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문샤인 로즈(8) (63/429)



〈 63화 〉문샤인 로즈(8)

그의 몸에는 1차 공격조가 발사한 것으로 추측되는 암기가 급소를 관통해서 마치 고슴도치처럼 변해있었다.


심장의 고동은 완벽하게 정지.


초점을 잃어버린  눈은 썩은 동태처럼 변했고 흘러내리는 피가 바닥에 고여서 웅덩이가 되어 있었다.


“하앙♡ 이렇게 사랑스러운 미소년이 비참하게 살해당하다니. 인류의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었요.”

“뭐래는 거야. 3년 전하고 똑같은 외모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어엿한 성인 남자라고. 타겟에 대한 보고서도 읽어보지 않은 거야?”

“아잉. 그렇게 사소한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요. 루시 언니.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자궁을 얼마나 꼴릿하게 만들어주느냐는 거예요. 잘 보세요. 이 사람. 틀림없이 거근일거라고요!!”


“…진짜로 너는 절조라는 게 없구나.”


“아이, 참. 쑥스럽게 그런 칭찬을…”

“칭찬일 리가 없잖아!”


현장 지휘를 마치고 돌아온 칼리우스는 폭스 하운드가 재잘거리는 무시하고 시체로 다가가서 가려져 있는 앞머리를 들어 올렸다.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불꽃 모양의 흉터.

‘3년 전에  손으로 살해한 후계자가 틀림이 없어. 나머지 상처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흉내를 낼 수 있는 게…’

톡톡톡

흠칫!


생각에 빠져있는 그의 티오가 다가와서 두드리자 깜짝 놀라서 뒤돌아봤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기는 무슨 일이야? 본인이 직접 확인하시겠다고 해서 이렇게 따라와 주었는데 감식 결과를 알려줘야지. 그래서 어때?  녀석이 타겟이 맞아?”

“…네, 틀림없이 후계자 본인입니다. 임무는 성공했습니다.”

“아, 그러셔?”

퉁명스럽게 대답한 그녀는 양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는 그대로 돌아서 버리고 말았다.


허탈하기는 칼리우스도 마찬가지.

3년 전에 실태를 자신의 손으로 만회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 무색한 결과를 마주해버리자 모든 것이 바보 같고 쪽팔리게 느껴졌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겨우 이따위 상대를 두려워해서 야월의 정예를 모두 끌고 오다니…’


화끈거리는 얼굴과 두건으로 가리며 일어선 그는 꼴도 보기 싫어져 버린후계자의 시체를 부하들에게 처리하라고 명령해라.


“적당히 수습해서 돌로에스에게 가서 보여줘라.”


“네, 월주님!”

허리를 숙이며 대답하는 두 명의 암살자.

아무런 의심 없이 가까이 다가가서 시체를 번쩍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 갑작스럽게 이변이 일어나 버렸다.

푸슉!!

“으어억!”


풀썩!

 쌍의 암기에 목을 관통당해서 피가래가 끓어오르며 쓰러져 버리는 암살자들.

아무런 의심도 없이 현장을 떠나려고 했던 모든 일행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후우. 역시 죽는 시늉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던 것 같아. 쿨럭, 쿨럭. 도대체 암기를 몇 개나 날리는 거야? 아파 죽겠네.”


우드드득-


챙그랑, 챙그랑, 챙그랑!

느릿하게 일어서는 리한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대자 암기들이 주르르 밀려 나오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오랜만이구나. 월주. 아니,이름을 알았으니까 칼리우스라고 불러줘야 하겠군. 이것이 네놈의 본명이 맞느냐?”

이름을 지목당한 그의 눈이 더 커질  없을 정도로 부릅떠졌다.


“도, 도대체 어떻게, 트, 틀림없이 숨이 꺼져…”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 있던 티오가 호들갑을 떨면서 끼어들어 왔다.


“우와?! 실화냐? 죽은 시체가 살아나다니 호러소설이 따로 없잖아? 저기저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거야? 혹시 인간을 그만둔 언데드였던 거야? 아니면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리셨다던가, 세상에 이런 일이 따로 없는데?”


“뭐냐,  땅꼬마 엘프는.”


“누가 땅꼬마라는 거야! 땅꼬마라고 하는 쪽이 땅꼬마거든? 19살밖에 되지 않은 해츨링 주제에…”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여기를 떠나라. 보아하니 너희들은 야월도, 인간도 아닌 모양이니까 얌전하게 물러난다면 특별히 살려주도록 하지.”

이 말에 장내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

“하하하하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하더니 쥐새끼가 고양이 걱정을 다 해주고 있네? 최고야. 정말! 뭐 하고 있어? 월주. 어서 빨리 너희들의 실력을 보여줘 봐.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잖아.”

“네, 네! 알겠습니다.”

“자신이 나서지는 않는 것이냐?”


리한의 물음에 티오가 더욱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함박웃음을지어 보이며대답을 했다.


“그런 배짱이 아주 좋아.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야월보다는 너를  응원해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까? 태어나서 이렇게 두근거리게 해주는 암살 목표는 처음이야. 제발 부탁하는데 실망스럽게 맥없이 당해버리지만 말라고. 끝나면 아주 제대로 상대를 해줄 테니까!”


“그전에 맏언니. 야월 분들의 차례가 끝나면 저분하고 30분만 따로 보낼  있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끄트머리만, 끄트머리만 삽입해 보고 결정하자고요!”


“뭐라는 거야? 이 색욕에 미친년이.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아아아앗?! 루, 루시 언니. 머리는, 머리끄댕이는 붙잡지 마세요!”


리한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런 것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엘프들이라니.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큭! 우, 우리를 무시하지마라. 후계자! 네놈의 상대는 우리 야월이다!!”

칼리우스의 외침에 그가고개를 들어라.

“걱정하지 않아도 무시 따위는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 목표는 월주. 네놈과 야월 전체를 말살해버리는 것이었으니까 말이야.”


“뭐, 뭐라고?”


“내가 지금까지 죽은 척을 했던 것은 네놈들을 킬링 필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지. 야월과, 블러드 폭스라고 했나? 너희들이 저지른 실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죽음의 공간에 들어왔다는 거야.”

“허세부리지 마! 킬링 필드라고? 이곳에 아무런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정찰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다. 쓸데없이 길게 주절거리는 자신이 없다는 소리겠지. 죽었다가 살아난다고? 네놈이 대체 어느 지옥에서 굴러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일 수 없다면 영혼까지 소멸시켜 주마. 야월의 암살자들이여!!”


“네, 월주님!!”

사방을 포위한 암살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지금 당장 피안환살진을 발동해라! 녀석에게 우리 야월의 무서움을 똑똑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존명!”

쿠구구구구궁!

후우우우우웅!

검은 그림자들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뇌성 벼락이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안개가 흘러나와 불빛들을 차례차례 꺼트려 나갔다.

“좋아, 좋아. 영상기록장치 작동 완료. 후후후. 어디 한번 입을 털었던 만큼의 실력을 발휘해 보라고!”


“힘내라, 힘내라, 대무…”


“넌 좀 닥쳐. 카트리나!”


어느새 저택의 지붕 위로 뛰어오른 폭스 하운드가 요란하게 응원을 하자 리한은 한숨을 쉬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진실을 말해줘도 도무지 받아들이지를 못하는군. 승부는 이미 끝났다니까.”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쿠구구구궁!


안개와 같은 형태로 변화된 암살자들이 그를 노리며 달려 들어왔다.


“그렇다면 몸으로 직접 가르쳐주는 수밖에 없겠군.”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이 목표에 도달하기 직전.


리한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아키텍트.”


동시에 거대한 장막을 걷어내는 것처럼갑작스럽게 세상 전체가 일렁거렸다.


“뭔가 이상…커헉?!!”


수상함을 느낀 루시가 말을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몸속에서부터 솟구쳐오르는 듯한 액체에기도가 막혀버리면서 자신의 목을 움켜잡아 버렸다.


“뭐, 뭐얏?!”

“꼬르르륵?!”

“우으읍. 커학?!”


처음에는 모두 바다에 빠져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릴 것만 같은 정체 모를 액체들.

하지만 그것은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기 직전에 보이는 환상 같은 순간에 불과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문샤인 로즈의 독이라고???’


자신들을 덮쳐 들어온 액체의 정체를 알아낸 폭스 하운드가 금강투합체가 소용이 없는 것에 두 눈을 부릅떴지만, 그것이 외부의 공격이라고 생각한 것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몸속에 있었다는 것처럼 신체 내부에서 터져 나와서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중독시켜버리는 터무니없는 사태.


한 방울로 미노타우르조차 쓰러트린다는 맹독에 순식간에 졀여져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사방에서 혈무가 뿜어져 나오며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피안환살진은 붕괴.

리한에게 달려들었던 암살자들이 맥없이 고꾸라지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허억, 허억, 쿨럭! 마, 말도  돼. 도, 도대체 어떻게…”


창백한 안색으로 온몸에서 피와 액체로 범벅이 되어버린 칼리우스가 가슴을 움켜잡으며 그렇게 외쳤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복수가이렇게 쉽게 끝나버리다니 너무나 아쉽군.조금 더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하다못해 너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겨주도록 하지. 네놈의 체내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서 자신이 무력하게 죽어가는 체험을 아주 오랫동안음미할 수 있게  주마.”

파지지직!


“이, 괴무우우우울--”


뭔가를이야기하려고 하던 칼리우스의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면서 형태를   없도록 뭉개져 버리고 말았다.


‘아직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나?’

리한이 설정한 킬링 필드는 저택 내부까지가 한계였다.


아키텍트로 문샤인 로즈의 독을 최대한 많이 증식해 채워서 무색, 무취, 무미의 상태로 대기하게 하고 있다가 한 번에 원래 상태로 되돌리면서 야월과 폭스 하운드를 중독시켜버린 것.

그가 혼자서 멀쩡할  있었던 이유는 모든 독에 면역을 만들어주는 마스터 코어의 능력 덕분이었고, 최대한 많은 적을 저택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죽음을 가장할  있었던 것도거기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초회복 능력을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그를 죽이고 싶었다면 심장이나 뇌가 아니라 마스터 코어를 파괴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모르겠어. 갑자기 저택 내부의 연락이 끊어져 버렸어. 응답해 주십시오. 월주님, 월주님!]

예상한 대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암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좋아. 정예는 전부 끌어들였으니까 나머지는 전부 잡졸에 불과할 테지. ’

그렇게 생각한 리한은 대기하고 있던 임페리얼 가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깥에 남아있는 야월의 잔당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절대로 누구도 도망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시체도 모두 수습해서 저택 안으로 가지고 오도록!]

[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러면 이쪽도 나머지 작업을 마무리해 볼까?”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저택 옥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필사적으로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폭스 하운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매가 모두 그 속에서 살아나다니 놀랍기 이를 데가 없군. 금강투합체에는 단계가 있다고 하지. A급 무장 정도에 도달하면 보통 한서불침의 영역에 도달하고, S급이면 만독불침이라지? 암살자 주제에 A급 무장을 넘어서는 실력이라니 제국은 인재가 넘쳐나는 모양이군.”


“큭!”


“으으으으으.”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었지만 신체를 잠식해버린 독기를 몰아내느라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는 상태.

리한은 그런 그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작게 중얼거렷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는 뭐라고 하셨더라? 쥐새기가 고양이 생각을 해준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가 쥐새끼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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