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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H이벤트)때이른 여름 휴가(2) (103/429)



〈 103화 〉(H이벤트)때이른 여름 휴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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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양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토스의 저택 연무장에서  사람이 대치를 했다.

리한의 무공은 월환쌍극.


길이가 똑같은 두 개의 검을 사용하는 아슈킬가문의 독문 무공이지만 그가 실제로 무기를 잡아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련용 목검이라. 봐주지 말라고 했는데 여전히 얕잡아 보는군.”


“죄송하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도련님. 이리나의 별운검은 완벽한 마나타이트로 제작한 특주품입니다. 설화雪花라는 이름까지 있는 명검 중에서도 명검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변명이구나 루돌프. 하지만 실전은 언제나 대등한 조건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나는 불리하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장난감 싸움이 아니라!”

“하, 하지만…”

자작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머뭇거리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이리나가 말을 꺼냈다.


“명장은 검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도련님.”


“그래서?”

“저에게는 이것도 충분히 상대를 해칠 수 있는 흉기라는뜻입니다. 만약에 도련님이 제가 본심을 발휘할 정도로 실력을 보여주신다면, 병기를 탓하지 않으셔도 설영빙천공의 진수를 가르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한 자신감이구나. 좋다, 그렇게까지 얕잡아 보겠다면 이번 승부에서 진심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지.”

“도련님?”

“만약에 네가 이번 대련에서 승리한다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도록 하겠다. 이리나.”


“!!!”


웅성웅성

예상하지 못한 조건에 술렁거리는 관중석.


하지만 그것도 이어지는 폭탄 발언에 비하면  발의 피에 불과했다.

“반대로 내가 승리한다면 너의 순결을 받아가도록 하지!!”

벌떡!


“그, 그것은 저희 가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경사…헙?!!”

흥분해서 벌떡 일어섰던 랜달은 누이가 죽일 듯이 매섭게 노려보자 다급하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크흠, 크흠! 지금 하신 말씀이 진심입니까? 도련님?”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고 했다. 절대로 두말하지 않으마.”


“좋아, 최선을 다해서 져라. 이리나! 반드시 패배해야만 한다!!”

“아버님!!!”

터무니없는 발언에 분노한 그녀가 서릿발을 휘날리면서 아버지를 쏘아봤지만, 이 발언으로 예상하지 못한 도탄에 얻어맞은 여성도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나, 나디아?”

“저기요, 오라버니? 소녀가 아둔해서 주군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를 모르겠군요. 죄송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게 해석해주시겠어요???”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억지로 비틀어 올린 입꼬리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엄청난 저기압으로 표정의 절반이 검은 먹구름에 뒤덮여있고 관자놀이에는 요란한 경고신호를 발하기라도 하듯이 혈관이 불거져서 튀어나오려는 상황.

아토스는 자신의 여동생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을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지, 진정해라. 주군이 하시는 일이니까 틀림없이 깊은 뜻이 있으실 거야!”

“뭐라고 지껄이시는 건가요? 오라버니??”


“지, 지껄이?!?”

“그러니까 지금 소녀가 물어보고 있는 것이 바로  깊으신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있는 거잖아요??????”


우드드드드득-

“아아아아악! 허벅지를 그렇게 꼬집어 대었다가는 살점이, 살점이 뜯어져 나가버렷어어엇?! 진정해라, 나디아. 네가 질투하는 것도 알겠지만…”

“지, 질투하기는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오라버니는 바보, 멍청이, 말미잘 융털!!”

“융털????”

남매가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연무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대련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크흐흐흠!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원하셨으니 특별히 금지되는 행위는 없습니다만 양쪽 모두 노련한…무장이므로 승패가 가려진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나오는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시작!”


‘노련하다.’는 부분에서 리한을 미심쩍게 쳐다본 루돌프가 손을 들어 올리면서 대련 개시를 알렸다.


하지만  사람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고 대화를 먼저 주고받았다.

“이렇게 검을 겨누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구나. 김나지움의 졸업시험을 치를 때였으니까 벌써 5년 전인가?”


“그렇습니다.”


“그때는 일부러 져줬지?”

“…”


리한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리폰 사건 이후로 너는 항상 모든 것을 나에게 양보해 왔어. 성적도, 무공 실력도, 실제로는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으면서도 한발 물러서면서 측근 역할에 집중했지. 솔직하게 말할까? 가신으로서는 그런 행동이 이상적이었을지는 몰라도 너의 그런 모습이 내내 나를 괴롭게 했다. 못난 도련님 때문에 블랙 이글 기사단의 여성 단장을 꿈꿨던  장래희망이 꺾여버렸으니까 말이야.”

“그, 그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도련님!!”

이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변명을기다리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지금와서 변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리나! 정말로 나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번 대련만큼은 진지한 태도로 임해라!!”

지이이이잉-

그렇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쌍검을 역수로 눕힌리한이 천천히 월환쌍극을 운용했다.

잔상을 만들어내며 지나가는 검의 궤적을 따라서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가는 신체.


“이형환위?”

“아니다. 저것은…!”


랜달의 외침을 루돌프가 반박하려던 순간에 완전히 모습을 감췄던 그가 이리나의 머리 위에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투콰아아아아앙-!

후우우우우웅-

목검과 목검이 부딪쳤다고 생각할  없는 격렬한 충돌과 함께 연무장 전체로 퍼져나오는 강력한 충격파.


“꺅?”

“저희와 함께 물러나시죠, 오리나 선배님.”

“나디아 너는…”


“저는 괜찮습니다. 오라버니!”

사나운 바람에 휘청거리는 오리나를 재빠르게 부축한 폭스 하운드는 충격파가 미치지 않는 관중석 후열로 단숨에 뛰어올라서 자리를 바꿨다.

그렇게  합을 주고받고서 다시 멀찍이 떨어져서 대치하는 두 사람.

“역시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막아내는구나.”

“…솔직히 놀랐습니다, 도련님. 이만한 성취의 신월보를 보여주시다니. 예전 실력을 완전히 되찾으셨군요. 무슨 기연을 얻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하드립니다.”


“예전 실력이라니. 아직도 얕보고 있구나?”


“…”

이렇게까지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는데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을 보니 자신의 고집을 꺾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과거 후계자 시절이었던 그의 무장 랭크가 B급.


이리나는 지금 그의 수준이 그러하다고 평가를 내리고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결코 무시할만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이미 벽을 넘어서 A급에 안착해있는 그녀하고의 격차는 천지 차이.


실제로 그 실력은 제니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강자인 루돌프하고도 경험의 차이밖에 없다고 말해질 정도다.


하지만 리한은 그런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뭐 좋아, 덕분에 첫 합은 내 승리다. 이리나.”

쩌저저적-

“!!!”

순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던 그녀는 자신의 목검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갈라져 터져나가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명장이 검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 것치고는 의외로 자기 무기 관리에 허술하구나?”


“도대체 언제…”

“조심하라는 경고는 했다. 이번에도 진심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승리와 순결을 모두받아가도록 하지!!”

“바로, 그겁니다! 힘내십시오, 도련님!!!”

아스트라세 부자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응원을 했다.


슈파아아아앗!

“큭.”

리한이 연무장에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어내면서 모습을 감춰버리자 입술을 깨무는 이리나.


하지만 금방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심호흡을 하고는 설영빙천공을 끌어올리며 주변 공간을 장악해 나갔다.

쩌저저저저적-


아직은 봄.


때 이른 무더위에 햇볕은 쨍쨍했고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리나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치 분자 운동이 둔화하면서 시간조차 멈춰버리는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상황에,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리한의 움직임을 완전히 포착해내서 순식간에 따라붙는 그녀.


투콰콰쾅! 깡! 콰지지직!

눈 한 번을 깜빡하기도 어려운 사이에 세 번의 공수를 주고받았다.


쾅!


“빙공으로 부서진 목검을 보강했구나?”

뒤로 물러선 리한이 질문을 했다.


“그것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뭣??”


싸아아아아-

자신이 쥐고 있는 목검이 차가운 한기에 잠식되면서 손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푸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금강투합체를 뚫어서 신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한기라고? 어처구니가 없군. 이게 바로 설영빙천공이란 말이지?’


“이번에는 제가 드리는 경고입니다. 지금 보여주시는 실력이 전부라면 무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에 리한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냐?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했더니 이기고 싶어서 엄청나게 욕심을 내는구나. 도대체 무슨 음탕한 요구를 하려고…이, 변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리나의 표정이 한층 싸늘해졌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랜달이 어제 가르쳐줬다. 사춘기 시절에 네가 눈가리개를 가지고 다녔던 이유를 말이야. 솔직히 상상도 하지 못했어. 너에게 그런 성벽이 있었다고는…”


쿵!!


“도, 도련님! 그건 절대로 출처를 밝히지 않으시기로 남자와 남자의 약속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으허어어억?! 누, 누님! 고정하십시오!!”

고오오오오오오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기의 파도가 관중석을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매섭게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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