땠지?”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농후하면서도 달콤한…언제까지나 계속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정신이 아득해져 버릴 정도로…”

“영양가는 어땠지? 흡혈 행위를 대체할 수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모, 모르겠어요.포만감을 느끼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서. 하지만 충분히 섭취한다면 가능…할지도?”

벌떡!

사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저, 정말로놀라운 일이로군요.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의 힘일까요?”

‘그럴 리가 없지.’

깜찍한 낭만론이었기 때문에 리한은 피식 웃으면서 부정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가장 현실성이 있는 가설은 자신의 체액 자체가  원의 유전자와 마스터 코어로 평범한 인간하고는 동떨어진 것으로 변해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다른 종족과 소통하기 위해서 진화한 더 원의 블러드 디자이어는 흡혈귀에게는 극상의 미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면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얼마든지 신선한 피를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었지만 다른 체액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면 자신의 쾌락을 채우는 동시에 그녀의 식욕을 충족시켜주는 윈윈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음란한 소질은 충분하다는 소리군.’

질의 흡혈 행위는 에너지 드레인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몸이 마비당하고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로 거칠게 피를 빨리는 체험은 두  다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액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아니, 오히려 그녀처럼 아름다운 단백질 도둑이라면 얼마든지 기쁘게 제공해 줄 의사가 있었다.

리한은 포지션을 바꿔서 질을 침대로 쓰러트려 버렸다.

“저, 저기…”


“양이 부족하다면 조금 더 오랫동안 키스를 해줘야겠군.”

“자, 잠시만. 으읍?! 츄우읍, 츄르르릅, 츄으읍, 으읏?! 거, 거기는…흐으읏?!”

키스하면서 바지를 붙잡고 벨트를 풀어헤치려고 하자 자신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해 왔다.


“반항하지 마라. 질 크레이그.”

“하읏?!”

풀네임으로 부르면서 거칠게 몰아세우자 저항하지 못하고 숨만 크게 들이쉬었다.

리한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일단, 자신을 납치하고 구속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려는 것이 첫 번째지만 사라가 지나가는 것처럼 툭 뱉어낸 말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며 질은 소심한 얀데레 스토커라고 한다.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패턴을 생각해보면 틀림없이 단순하게 넘어갈 사항이 아닐 것이다.


소심하다는 것이 얼마나 상쇄를 시켜줄지는 모르겠지만 얀데레라던가, 스토커라던가 모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불필요한 속성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다처제와 동시에 자유로운 사생활을추구하는 리한에게 자신만 쳐다보면서 사랑해 달라고 강요한다거나, 몰래 따라다니면서 24시간 감시하는 대상은 백해무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결점 때문에 포기해버리기에는 질이라는 여성이 너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어째서 이런 성가신 속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상상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흡혈귀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자제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지나친 애정 결핍이 삐뚤어진 성격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한이 해야 하는 일은 단순했다.

다소 강압적이라도 상관하지 말고 애정 공세를 쏟아부어서 공격하고, 공격하고, 또 공격해버려서 감히 쓸데없는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자신의 포로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협상 시간은 오후 3시로 잡혔으니까 준비 시간을 생각하면 대략 6~7시간쯤은 여유가 있는 셈이군.’


이 배에서 자신의 사생활에 훼방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차하면 세멜레의 지팡이로 분신을 만들어내서 무마시켜버리면 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전히 낙승이로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그녀의 옷을 벗겨나갔지만 중간에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려버리고 말았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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