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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H이벤트)농가성진(1) (90/429)



〈 90화 〉(H이벤트)농가성진(1)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절반도 없었지만 이어지는 보고는 모두의 귀를 쫑긋이 세우게 했다.


“다음 보고는 넥타르와 빅터 래빗에게서 압류한 재산 액수에 관한 것입니다. 정확한 자산 가치는 아직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가액으로 어림잡아도 3000만 대륙 은화는 넘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 삼천만?!”


“남작령의 1년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가 아닙니까??”


동시에 집무실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용병들에게서도 환호성이터져 나왔다.


[우오오오오오!!]

[으하하하하, 믿고 있었다고 제기랄! 후계자님을 따라다니면 언젠가는 대박이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니까?]


“이 자식들이 감히 쥐새끼처럼 슬금슬금…”


“내버려 둬라, 루돌프. 어차피 지금 하는 이야기 중에서 크게 숨길 내용은 없다. 경솔하게 바깥에서 떠들고 다니지만 않으면 어떤 녀석처럼 보내버릴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꿀꺽.]


푸른 수염 가이슨을 떠올렸는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리한은 카트리나에게 건네받은 압류 내력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단순하게 현금 재화로 바꿔버리기에는 아까운 우량 사업체들이  되는군. 귀찮은 매각 절차는 남작이알아서 처리해주겠지만 전부 정리하지는 말고…차라리 독립 상회라도 설립해 볼까?”


“좋은 생각이군요. 돈이라는 것은 원래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법이니까요.”


“흠,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했지. 캐논! 듣고 있다면 안으로 들어와라!”

벌컥!

“부, 부르셨습니까? 후계자님.”

헐레벌떡 들어온 그가 흐트러진 차림새를 정돈했다.

“어차피 전부 들었을 테니까 긴말하지는 않겠다. 앞으로 네가 해줘야 하는 일이 있어.”


“저에게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상회를 이끌어 보겠습니다!”

떵떵거리며 외쳤지만 리한은 개가 짖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너한테 전부 맡긴데?”

“…네?”

“이 새끼가 사업이 무슨 맨땅에 헤딩하는 소꿉놀이야? 고작해야 작은 용병 길드에서 몇  굴러먹던 직원 나부랭이가 무슨 대단한 수완을 가지고 있다고 시총 3000만짜리 사업체를 굴려?”

“그, 그러면 어째서 저를 부르셨는지…”

“네가 할 건 벡워스의 용병 길드를 재건하는 거야!”


“네??”

“예전 길드장하고 연락할 수 있지? 굳이 녀석만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버린 옛 길드 관계자들도 있을 테니까 네 인맥으로 최대한 불러 모아보도록 해라. 이미  번 해보던 장사니까 자금 지원만 충분하다면 부활시킬 수 있겠지?”

“저, 저보고  바닥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노블 마크를 달고서 길드장으로 승진하는 건데 싫으냐?”

 말에 잠시 멈칫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색하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고많은 사업 중에서 하필이면 용병 길드라니…기왕에 사업을 하실 거라면 조금 더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하시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다른 사업도 진행할 생각이니까 네가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다. 바지사장은 역할은 휴크가 할 테고 첫 번째 목표는 남작령의 상권을 조금씩 장악해가는 거지. 거스를 수 없는 공권력을 등에 업고서 말이야. 후후후후후.”


사악한 웃음소리에 장내 인원들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용병 사업은 전망이 밝아. 지금 당장은 돈을 먹는 하마처럼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겠지만 장래에는 틀림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할 거다. 다른 귀족이 뛰어들기 전에 빠르게 선점을 해둬야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야. 게다가 이 벡워스에는 공교롭게도 라이벌 사업체가 없지 않느냐? 무주공산 어부지리라고 이렇게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조건도 드물지.”


‘자, 자신이 멸망시켜놓고…’

용병들은 그 뻔뻔함에 얼이 빠졌지만 리한은 계속해서 할 말을 일어나갔다.


“어쨌든 이번 임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고다. 미안하지만 내 밑에서 밥만 축내는 버러지는 필요가 없어. 특히나 너는 이번 작전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뼈를 때리는 말에 뜨끔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명령에 따라서 길드 재건에 임하겠습니다.”


“좋아, 다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고서 카트리나를 다시부르자 앞으로 나오던 그녀가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발을 헛디디면서 들고 있던 서류들을 날려 버렸다.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이 녀석이…?’

“에잉, 조심  하지. 칠칠맞게 지금 뭐 하는 거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겠네.”


“저도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집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하자 연거푸 허리를 숙이면서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렇게 혼란스러운 틈을 노린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가리며 리한에게 은밀한 전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비밀 보관소에서 따로 챙겨놓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아니라서 따로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알았다.]


입술 모양으로 대답을 했다.


이렇게 이어지던 보고는 야심한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이 났다.


“아스트라세 자작 일가와 팔콘 전사들, 그리고 용병 일동 모두가 오늘 하루 고생이 많았다. 듣자 하니 휴크가 공관에 작은 축하연을 준비했다고 하더군. 숙소도 마련해 놓았다고 하니 오늘은 거기에서 머무르도록 해라.”

“도련님은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나는 아직 잔업이 남아 있다. 남작이 우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상당히 몸이 달아오른 모양인데 루돌프 네가 대신 상대를 해줘라.”

“하지만 오늘 작전의 주역은 누가뭐라고 해도 도련님이 아니십니까? 게다가 저희끼리만 가면 호위 문제가…”

“그 역할은 폭스 하운드가 담당할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나를 너무 어린애취급하지는 말도록. 그리고 승리의 미주는 아슈킬 가문의 정당한 후계자 지위를 되찾고 들이키도록 하겠다. 하지만 귀관들은나를 신경 쓰지 말고 즐기도록 해라. 잘 놀고, 잘 쉬어야 대사를 도모할  있는 것이다. 이건 명령이야.”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후계자님!”


감사 인사와 함께 떠나가는 부하들을 배웅하면서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나는 나대로 즐길 예정이지만 말이야.’


“체포한 사람 중에서 흥미로운 자들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배후에 다소곳이 서있던 카트리나가 그렇게 대답을 했다.

“헌데, 아까 나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후후후후. 그것도 기대하셔도 좋지만 지금은 포로부터 먼저 만나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밤은 짧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지 않나요? 호색도 부지런하셔야 즐길 수가 있다고요.”

“흠, 하기야 그렇군.”


타당한 의견에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안내를 따랐다.



****

넥타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체포해버리는 바람에 도시의 모든 감옥이 차버리고 말았다.


급한 대로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혈마법사들과 공범들을 가장 경계가 삼엄한 곳으로 가두어 놓았고, 불법 시설을 이용한 수많은 일반인도 정보 통제와 사정 청취를 위해서 구금 조치에 들어갔다.

이러한 경범죄자들은 주로 데피리스 교단의 신전 감옥과 공관으로 이송되었지만, 여기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두 여인은 아토스의 저택 지하의 감옥(이라고 부르고 sm플레이실)에 수감 되었다.


화려한 금발 머리가 상당한 나선력螺旋力을 내포하고 있는 롤빵 머리의 소유자는 불안한 듯이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었다.

“어쩌면 좋아요? 다나. 뭐처럼 신분을 숨기고 벡워스로 놀러 왔더니 경비병들에게 체포당하고 말았잖아요!”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와는 다르게 비교적 차분한 자세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검은 머리의 시녀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러니까 이렇게 저속한 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엘리자베스 아가씨.”

“뭐예요, 지금? 자기도 오랜만에 자유의 공기를 느껴보고 싶다면서 바람잡이를 했던 주제에 저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시는 건가요?”

“크흠, 하지만 불야성의 시즌 패스를 구입한 사람은 제가 아니잖습니까?”

“세상에 맙소사! 뭐 이런 고용인이  있지??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순순히 체포당하지 말고 원래 신분을 밝혀야 했는데. 금방 풀려날 거라고 생각했더니 이렇게 소름 끼치는 장소로 잡혀 와 버리다니.”

“그래도 만에 하나 자작님에게 들킬 짓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세간에서는 아가씨께서 신부수업에 지쳐서 요양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큭! 이럴 줄 알았으면 제니아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어야 하는데…”

“지방의 핫플레이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면서 일부러 골라오신 주제에. 하아, 어릴 적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하던 아가씨였는데. 이제는 술과 마약, 그리고 짐승 같은 성행위조차 가리지 않는 동물의 왕국에 출입하는 파렴치한 클러버가 되버리시다니…흑흑흑.”


시녀가 슬그머니 놀려대며 거짓으로 우는 연기를 하자 얼굴이 새빨개져 버리고 말았다.


“누, 누가 파렴치한 클러버라는 건가요! 저도 그렇게 정신 나간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출입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치고는 분수에 뛰어들어서 발정난 수컷들에게 거리낌 없는 흠뻑쑈를 선보여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그것은 어디까지나분위기에 취해서 어쩔  없이…그러는 당신도 빤스 한 장만 입고서 폴댄스를 추시지 않았던가요?”

“크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이런 중상모략은 여기에서 그만두도록 하죠.”

“자기가 먼저 시작해놓고??”


황당한 말문이 막혀버리기는 했지만 다나의 말처럼 서로 트집을 잡아서 좋을 내용은 없었기 때문에 더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아. 어쨌든 잡담은 그만하고 여기에서 빠져나갈 궁리나 해 보자고요. 아까 얼핏 보기는 했지만 어딘가 커다란 저택으로 이동해온 것 같은데…아예 감옥을 부수고 파옥을 해버릴까요?”


본심을 발휘한다면 경비병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꺼냈다.


“자제하세요. 아가씨. 그렇게 극단적인 수단을 꺼내 드시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딱히 마약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단순하게불법 시설을 이용했을 뿐이니까 오래 잡아두지는 못할 거예요. 그리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짜 신분도 준비해오지 않으셨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하지만…”

“혹시 또 무슨 사고를 쳐버리신 겁니까?”

“또, 또라니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하지만…야설에서 봐버렸다고요! 가짜 신분을 사용하던 귀족 영애가 누명을 써서 우락부락한 경비병들에게 이런 짓이나, 저런 짓거리를…혹시 심문하러 오는 사람이  아름다운 외모에 눈이 뒤집혀버리면 어떻게 해요?!!”

“푸흐흐흡!”


다나는 뿜어버리고 말았다.

“클러버 주제에 망상이 심하시군요. 아가씨! 누가 순진한 처녀가 아니라고 할까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야설같은 전개가 현실에서 일어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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