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H이벤트)때이른 여름 휴가(7)
그 손을 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걱정하지 마라. 어째서 내가 너를 혼자 데려왔다고 생각하는것이냐? 여기에서는 어떤 비밀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아. 오늘 하루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하, 하지만…”
“믿지 못하겠다면 증거를 보여주도록 하지. 바츠코!”
“읍읍읍!”
잽싸게 달려온 그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고 차려자세로 경례를 했다.
“다시 말하는 것을 허락해 주겠다.”
“앗, 감사합니다. 주인님!”
“너의 가장 큰 기쁨이 뭐지?”
“물론,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당장 입고 있는 것을 모두 벗어라. 네 알몸이 보고 싶구나.”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란 나디아가 외쳤지만 리한은 지켜보라는 듯이 손을 들었다.
“네에에에? 저처럼 볼품없는 노예의 알몸을 보셔봤자 별 감흥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주인님이 기뻐하신다면…헤헤헷♪”
어째서인지 즐거워하며 망설이지 않고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만, 다시 입어라.”
“앗. 여, 역시 그렇겠죠? 저처럼 열등한 종족은 인간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테니까요.”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다시 옷을 입었다.
“자신을 비하하지 마라. 너는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말이야.”
“에이. 그렇게일부러 치켜세워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주인님! 그래도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정말로 매력적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나디아.”
“정말 그래요. 적어도 인간이 만든 미적 기준으로 봤을 때 엄청나게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소녀도 모르게 질투해버렸을 정도로…”
마지막 말이 핵심이었는지 리한을 슬쩍 째려보면서 말했다.
“에헤헤헤~ 그, 그렇습니까?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감사하기는 합니다만 두 분 모두 너무 상냥하신 것 같습니다! 망고 쥬스라고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 지금은 됐다. 그보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게 있어. 여기에 있는 나디아는 사실 흑호족이야. 변환시술을 받아서 인간 행세를 하고 있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갑작스러운 폭로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바츠코는 의외로 맥빠지는 반응을 보였다.
“앗, 그게 정말입니까? 굉장하네요. 저도 한번 받아보고 싶었는데 부럽습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 다른 종족이 인간을 사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형을 면하지 못한다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하루라도동경하는 인간님처럼 변할 수있다면 값싼 대가가 아닙니까?”
“네…?”
나디아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충격을 받아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 혹시 저희 중에서 누군가 신고할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해주십시오! 감히 지엄하신 사모님에게 그런 괘씸한 짓을 저지를 년은 없습니다! 그래도 믿지 못하시겠다면 여기에 있는 노예 구속구에 금지 코드를 추가해주시면 됩니다.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다가는 목이 뎅겅! 잘려버리거든요.”
“아, 아니에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살벌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사색이 되어서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리한의 옷깃을 슬그머니 잡아당겨서 뒤로 살짝 빠지고 다급하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예요? 어떻게 되먹은 사고방식이기에…]
[뭘 새삼스럽게 놀라는 거냐? 보다시피 철저한 세뇌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얘들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오직 주인을 위해서 살아가도록 교육을받았어. 처음부터 새장속에서 태어나서 오직 노래하는 법만 배운 카나리아들이라고 할 수가 있지. 얘들에게 하늘은 존재하지 않아. 나는 것이 비상식적인 거야.]
[읏…]
나디아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입술을깨물자 달래주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그녀들을 너무 불쌍하게 여기지는 마라. 다행스럽게도 나처럼 이해심 많고 자상한 주인님을 만나지 않았느냐?]
[…]
이 말에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깊은 고민에 빠지는 그녀였지만 리한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머리를 세차게 헝클어버렸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오늘 하루도 벌써 반이 지났어.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둬야 하지 않겠느냐?”
“꺅? 아이, 참. 오늘 아침에 1시간 넘게 손질한 머리였는데…아,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소녀도 사양할 수는 없죠. 말씀하신 대로 철저하게 만끽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아아아아압! 진 야생…”
“잠깐!”
기합을 넣으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나디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러시는 거죠?”
“변신하려면 일단 수영복을 입고 나서 변신해야지. 그래야 꼬리가 제대로 빠져나올 게 아니냐?”
“앗,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가 아니라! 어째서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시는 거예요?!! 저도 깜빡하고 있었던 사실을…”
“후후후후.집사로서 당연한 소양이 아니냐?”
“???”
“자아. 마침 탈의실도 있겠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씩 갈아입도록 해라. 서방님으로서 뭐가 가장 어울리는지 엄격하게 평가해 주지. 뭣하면 내가 직접 입혀줘도 되고 말이야.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손가락을 음란하게 꼬물거리면서 다가오는 리한을 보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궁지에 몰린 그녀는 다가오는 자신의 운명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몸서리를 쳤다.
‘또 하나의 나도 지금쯤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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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주지 않아도 지금부터 즐길 거야.”
마치 자기 스스로에게 대답하듯이 중얼거린 정체불명의 남자가 기지개를 펴면서 스트레칭을 했다.
야외에는 이리나와 대련을 할 때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또 하나의 리한이 서 있었다.
그의 정체는 마스터 코어와 융합한 세멜레의지팡이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분신.
하지만 평범한 분신하고는 분명하게달랐다.
단순한 허깨비가 아니라 명확하게 실체가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복제해서 소지하고 있는 물건, 체내에 있는 마스터 코어까지 재현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인생으로 두 번을 살다.]
라는 구절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하나의 자신과 모든 체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밤 새벽 2시에 하루 동안 분신이 경험한 일이 자동으로 동기화가 되었다.
그래서 한 가지 사고로 두 개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었다.
둘 다 자신이었으니까.
어쨌든 이런 능력을 얻게 되지 리한은 자신의 눈앞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맨 처음 떠오른 것은 왕의 귀환이었다.
‘이 힘을 사용하면 인간의 군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더 원의 지배자로 활동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왜냐면 분신의 활동 한계 시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조금만 적게 소비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지.’
현재 그의 내공은 10갑자를 넘어서 일반적인 A급 무장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수준으로 분신을 운영해도 일주일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내력 소모가 지나치게 극심했다.
당연히 이리나와 싸웠을 때처럼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전투에는 비장의 수단으로 잠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내공! 더많은 내공! 신선한 내공이 필요해! 아! 채음보양은 훌륭한 육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 후후후후후후.’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때 몰래 지팡이의 권능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분신은 슬그머니 의상실을 빠져나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나머지 키티 하츠의 직원들을 노리며 마각을 드러내었다.
“에, 에, 에, 엣취! 으으으으, 으엣취!!”
‘찾았다.’
맨 처음 발견한 사냥감은 야외의 바 테이블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음료수들을 식힐 얼음을 만들어내고 있던 스노우 메이든의 쿼터, 필리아였다.
“감기에 걸렸느냐?”
“앗?! 새, 새로운 주인님?! 언제 오셨습니까? 사모님하고 함께 의상실에 들어가셨던 게…”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 그나저나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은 것이냐?”
“약을 먹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엣취! 킁…사, 사실은 조금 무리하고 있습니다만 식사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 내외분에게 내어드리는 요리는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푸엣취이이이!!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
성대하게 재채기를 하는 모습을 본 리한은 한숨을 쉬면서 손바닥을 그녀의 이마에 올렸다.
“엣? 에에에에엣???”
“가만히 있어라. 열이 얼마나 되는지 재어보려는 거야. 금방 고쳐주도록 하지.”
“하, 하지만 저처럼 미천한것에게 고귀한 인간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다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지만 그의 기분은 오히려 상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자존감을 얼마나 박살 내버렸으면 하나같이들 이러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노예 교육을 받은 것도 받은 것이지만 그녀들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구는 이유는, 인간을 기준으로 가장 예쁜 외모로 선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종족 자체가 인기가 없는 비주류였기 때문이다.
리한이 보기에는 그녀들은 조금도 문제가 없었지만 조상이 어떻게 인간과 성교를 해서 쿼터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는 커다란 수수께끼.
‘오우거에 스노우 메이든, 골렘에 슬라임이라니. 애초에 어떻게 아이를 가졌지?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했기에…’
모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인간의 아이를 품을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혼란만 커질 뿐이었다.
파지지직!
그런 의문을 잠시 접어두면서 마스터 코어의 힘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등 뒤를 겨냥하는 서늘한 칼날의 감촉과 함께 경고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수상한 인물을 발견. 새로운 주인님으로 변장한 가짜로 추측됩니다. 휴먼! 자신의 정체를 밝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