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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트로이 목마(6) (85/429)



〈 85화 〉트로이 목마(6)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듣고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전이라고요?”

“네, 그러는 편이 서로의 실력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가늠할 수가 있고 실제 작전에서도 효율적으로 연계를 펼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흠. 듣고 보니까 맞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누구를 내보내시겠습니까?”

“브리카! 네가 나설 차례다.”

“네, 월주!”

거구의 흑의인이 힘차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나와 난간을 밟고서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쿵!

“핫!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말이야. 어디 한번 괴물 녀석의 실력 감상  해보실까?”

호기롭게 외치며 단숨에 흑의를 벗어버리고는 체인이 감겨있는커다란 참마도를 꺼내서 상대를 겨냥해 보였다.


“그녀는…?”


도저히 암살자로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에 투스트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 전에 고용한 미스릴 등급의 용병입니다. 빅터 래빗처럼 절대로 야월을 배신하지 않을 훌륭한 조력자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완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더 따져 묻지는 않았다.

오히려 산전수전을 전부 경험한 노련한 용병이라면 공격 수단이 제한적인 암살자보다, 훨씬 더 온전하게 어보미네이션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을 터.


어떻게 보면 대 무장전을 상정하는 최고의 인선이라고 할 수도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술자에게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구오오오오오!

공격 명령이 내려지자 마치 지네처럼 여러 개의 손바닥으로 지면을 잡아당기며 힘차게 나아가는 어보미네이션.

커다란 덩치를 생각하면 놀라운 속도이기는 했지만 브리카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촤아아아악!

촤아아아악!

“하하하. 그렇게 느려빠져서야 파리라도 한 마리 잡을 수 있겠어?”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팔들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이리저리 피해내면서 조롱을 쏟아내는 그녀.

구오오오오오오!!

그런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사납게 포효를 내지르면서 여러 개의 팔을 꽈배기처럼 꼬아 뭉쳐서 휘둘러 왔다.


하지만 움직임이 커지면서 생겨나는 빈틈을놓쳐버릴 브리카가 아니었다.


쿵!


온몸이 기울어지며 휘둘러지는  스윙을 가볍게 피해내면서 순식간에 후방으로 파고 들어가 자세를 취하는 그녀.

“분절소류참分節遡流斬!”

후우우우우웅!


낮은 자세로 마치 지면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검무.

힘차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말의 발목을 잘라 내버린다는 기술명 답게, 어보미네이션의 가느다란 팔과 뭉툭한 다리를 단숨에 잘라내면서 휘젖고 나아가 버렸다.


쿵!

“절단 모드 발동!”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제어핀을 뽑아버리자 세차게 진동하면서 회전하기 시작하는 참마도의 체인.


거기에 내력을 쏟아부어서 절삭력과 예리함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브리카가 마무리를 지어버리겠다는 것처럼 머리 위로들어 올렸다.


“단숨에 끝장을 내주마. 일고작기一鼓作氣!!”


마치 단두대가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단숨에 내려꽂히는 검날이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는 어보미네이션을 단숨에 양단해버릴 기세로 살덩어리를 파고 들어갔다.


콰콰콰콰콱!!

맹렬하게 회전하는 체인에 의해서 피와 살점이 탈곡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낟알들처럼 튕겨 나갔지만, 멈출 줄 모르고 파고 들어가던 공격도 중반부에 도달할 무렵에서부터는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읍!”

우드드드드득!


한 차례 심호흡하고 양팔의 근육이 터져버릴 정도로 팽팽해지며 근력으로 밀어붙이는 브리카였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완벽하게 정지해버렸다.

“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곧바로 재생하기 시작한 어보미네이션의 살덩어리들이 마치 끈끈이처럼 참마도에 달라붙어 오면서 양손까지 단숨에 집어삼키려고 했다.


“이 자식이!!”

욕지거리를뱉어내면서 단숨에 뿜어내려고 했지만 살점과 재생하기 시작한 근육들이 마치 섬유질 다발처럼 엉켜 들어오며 놓아주지를 않았다.

쿠쿠쿠쿠쿠쿠쿠-

‘웃어?’


쩌어어어억!

후우우우웅!


소름 끼치는 상황에 등골이 오싹해지기가 무섭게 커다란 입이 쩍하고 벌려지면서 어느새 재생해버린 팔들로 감싸 안듯이 브리카를 사로잡으려고 했다.

“칫!”

어쩔 수 없이 참마도의 손잡이를 놓아버리고 물러서면서 거리를 두는 그녀.

하지만 검이 빼앗겼다고 포기하지 않고 품속에서 곧바로 다섯 개의 비도를 꺼내 들어서 다시 한번 달려들어 갔다.

휘리리리릭!

이번에는 한층 더 빠르게 휘둘러지는 팔들이 간격으로 좁혀오는 것을 견제했지만, 이형환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훌륭한 몸놀림으로 단숨에 코앞까지 파고들었다.

투두두두둑!


“오점폭혈!”

참마도의 손잡이 주변에 다섯 개의 비도를 손가락 끄트머리로 마치 점혈하듯이 꽂아버리는 브리카.

그리고 다시한번 감싸 안듯이 좁혀들어오는 공격을 벗어나 출구가 닫히기 전에 공중제비로 빠져나가 버렸다.


투콰아아앙!

그리고 일어나는 폭발.

비도가 박혀 들어간 장소를 중심으로 살덩어리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펑! 하고 터져나가면서 내용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털썩!


신체의 절반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리자 힘이 다해버렸는지 털썩하고 주저앉아버리는 어보미네이션.


“흥! 감히 참마도를 뺏어가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

끝장을 내버렸다는 생각에 의기양양하게다가가서 손잡이를 잡아들었지만, 그 순간에 끝장을 내버렸다고 생각한 녀석의 팔들이 조용하게꿈틀거렸다.


슈우우우욱!

꽈배기처럼 꼬여서 마치 거대한 몽둥이처럼 만들어진 팔들을 휘둘러오는 어보미네이션.

“뭣?!”

쿵!


“크헉?!!”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뒤늦게 발견하고서 급하게가드를 들어올렸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충돌에 몸이 붕하고 떠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날려져 버리고 말았다.


콰콰쾅!

경기장 외벽에 부딪혀버리고는 와르르 무너지는 돌 속에 파묻혀버리는 브리카.

“!!”


‘설마 당해버린 건가?’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야월의 일행들이 일제히 난간으로 몰려와서 충돌지점을 살펴보고 있을 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돌무더기를 호쾌하게 날려버린 그녀가 건재함을 과시해 보였다.

“망할! 이게 대체 무슨 개망신이야? 킁!”


부러져버린 코를 똑바로 펴서 고정하면서 검은 피를 콧김으로 세차게 날려버리는 브리카.

자신의 목과 어깨를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스트레칭하며 가볍게 자기 점검을 마쳐버리고는, 회수한 참마도를 힘차게 고쳐 잡으면서 겨냥해 보였다.


“뒤룩뒤룩 살찐 녀석이 제법이잖아? 오랜만에 제대로 열 받았으니까 다시 한번 놀아보자고! 탐색전은 끝이야. 지금이야말로 이 적안거검의 힘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고오오오오오오오!!


사나운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전신이부르르 떨리는 포효를 뱉어내는 어보미네이션이었지만, 양쪽에서 내력을 끌어올리며 진심을 발휘하기 직전에 손을 올린 월주가 소리를 질렀다.

“그만, 양자 모두 거기까지! 이쯤 하면 되었다. 대련은 여기에서 중지하도록 한다!”


“뭐어?? 후계, 아니. 월주 나으리!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말입니다? 용병이 체면이 있지 괴물 녀석한테 이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서 끝내라는 게 어디에 있습니까??”


“내 말에 거역할 셈이냐? 브리카.”

사납게 노려보면서 말하자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어버리는 그녀.

“큭, 제기랄! 알겠습니다, 알았다고요. 중단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대답하고도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검을 회수해버리자 어보미네이션도 술사의 조종을 따라서 비활성 상태로 되돌아 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멈춰도 괜찮습니까?”


“쓸만한 전력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만한 전투력이라면 다른 것은몰라도 무투기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무장들의 발목을 잡아놓을  있겠군요.”

“탁월한 식견이시군요, 월주.”

투스트로의 콧대가높아졌는지 미소를 띠면서 그렇게 말했다.

“한가지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어보미네이션의 재생력은 어디까집니까? 만약에 살점  덩어리에서도 살아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전력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하하하하하! 불사의 생물이라? 만약에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 혈마법사들이 지향하는 궁극의 심의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녀석의 재생력은 무한하지도 않고 약점도 분명합니다. 체내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하나 들어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것이 외부 압력이 가해지는 지점에서 반대쪽으로 이동해가며 핵심 코어를 보호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호오, 정말로 훌륭한 발상과 기술력이 아닐 수 없군요.”

월주는 순수하게 혈마법사들의 실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없었다.

반드시 제물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마법 스타일과 이상한 신을 섬기는 광신도라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생물을 디자인해내는 것 자체는  원의 엔지니어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


충분한 여력만 주어진다면 개인적으로 파고들어서세세하게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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