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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화 〉(H이벤트)공성전(2) (139/429)



〈 139화 〉(H이벤트)공성전(2)

“카트리나가 말이냐?”


리한이 살짝 의외라는 듯이 말을 받았다.

물론, 그가 카트리나가 펼쳤던 활약을 몰라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그녀다.

다만 임페리얼 가드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면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봤기 때문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카트리나 양의 해박한 함정 지식과 잠입능력도 대단했거니와 저희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주는 모습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암살자 출신이라는 건가?’

리한은 이번 작전에 임페리얼 가드를 동원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은 조그마한 벌레라고 해도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눈에 거슬리는 생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강한 무장과 마법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기감이 뛰어난 데다가 자신의 간격 안으로 들어오는 날벌레를 습관적으로 잡아 죽이는 자들이 많았다.


아마도 임페리얼 가드가 자존심이 강한 무장의 공격을  번 피하기라도 했다가는, 보이는 대로 집요하게 쫓아와서 잡아 죽이려고 할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배제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나선 사람이 바로 카트리나였다.

[소첩에게 한 번 맡겨보시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이 팀이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는 굉장했다.


암살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잠입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후작 선단의 보안 체계를 너무나 쉽게 돌파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경비병이나 하인들의 주의 돌리기, 열쇠 구멍과 환기구, 작은 문틈을 이용하기, 마법 결계와 알람에 마력을 공급하기 마나석 파괴하기 등등등,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임페리얼 가드와 함께 놀라운 활약을 펼쳐서 일행 전체를 유령처럼 움직일  있게 해줬다.


이 모습에 자신들과 동행하던 클레어가 그녀를 인섹트 퀸이라고 부르면서 두려워했다.

‘제법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자신보다 더 임페리얼 가드를  다루는 모습에 살짝 질투심마저 끌어 오를 지경이었다.


참고로 카트리나는 클레어의 이런 평가에 오히려 영광이라고말하면서 좋아했다.


리한은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임페리얼 가드의 보고에 계속 집중했다.


“바다를 보고 싶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영감탱이로군.”

중간에 루크가 했다는 말을 듣고서 헛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클레어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첫 번째 시험은 통과한 셈인가?’

그녀를 엔지니어로 만든 것은 벡워스에서 아토스의 저택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특별히 인간을 벗어난 외형을 가지게 된다거나 신성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데없이 주군의 정체를 알아버린 데다가 본인 스스로가 종말의 마수의 일원이 되어버렸으니 충격도 그런 충격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더 놀랐던 것은 자신이 새롭게 얻은 능력에 대해서였다.

엔지니어는 종족 전체에서 유일하게 마스터 코어에 네트워크 형태로 접속해서 그 힘을 원격으로 출력해 사용할 수가 있었다.


한 마디로 루크가 기적이라고 칭송한 그 힘은 리한의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끌어다가 쓸 수 있는  아니라 제약이 있었다.

리한이 허락해주는 힘만 사용할 수가 있는 데다가 일방적으로 송출을 끊어버릴 수도 있었고, 그의 반경 10km를 벗어나면 와이파이가 끊어져 버리는 것처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스터 코어의 한계가 아니라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이기도 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은 클레어는 한참 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했지만, 직접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을 해석하고 커다란 혼란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자, 자신을 따르는 사도에게 특별한 힘을 나눠줄 수가 있다니. 그것은 마치 신, 그 자체가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그럴 수가…]

상당히 헛다리를 짚고 있기는 했지만 코끼리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쥐를 잡는 것처럼, 클레어가 하는 말은 자신이 그녀를 선택한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것이기도 했다.

왜냐면 그녀는 데피리스 교단을 무너트리기 위해서 선택한 장기말이었기 때문이다.


지상에 강림한 기적. 성녀가 되어주는 것으로…

정작 본인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물도 마시지 못할 정도로 고민에 빠져서 작전을 결행하는 순간조차 어쩔 줄 모르며 우왕좌왕했지만,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태조차도 모두 리한의 손바닥 위에서 컨트롤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서 까무러칠 것이다.

이제 클레어는 본인 스스로 선택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앞으로 날을 잡아서 내 여자로 만드는 일만 남았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남은 보고를 모두 들었다.

“수고가 많았다. 이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말고 조심해서 카트리나에게 돌아가도록 해라.”


[존명!]


힘차게 대답한 임페리얼 가드는 하늘을 날아서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까?’


현재 아스트라세 가문의 전함은 후작의 선단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등화관제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선상 위에는 팔콘 전사 초병 하나가 감시 망루에 올라가 있었고 그 외에는 야간 근무를 하는 선원 2명이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을 터.

‘이것은…보쌈 타이밍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리나였다.


어제 낮에는 시간도 촉박했고 루돌프 부자가 몰래 엿들어버리는 바람에 실패해버리고 말았지만, 그녀는 현재 자신에게 완벽하게 함락당해서 무장을 해제하고 입성해주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잠자리를 습격하기 좋다는 새벽 4시.


“츄르르릅.”


리한은 입맛을 다시며 신월보를 사용하기 위해서 내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콰직!!!


목덜미를 인두로 지지는  같은 고통과 함께 갑작스럽게 신체가 순식간에 마비되어버리고 말았다.

‘뭐라고???’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등 뒤로 접근했다는 사실도 사실이었지만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마스터 코어로 모든 종류의 상태 이상에 면역을 가진 자신을 움직일 수 없게 해버렸다는 것.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만행을 저지른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누군가 귓속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는 어디지?”

철컹! 철컹!

무심코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했더니 사지가수갑에 채워져서 침대에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것도 보통은 무기를 만들 때밖에 사용하지 않는 마나타이트로 제작한 특주품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이런  지랄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리한은 범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이번 협상의 와일드 카드로 선택해서 초대한 사람들이 이런 장난을 쳐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사라 크레이그 방백 각하.”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폭포수 같은 빨간 머리카락. 그리고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화려한 치파오로 갈아입은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금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아직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일어나셨네요??”


“제 질문에 아직 대답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만?”


“정말로 죄송해요. 사실은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제 경호원이 제멋대로 폭주해버리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공자님.”

눈을 마주치자 젊은 경호원이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중하게 사과해 왔다.

보이쉬한 스타일의 은색 단발머리. 그리고 루비처럼 빨간 눈동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없는 정장 차림에 건장한 체격을 하고 있었지만, 리한은 한눈에 상대방이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사실을 꿰뚫어 봤다.


“아닙니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사정이 있었다면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그러니까 이제는 풀어주시죠. 슬슬 손목과 팔목이 아프려고 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네???”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버리고 말았지만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는지, 사라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질이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사냥감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냥 보내버릴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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