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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H이벤트)때이른 여름 휴가(4) (105/429)



〈 105화 〉(H이벤트)때이른 여름 휴가(4)

“대체 무슨 소리를…읏?!”


이리나가 햇빛이 갑작스럽게 그늘에 가려져 버리는 것을 눈치챈 것은 그때의 일이었다.


쿵!


“아니 저건!!”

“분신??”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높은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하나의 리한.


지면을 향해서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수직으로 낙하해 오면서 두 개의 목검을 자신의 날개라도 되는 것처럼 활짝 펼치며 기류를 타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벌떡!


‘저게 분신이라고? 아니야. 가짜로 만들어내는 환영이 어떻게 저러한 무시무시한 투기를 뿜어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저것은틀림없는 실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선 루돌프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믿을  없는 광경에 손에 땀을 쥐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 목울대를 움직였다.


“큿!”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이리나도 마찬가지.

우드드드드득-

슈파아아아앙!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얼음 파편들을 생성해내서 날아오는 대상을 향해 발사해 쏘아 올렸다.

하지만 신경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다 보니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비월신기飛月迅氣!!”

퍼퍼퍼퍼퍼펑!

커다란 폭죽을 터트려 나가는 것처럼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얼음 파편들을 새하얀 가루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리한은, 그녀가 만들어놓은 요격망을 단숨에 돌파해버리며 거침없이 쇄도해 들어왔다.


“무투기. 混閃雷혼섬뢰!”


“逆天勢역천세!”


쾅!!!

두 사람이 충돌한 여파로 연무장 바닥이 내려앉는다는 생각이  정도로 지축이 뒤흔들리며 거미줄 같은 금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커헉!”

충격을 전부 완화해내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는 이리나.

다른 상대의 무투기를 받아내기 위해서 다급하게 내력을 끌어올려서 기술을 사용했지만, 충분한 힘을 응집시키지 못해서 상쇄하는 데 실패해버리고 금강투합체가 깨지며 내상을 입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반격 태세를 취했다.


“백야白夜!!”

순식간에 내력을 전신에 활성화해서 발동시키는 신속의 일섬.

넥타르의 마법사들을 찰나의 순간에 난도질했던 기술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자신을 공격한 대상을 수십, 수백 번으로 베어 가르며 지나쳐 갔다.

하지만.

‘손에 감촉이 없어?’

파아아아아앗!

공격해 들어가는 순간에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지만, 놀라고 있을 사이도 없이 이번에는 제어를 잃어버린 천설풍천화를 정면으로 돌파해 들어온 진짜 리한이 숨돌릴 사이도 없이 그녀의 등 뒤로 돌진해 들어왔다.


지이이이이잉-

그 쌍검에 응집해 있는 거대한 내력.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이리나아아아아아아!!!”

“회처어어어어어어언!!”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전신을 비틀어회전시키며 검을 휘두르는 혼신의일격.


까드드드드드득!


리한의 쌍검과 이리나의 검이 정면으로 맞부딪쳐서 세차게 흔들려가며 힘겨루기에 돌입해 들어갔지만, 뒤늦게 발동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기술은 이미 기세 싸움에서 밀려버린 불공평한 팔씨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잡은 승기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풀 버스트으으으으으으으!!”

투콰아아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악!!”

휘리리리리릭! 쨍그랑!!


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튕겨져 올라간 이리나의 양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위를 지배하는 정적 속에서 풍차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날아가 버린 목검은 바닥에 부딪쳐, 덧없는 얼음 조각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대항 수단을 잃어버린 그녀의 목덜미 위로 리한의 검이 겨누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무런 대화도 없이 거칠게 숨을 헐떡이면서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계속하겠느냐?”


“…아니요. 제가 졌습니다. 도련님.”

“승자. 리하아아아아아아안!!!”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루돌프의 선언과 함께 연무장 전체를 뒤흔들어버리는 듯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소수의 인원밖에 참관을 하지 않았었지만, 관중석에는 어느새 엄청난 기운의 충돌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몰려온 팔콘 전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도련님에게 패배했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군. 그 빙면설화가 대련에서 검을 놓쳐버렸다고?]

[마지막에 만들어냈던 분신은 도대체 뭐였던 거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고 격렬하게 토론을 주고받는 무장들 사이에서 다시 양쪽에 마주하고 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췄다.


“제 완패입니다. 도련님.”

“후후후. 솔직히 그대로 계속하자고 했으면 졌을 거야. 설영빙천공의 진수는 소문대로 정말 대단하더군.”


“아니요. 검을 놓쳐버린 시점에서 패배는 확정되었습니다. 만약에 이게 실전이었다면 마지막 공격은 검이 아니라 제 목을 겨냥해오셨을 테죠. 그리고 저는 막아내지 못했을 테고 말입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처럼 남아있는 여력은 그녀가 더 많았지만 승리를 차지한 것은 리한이었다.


“크흠, 크흠! 하하하하! 정말로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는 명승부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얕잡아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설마, 그러한 비장의 기술을 숨기고 계셨을 줄이야…”

“아니. 나야말로 이번 일로 자신의 실력 부족을 뼈저리게 통감할 수 있었다. 무인으로서뛰어넘어야 하는 벽이라는 게 이렇게 크고 높을 줄은 몰랐군.  억지를 받아줘서 고마웠다.”

이 말에 루돌프가 세차게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 다 하십니다. 도련님! 저희 가문의 일원이라면 얼마든지환영할 테니 주저하지 말고 대련 신청을 해주십시오. 크흠,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승리하시면 딸의 순결을 받아가시겠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아버님!!”

뭐처럼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초를 쳐버리자 이리나가 정색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을 했었군. 그러면 승자의 특권으로 가져가 보도록 할까?”

“도, 도, 도, 도, 도련님??”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당황한 그녀는 빙면설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얼굴이 빨개져 버리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하. 사내답게 화끈하시군요. 도련님! 어떻게, 바로 식을 준비하도록 할까요?”

“미안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루돌프. 하지만 일단은 선금을 받아가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리한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겁을 먹은 이리나는 주춤거리면서 슬금슬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네, 넷!!”

소스라치게 놀라며 직립부동하는 그녀를 단숨에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기분 좋게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연분홍색의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로 느껴져 왔다.


“오오오오오오옷?!!”

동시에 관중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남자들의 환호성과 절규.


펑!


그리고 무엇인가가 폭발해버리며 머리에서 증기를 뿜어낸 이리나는  이상 빨개질 수가 없을 정도로 새빨개지며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키, 키쮸우우우우~~”

두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홍알거리는 그녀.

“설마 기절해 버린 건가?”

리한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루돌프 부자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빙면설화가 침몰해 버렸다!!]


[말도 안 돼! 저런 기술에 쓰러지다니 후계자님은 괴물이란 말인가??]

[아이고, 누님! 순진해도 정도가 있지. 겨우 그런 것으로 나가떨어져 버리시면 후사는 앞으로 어떻게 보시려는 겁니까아아아!]

다양한 절규와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간  사람의 파란만장한 대련은 그런 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

잠시 후.


엉망이 되어버린 장내가 정리되는 사이에 리한은 아토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잔뜩 삐져버린 나디아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흔들흔들-


“자, 봐라. 나디아. 네가 좋아하는 쥐를  빼닮은 인형을 낚싯대에 매달아 보았다. 어서 잡아라, 빨리! 자신의 수렵 본능에 솔직해야지?”


“그, 그러니까 고양이 취급하지 말라니까요! 도대체  번을 말씀드려야 하는 건가요??”

“하지만 이미 붙잡아 버리지 않았느냐?”

“헉?!”

그 지적에 자신도 모르게 쥐를 잡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후후후후. 입으로는 열심히 부정해도 몸은 솔직한 녀석이로군.”

“그러니까 아니라구욧! 애초에 수렵 본능이라는 것은 수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은근슬쩍 소녀를 고양이 취급하지 마세요!!”

“칫. 눈치를 챘나?”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고 식사에다가 은근슬쩍 고양이 사료를 올려놓지를 않나, 어느 틈에 장미 정원에 캣타워까지 만들어 두시고!침실에 들어갔더니 벽이 스크래처로 변해버렸고 조그마한 상장, 츄르 개다래 페리뇽까지 비치해놓고 하루에 한 번 소녀를 찾아와서 브러시 손질까지 해버리시다니!! ”


“그렇게 관리를 해준 덕분에 건강 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호전되지 않았느냐?”

“인정하기 싫게도 그렇기는 하지만서도요!!”


나디아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몸서리치며 절규를 했다.


“애초에 네가 정말로 호랑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이나 발정기에 시달린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기색을 보지는 못했어? 역시  정체성은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가 틀림없었던 거야.”

“그, 그거는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약으로 억제를 해서…핫?”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리한의 귓가로 천둥처럼 커다랗게 꽂혀버리고 말았다.

“비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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