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H이벤트)마피아 게임(8)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파지지지직!
“꺄아아악?!”
마지막으로 잔뜩뿌려주고 난 후에 세 자매의 피로를 회복시켜주고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줬다.
“아아아앙♡ 굉장해, 이렇게 질척질척하게 되어버리다니.”
“헉!나, 나는 대체 지금까지 무슨 짓을…”
“으아아아아.”
자신들의 몰골을 확인하고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보여줬지만 리한이 짝! 하고 손바닥을 쳐서 주의를 환기시키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을 심문하겠다.”
“이제와서?”
“무슨 불만이라도 있느냐, 루시? 아니면 조금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등을 떠밀어줘야 하는 것이냐?”
“…큭.”
리한의 물건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려는 기미를 보이자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금방 깨갱하면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주인님.”
“너희들이 이곳에 찾아온 진짜 목적이 무엇이지?”
“그거야 당연히 야월을 지원하려고…”
“개수작 부리지 마라, 카트리나. 그렇게뻔히 들여다보이는거짓말에 내가 속을 줄 아느냐?”
조금 전까지 농밀한 사랑을 나눴다고는 믿을 수 없는 차가운 일갈에 입을 다물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야월이나를 죽이려고 투입한 암살자들의 숫자는 거의 백여명에 이른다. 아무리 자신들의 체면과 위신이 달려있는 문제라고 해도 명백하게 과잉 투자였지. 그런데 여기에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특급 암살자를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보내온다고? 토사구팽이 목적이 아니고서야 말도 안 되는 처사지.”
“…”
세 자매 누구도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간도 쓸개도 빼다받치는 하부조직을 대단한 이유도 없이 정리해버리지는 않을 테지?”
그렇게 말하면서 한 가지 가정을 지워버린 리한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토사구팽이 목적이 아니라면 너희들이 야월을 찾아간 이유는 뭘까? 지원도 아니고, 처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솜씨를 한 번 구경하자고 찾아가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여기에서 의혹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질문은 두 번째로 넘어간다. 어째서 벡워스 같은 촌구석 도시에서 은요호 기관의 특급 암살자 씩이나 되시는 분들이 셋이나 모습을 드러냈을까?”
“!!”
세 자매의 표정 변화를 주시하고 있던 리한은 미숙한 두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미세한 동요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태연하게 대꾸해오는 것은 역시나 노련한 카트리나였다.
“재미있는 추론이시군요. 하지만 소첩들은 그저 제니아로 향하는 도중에 우연히 근처에 있었을 뿐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다보니 어쩌다 말려들었을 뿐이라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지. 물론, 아닐 테지만 말이야.”
“확신하시는 근거라도 있나요?”
“물론이지.”
이 말에 그녀는 피식하면서 웃음을 터트리고는 의자를 끌어와서 거만한 자세로 앉았다.
“좋아요, 그럼. 주인님께서 존재하지 않는 하얀 토끼를 쫓아가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야 얼마든지 어울려드리죠.”
“훗. 천박한암캐 주제에 감히 주인님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바닥에 엎드려서 배를 보이고 낑낑거리며 경청해라.”
“하윽♡ 아이 참, 주인님께서도 짓궂으셔라.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받아치기 어려운 변화구를 던져버리시면 소첩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설레버리잖아요.”
“농담이 아니다만?”
“…”
카트리나는 바닥에 엎드려서 배를 보이고 낑낑거렸다.
그것을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희롱해가며 말을 이어나가는 리한.
“첫 번째 근거는 야월의 사전 공작조가 이미 벡워스에 도착해 있었다는것이다. 실제로 녀석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흘동안 배를 타고 달려왔을 텐데도,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놓았다는 것처럼 야습을 감행해 왔다. 신속한 것도 정도가 있지.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하지만 주인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형편 없이 당해버렸잖아욧?! 하앙♡ 민감한 곳을 그렇게 콕콕 찔러대시면…”
“중요한 문제는 녀석들의 능력이 아니니까 논점을 흐리지 마라. 핵심 포인트는 녀석들이 어째서 제니아가 아니라 벡워스에 그만한 포석을 깔아놓았냐는 거지. 하필이면 왜? 여기에 대체 무엇이 있기에 말이야.”
발가락으로 유두를 꼬집어서 잡아당겼다.
“하윽! 상상력도 풍부하셔랏, 읏! 이, 이정도 고문으로는 절대로 굴하지 않을 거예요. 육봉으로 격렬하게 쑤셔주신다면 저도 모르게 위쪽에 입이 느슨해져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멍멍!”
“은근슬쩍 유혹해서 무마하려고 하지 마라. 이것만 봐도 너희들의 목표가 제니아가 아니라 벡워스라는 것은 명백하니까 말이야. 어차피 그럴 듯한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어. 너희들이 반응하는 모습만 봐도 대체로 짐작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흠칫!
그렇게 말하면서 루시와 티오를 쳐다보자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아. 도둑질을 하려고 해도 이렇게 손발이 맞지않으니까 말이죠.한심하다고요, 언니들! 도대체 몇 년을 이 바닥에서 굴러먹고 있는데도 한심한 꼬라지에서 벗어나시지 못하는 겁니까!!”
“카, 카트리나…”
그녀답지 않게 노기를 드러내면서 외치자 티오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하지만…주인님께서 굉장히 총명하시다는 것만은 인정해 드리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소첩을 봐서라도 여기에서 멈춰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더군다나 이런 상태에서는 이 이상 파고드시는 게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서로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요.”
‘서로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진심이 묻어나오는 간청에 리한은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러지.”
“역시 이대로 물러나주시지는…네? 뭐라고요??”
“추궁하는 것은 여기에서 멈추겠다고 했다.”
“진짜로요??”
“몇 번이나 확인해볼 정도로 대수로운 일이더냐?”
당황한 카트리나는 수차례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보통 으헤헤헤. 추잡한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니 더러운 암퇘지로군! 이 몸의 우람한 육봉에 쑤셔지면서도 비밀을 지킬 수 있는지 알아봐 주마! 그렇게 외치면서 감금속박조교의 삼단 루트가 진행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는 대체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냐?”
“하룻밤동안 소첩들의 순정을 철저하게 짓밟아서 유린해버린 짐.승♡”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이루어진 정당한 등가교환이었지. 목숨을 노렸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않느냐.”
“그렇게 개소리나 지껄이면서 합리화하시는 것도 멋. 지. 셔♡”
“하하.”
웃음을 터트린 리한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래보여도 나는 너희들을 신뢰하고 있어. 파고드는 것이 위험하다면 정말로 위험하기에 이러는 거겠지. 겉으로는 여전히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새침데기도 있지만 하룻동안 농밀하게 사랑을 속삭이지 않았느냐? 우리는 이미 연인이나 다름없는 사이지.”
“읏.”
자신이 지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루시는 얼굴을 붉혔지만 카트리나의 눈매는 가늘어졌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태도를 180도 바꿔버리시다니. 주인님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으신 거지?’
“믿지 못하는 거냐?”
“아니요, 주인님. 소첩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지만 마땅찮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알았다. 그렇다면 증거를 보여주도록 하지. 지금부터 너희들의 힘을 봉인하고 있는 모든 제약을 풀어주도록 하마.”
!!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제안에 세자매의 눈동자가 희둥그래졌다.
“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주인님.”
“물론이다. 세상 어디에 신뢰하는 상대를 족쇄로 묶어놓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냐?”
“잘못된 선택이예요! 틀림없이 후…으으윽! 아, 아니. 감사드려요.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소첩들은 주인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거예요.”
만류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부자연스럽게 태도를 바꾼 카트리나가 꾸며진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떻지?”
“핫! 무, 물론입니다요. 나리! 아니, 주인나리! 진짜로 힘을 돌려주신다면야 충심을 다해서 보필해드릴 것입니다.”
“흐, 흥! 딱히 돌려준다고 해도 주인님이라고 부를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곁에서 지켜주기는 하겠어.”
대놓고 비굴해져서 말하는 티오와 새침부끄츤데레한 태도로 말해오는 루시.
하지만 리한은 그것이 마치 인형의 가면을 뒤집어쓰는 듯한 미묘한 위화감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파지지지지직!
근처에 있는 나이프를 집어들어서 검지손가락을 땄다.
“앗? 주인님의 손가락에서 피가…”
“순서대로 와서 이것을 마셔라. 그렇게 하면 봉인되어 있는 모든 힘을 해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혈액을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니…주인님은 도대체??”
블러드 엘프인 카트리나가 상당히 동요하는 듯한 기색을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후후후후.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느냐? 독이 들어있지는 않으니까 어서 와서 핥거라. 설마, 이제 와서 이런 정도에 창피하다고 말하는 녀석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온 티오가 손을 붙잡고 낼름낼름 피를 마셨다.
“오오오옷?! 온다, 온다!정말로 힘이 돌아오고 있어! 으하하하하. 그래, 이거야말로 바로 블러드 폭스의 리더. 티오님이라고 하실 수가 있지!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강자의 기운! 그리웠다! 정말로 그리웠어!!”
“흥, 쓸데없이 호들갑을 떨어대기는…”
첫 번째 타자가 신이 나서 방방 뛰어다니는 것을 목격하고는 의심이 사라졌는지 가까이 다가와서 손가락을 핥았다.
다만, 처음부터 어딘가 머뭇거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던 카트리나만이 무엇인가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것처럼 잠시나마 표정이 일그러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