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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트로이 목마(3) (82/429)



〈 82화 〉트로이 목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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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정세는 언제 내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풍전등화에 놓여져 있었지만 그런 사실만 제외한다면 오팔 왕국의 경제 자체는 유례없는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첫째 공신으로는 당연히 하층계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종족 노예들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있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전쟁다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국가발전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


이 기간에 전국에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워프 포탈이 건설되면서 파격적인 유통 인프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며, 테세트 평야를 개척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판매했던 국가 채권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수많은 벼락부자 부르주아들을 양산해냈다.

벡워스의 옐로우 벨트에 위치하고 있는 환락가.

귀족을 제외하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빅터 래빗이 운영하는 불야성 클럽은, 그런 사회 분위기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중에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직 엄청난 금액의 시즌권을 구매한 손님밖에 입장할  없는 회원제 클럽.

입구마다 커다란 덩치를자랑하는 떡대들이 지키고 있었고, 순찰을 도는 경비병들은 직원들이 슬그머니 찔러주는 뒷돈을 받아 챙기면서 인근 주민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음공해 민원 신고와 굴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수상쩍은 연기를 모르는 척 넘어가 줬다.


법의 감시망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각지대.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무대에는 반쯤 벌거벗은 스트립 댄서들이 봉을 타면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홀리고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마법 수정구가 만들어내는 현란한 싸이키 조명과 비트에 뒤엉킨 청춘남녀들이 부비부비를 즐겼다.

거기에서 조금 벗어나는 외야의 분수에서도 이미 만취한 상태로 입고 있는 옷들을 모조리 벗어버린 여자들의 흐뭇한 캣 파이트 물장난까지.

개중에는 아예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행위를 즐기는 커플조차 있었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스킬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여기저기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샴페인 타워에 불쇼, 물쇼, 저글링 등등의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해줬다.

그나마 여기까지만 보면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서 조금  노는 클럽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지만,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면 어김없이 마약을 피우기 위한 봉(bong)들이 굴러다녔고 그보다 위험한 합성 마약에 취해서 동공이 풀려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는 자들이 곳곳에 드러누워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한층 더 엄중한 출입 절차를 거치는 내부 공간으로 진입하면, VIP회원들의 은밀하고도 하드코어한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마련되어 있는 벨벳 홀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날, 그날의 컨셉에 따라서 사회적으로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은 퇴폐적이고 음란한 파티가이루어졌다.

오늘은 고대의 야생 왕국을 재현한다는 컨셉으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하고 있었지만 , 원래대로라면 진작 시작했어야 하는 축제는 쥐죽은 듯이 조용한 상황 속에서 싸늘한 적막마저 감돌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보라색 연기로 가득 차버린 벨벳 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예외 없이 동공이 풀려있었고 무슨 환각을 보고 있었는지,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띠며 어딘가 소름끼치는 느낌마저 가져다주는 실소를 터트려대고 있었다.


슈우우욱- 습- 슈우우우욱-


그런 현장에 까마귀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 녀석과,  녀석. 그리고 이 녀석도 데리고 와라.]


선두에 있는 남자가 싱싱한 횟감을 골라내는 것처럼 누군가를 찍어댈 때마다 들것에 실어 올려지는 사람들.


[투스트로님! 아무리 그래도 지금 지목하시는 분은 곤란합니다요! 저희 래빗 상회의 중요한 고객님의 아드님이신데…]


불야성의 주인인 빅터 래빗이 과도할 정도로 비굴하게 굴면서 선두의 남자에게 간청을 했지만, 그는 남자는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으며 되받아쳤다.

[중요하다고? 그렇다면 네놈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냐?]

[히이이익! 물론 아닙니다요. 투스트로님!]


[명심해라. 위대하신 오디소이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제물의 가치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그따위 헛소리를 지껄였다가는 네놈을 직접 혈광로에 처박아주지!]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는 함부로 지껄이지 않을 테니 부디 자비를…]

바닥에 엎드려서 부들부들 떨며 손바닥을 비비는 빅터 래빗을 무시해버린 그는, 그 후로도 몇 명의 남녀들을 더 선별하여 데리고 벨벳 홀을 빠져나갔다.

외부 손님의 출입이 완전히 차단된 통로.


막다른 골목으로 이동한 그들은 벽에 설치되어있는 장식 몇 가지를 순서대로 건드려서 지하로 이어져 있는 비밀 통로를 개방했다.

쿠구구구구궁!

검은 아가리를 드러내는 입구의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는 일행들.


마침내 도착한 장소에는 혈마법사들이 건설한 오딘 소이의 비밀 신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철컹! 철컹철컹!

크오오오오오오!!

그들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자신들이 갇혀있는 철창을 격렬하게 흔들어대며 울부짖어대는 합성 생물들.


개중에는 성대가 제거당해서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기괴하게 뒤틀린 외형에,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합쳐져서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실험체들이 즐비해 있었다.

“실험에 실패한 녀석들은 빠르게 처분해라. 언제까지 지저분하게 똥오줌이나 흘려대고 있는 것을 내버려 둘 셈이냐?”

“네, 스승님!”

까마귀 마스크를 벗어버린 투스트로의 말에 실험체를 관리하고 있던 혈마법사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금발에 안경. 피부가 조금 창백하고 마르기는 했지만 의외로 서글서글하면서도 준수한 외모를 보유하고 있는 미남자.

“박카이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지?”

“조금 전에 막 태어난 개체까지 전부 합쳐서 세 마리입니다!”

제자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혀를 찼다.

“…쯧. 역시나 진도가 늦어지는군. 며칠 전에 슬럼가에서 꼬리를 밟혀버리는 바람에 제물들을 놓고 와버린 것이 패착이었어. 다소 무리하더라도 반드시 회수했어야 했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모체가 될만한 순결한 소녀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급한 대로 빅터 래빗을 독촉해서 후보군을 물색하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구입처가 구입처다 보니 상품의 상태가 영…”

“젠장, 하나부터 열까지 쓸모가 없는 녀석이로군.”


그렇게 투덜거린 투스트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베리우스 후작의 선단이 작전 구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만에 하나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가는 단순하게 문초를 당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로티나님을 실망시켜서는 안 돼!”


“최, 최대한 빠르게 서두르겠습니다.”

“일단 박카이에 대한 문제는 뒤로 미루더라도 전력이 될 수 있는 합성 생물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라. 지금 데려온 녀석들로 일단은 어보미네이션부터 만들어 내겠다. 즉시 4번과 6번, 그리고 12번의 혈광로를 작동시켜라!”

“네, 알겠습니다!”


쿠구구구궁!

철컹! 철컹! 철컹!

대답한 혈마법사가 신호를 보내자 까마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기관장치를 작동시켰고, 수많은 아이언 메이든의 입이 열리며 새빨간 혈액이 녹아 들어있는 쇳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닥에 파여있는 라인을 따라서 흘러내려 가며 마법진을 그려낸 직후.

수십 명의 혈마법사가 원형으로 둘러싸면서 마나와 의식을 하나로 동조시키기 시작했다.


[샤보멘 이케치윙 키이차침 키우카 이케치 코랄, 코랄, 코랄!]


이 중앙에 석가면을 쓰고 제구를 양손에 쥐고서 걸어오며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는 투스트로.

“위대한 명부의 왕이시여, 생명의 순결한 본질의 뿌리가 되시는 오딘소인님이시여. 씨앗을 뿌리고 이삭을 거두어가시는 정직한 시간의 추수꾼이신 당신에게 영원한 종복, 충실한 노예가 간청할진대 여기에 건장한 피와 육신을 받치오니 강건하기 이를 데가 없는 위대한 전사로 탈바꿈해 우리 곁에 내려주시옵소서!”


[오딘소이! 오딘소이! 오딘소이! 오딘소이!]


주문을 완성하는 것과 동시에 혈마법사들이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며 되뇌어 나가자, 마법진이 붉은색으로 밝게 빛나면서 바닥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태궁의 산란못을 개방해라!!”

끼기기기긱!


투스트로가 명령을 내리자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바닥 철문이 개방되면서 새빨간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혈광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하게 뜨거워 보인다고 하기에는 정체를  수 없는 귀기가 맹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중심지.


그 앞에 자아가 없는 거구의 합성 생물들이 벨벳 홀에서 데려온 젊은 남녀들을 하나씩 짊어지고서 나란히 섰다.


“제물들을 받쳐라!”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순서대로 집어던지는 자들.

“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순식간에 뼈와 피부가 녹아내리는 혈광로 속으로 잠겨 들어가면서도 가스에 취해서 일체의 고통과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는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차례대로 죽어 나갔다.


“오오오오오! 위대하신 오디소이님이시여! 지금 여기에 위대하신 당신의 기적을 신도들에게 선보여 주십시오! 위대한 힘이 깃들어 있는 불요불굴의 어보미네이션을 만들어내어 우리의 곁으로보내주시옵소서!!”

[오딘소이! 오딘소이! 오딘소이! 오딘소이!]

투스트로와 광신도 혈마법사들이 이교도 신의 이름을 외우며 열창하자,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녹아버렸다고 생각한 살덩어리들이 점에서 덩어리로 뒤엉켜 뭉쳐지면서 기괴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괴물로 점점 변해나가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철퍽! 철퍽!


뒤룩뒤룩 살쪄있는 거대한 몸체에 비해서 지나치게 가늘고 기다란 여러 개의 팔을 끄집어내서 혈광로 바깥으로빠져나오려고 시도하는 어보미네이션.


“좋아. 이성을 잃고 날뛰기 전에 어서 예속의 혈인부터 이마에 찍도록 해라! 오늘, 오딘소이님께서 내려주신 첫 번째 전사다. 취급에 신중을 기울여라!”

“네!!”

투스트로의 외침에 힘차게 대답한 연구원들이 기다란 저지 장대와 빨갛게 달구어진 인장을 들고서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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