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H이벤트)보이지 않는 위험(8)
그의 말처럼 이 선택이 미래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리한은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면 자신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가 자기 자신이라고 해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위험한 경쟁자를 배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
덕분에 이제 이 낙원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펠라치오에 열중하고 있던 12호가 봉사의 대상이 사라져버리자 움직임을 멈췄다.
“목표 소실을 확인. 임무 속행 불가. 대기 모드로 들어가겠습니다.”
“여기로 와라.”
“새로운 명령 접수.”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서 섰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려고 하는군.”
아직 노을이 지지는 않았지만 해가 서산의 끄트머리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필리아와 함께 저녁을 준비해라.”
“메뉴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뭐든지 상관없지만 스테미나를 보충할 수 있고 해변에서 바로 먹을 수 있으면 좋겠군.”
“오더 접수. 바비큐로 준비하겠습니다.”
파지지지직-
“꺅?!”
리한은 허리가 풀려서 자신에게 부축받고 있는 필리아를 마스터 코어의 치유능력으로 회복시켜줬다.
그리고 손을 놓아버리자 새된 비명을 내지르면서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섰다.
“그 전에 먼저 주변을 정리하고 샤워부터 해라. 드링크 바에서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나는군.”
“…”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새빨개졌다.
그렇게 지시를 내린 리한은 자신도 바츠코를 데리고 샤워실로가서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한 후에, 직원들을위해서 준비한 제 2의상실에서 그녀를 검은색 마이크로 비키니로 갈아입혔다.
“후후후후. 굉장히 잘 어울리는군.”
A컵과 B컵의 중간.
적당히 주무를 수 있는 크기의 가슴을 유두만 간신히 가려주는 비키니 브라와 티팬티.
이미 알몸을 보기도 했고 천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옷을 입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랫도리가 원하는 솔직한 본능에 따라서 충실한 결과는 입고 있는 것이 더 꼴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수영복에는 플레이의 여흥을 돋워주는 작은 기믹이 숨어있기도 했다.
현재 바츠코는 성수를 뿌리며 기절한 후에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갈아입히는 인형을 데리고 다니는 것만 같았다.
“자는 모습은 천사같은데 말이지.”
이 세계 인간들의 일반적인 가치관으로 봤을 때 그녀의 양쪽 이마에 솟아있는 작고 새빨간 뿔은 하찮은 이종족 노예의 낙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리한에게는 그것마저도 귀엽고사랑스럽게 보였다.
핑크색 단발 머리카락은 굉장히 가늘었으며 손가락 사이로 빗으면사르륵 흘러내려서 고운 비단 실타래를 어루만지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와 젤리처럼 말랑거리는 연분홍 입술까지.
미녀라기보다 미소녀라고 불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그녀는, 외모보다 힘으로 평가를 받아서 잡역부 노예로 부려지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체형에 팔뚝조차 연약해 보였다.
“눈치없게 입만 놀리지 않는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뭐, 사람이 전부 완벽할 수는 없지.”
괜스레 입술에 손가락을 넣어서 송곳니를 만지작거리던 리한은 기절해있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들쳐업고서 제 2의상실을 빠져나왔다.
****
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서 튜브 속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던 바츠코는 따사로운 햇살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두 눈을 비볐다.
“으으으음- 뭐야? 여기는…으아아악?! 바, 발이?!!”
땅바닥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둥대면서 발버둥치는 그녀.
펑!
급기야 튜브에 너무 세게 매달려버린 나머지 쿼터 오우거의 괴력을 발휘해서 유일한 구명줄을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아, 안 돼! 어푸, 어푸! 꼬르르르르륵-”
물속에 빠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지만 금방 가라앉았다.
애초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바다였기에 수심은 2m도 되지 않았지만 몸에 힘을 너무 줘서 바위처럼 딱딱해졌기 때문이었다.
“대체 뭐 하는 것이냐?”
첨벙!
보다 못한 리한이 빠르게 잠수해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줬다.
“푸헤헤헥!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이이임!”
“윽?!”
우드드득-
패닉에 빠진 그녀는 구해주려는 그를 물속으로 짓밟고 올라오면서, 나무에 매달리는 작은 원숭이처럼 두 팔과 다리로 얼굴을 끌언안으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압박해 왔다.
빠직!
곧바로 금강투합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관자놀이에서 십자로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혈관.
“적당히 하고 내려와라.”
“우에에에에-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주인니이임!”
귀가 아플 정도로 징징거리면서 애원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위가 가슴까지 올라오는 곳까지 와서 등을 토닥거리고 얼렀다.
“자, 이제 내려와도 다리가 닿을 거야.”
“거짓말! 아직도 높잖아요. 무서워요, 무섭단 말이예요!!”
“이 녀석이 진짜…”
리한은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
모처럼 해변에 놀러왔는데 아직까지도 물놀이 한 번 즐기지못했다는 생각에 바츠코와 함께 즐거운 수중 플레이를 즐기려고 했었다.
네 사람 모두 태어나서 지금까지 주인이 시키는 일만 했기 때문에 이렇게 휴양지에 더부살이로 살고 있으면서도 시설을 이용한 적도, 수영을 하는 법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튜브를 하고 있었는데도 이렇게까지 패닉에 빠질 거라는 것은 계산 외였다.
우드드드득-
팔다리로 너무 조여와서 살짝 뻐근할 정도다.
‘젠장.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깰 줄 알았다면 차라리 자고있을 때 범해버릴 것을 그랬어.’
천사같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자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지만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렇게 계속 대책없이 휘둘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적당히 하지 못하겠느냐?!”
몰캉!
“햐아아앗?!”
가슴을 사로잡으며 성감대를 자극당하자 비명을 토래내었다.
주물주물주물- 찔꺽, 찔꺽, 찔꺽!
“얼굴에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계속 희롱해주지!”
“아흐으읏? 헤엣! 지, 지금은 안돼요. 주인님! 느껴버리면 물에 빠져버려요, 히이잇?! 시, 싫어어어어엇?!”
바츠코의 치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버리자 팔과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다리로 일어서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턱을 갈고리처럼 리한의 어깨에 걸쳐오면서 끈질기게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우에에엥- 제발 살려주세요. 주인님!”
“그러니까 이제 그냥 일어서면 된다니까??”
“그런 말로 저를 물속에 빠트리려고 거짓말을 하시는 거죠? 믿을 수 없어. 틀림없이 함정일 거야. 으아아앙!”
“하아- 도대체 나는 이런 녀석을 데리고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거지?”
잠시 현자타임이 몰려왔지만 아랫도리의 의견은 다른 모양이었다.
크르르르르-
“응?”
가능!이라고 외치는 것처럼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떡 일어서버리는 자신의 물건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한.
어째서 그렇게 반응하는지 몰라서 잠시 상황을 살펴보다가 뭔가를 꺠닫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이거. 그냥 이대로 범해버리면 되는 거잖아?’
경황이 없어서잠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극상의 미소녀가 최고의 밀착 상태로 매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세 또한 공교롭게도 에키벤 체위.
상황도상황인만큼 이대로 삽입해버리면 얼마나 강한 질내 조임이 자신의 하물을 감싸올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바로 리한이 원한 호캉스 수중 플레이.
소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쥐를 잡는 것처럼 이미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모두 갖춰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야 여유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토닥토닥
“그래, 그래. 많이 무서웠지? 당황하지 말도록 해라. 놓치지 않고 꼬옥 안아주도록 하마.”
“우에에엥, 주인님.”
냉정을 찾고서 다시금 그녀를 돌아보니 아까처럼 발정나서 범해달라며 엉덩이를 흔들 EO보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들썩거리는 지금 모습이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 막 샤워를 끝낸 육체에서 진하게 올라오는 암컷의 살내음과 비누의 향기.
‘좋아, 충분히 가능해!’
크르르르르르-
크게 동의한다고 외치는 야수를바지 틈 사이로 끄집어내자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면서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단숨에 돌진해 들어갔다.
“꺄악?! 뭐, 뭔가가 닿았어요. 주인님!”
“걱정하지 마라. 내 고기막대기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고기막대기라면 안심이네요! 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요??”
“싫은 것이냐?”
“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안아주시면 안 될까요? 하필이면 이런 위기상황에서…흐이이잇?!”
귀두가 슬금슬금 질구로 밀려올라오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네가 입고 있는 수영복.”
“그, 그러고보니까 어느새 갈아입혀져서…”
“사실은 티팬티가 두 겹으로 되어있어서 가운데가 오픈되는 구조로 되어 있단다.”
“?????”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지.”
여러 가지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혼란에 빠져있는 바츠코의 엉덩이를 강하게 쥐어 잡은 리한은, 그녀를 조금 더 수위가 깊은 곳으로 데려가면서 사악한 미소를 진하게 피워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