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문샤인 로즈(5) (60/429)



〈 60화 〉문샤인 로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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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혼란에 빠진 남매는 대답을 보류하고 도망쳐버리고 말았지만 리한은 상쾌한 기분으로 스위트 룸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할 수가 있었다.


‘이것으로 아토스는 완전한 의미로 나의 수하가 되었다. 게다가 나디아는 물론이고 변환 시술을 원하는 수인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좋은 선행투자가 되었지. 이번 일에 오랫동안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군.’


그가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용병 길드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을  있었던 이유는, 임페리얼 가드들이 그녀가 앓고 있는 희귀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절반의 계산과 절반의 도박을 감행하는 시도 끝에 계획은 순조롭게 성공.

중간에 약간의 우여곡절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최선의 결과물을 끌어냈다고  수가 있었다.


‘슬슬 손님들이 찾아올 날짜이기는 하지만  전에 나디아를 먼저 완전히 함락시켜 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리나와 함께 밖으로 나설 준비를 마쳤지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와라.”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리스라고 불렸던 간병인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다른 용무가 아니오라 후계자님 앞으로 이런 선물이 도착하여…”

[친애하는 후계자에게 3년 전의 테세트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담아서.]

카드 메시지가 꽂혀 있는 꽃다발.


그것을 발견한 리한의  눈이 부릅떠졌다.

욱씬!

쿵!

“큭!”


“주인님?!”


“후계자님?!”

갑작스럽게 신음을 토해낸 그가 근처에 있는 테이블을 움켜잡으면서 휘청거리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라.”


“하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욱신거리는 왼쪽 눈에 흉터를 움켜잡은 리한이 상처를 입은 짐승처럼 거친 반응을 보이자 오리나는 더 걱정하는 표정으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나서 간신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그.

“휴우.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잠시 오랜 상처가 쑤셔서 그랬을 뿐이야.”

“하지만…”


“무섭게 해서 미안하다. 오리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심시켜주자 어느 정도 안심하는 얼굴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를 경험해버린 리한이었다.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아가 버리는 줄로만 알았어. 젠장, 내 속에 아직도 후계자의 자아가 남아있는 건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호리스가 가져온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지금 당장 아토스 남매와 모든 용병을 회의실로 소집해라.”


“네?”


“어서, 서둘러.”


“아, 알겠습니다!”

진지한 표정을 재촉하자 허둥지둥 달려가 버렸다.

잠시 후.


회의실에 모두 집결했다는 보고를 들은 오리나와 함께 마지막으로 입장해서 가져온 꽃다발을 중앙의 테이블로 내려보냈다.

“오늘 밤에 나를 죽이기 위해서 암살자들이 찾아올 것이다.”

웅성웅성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장내의 분위기.

“그게 정말이십니까? 주군.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정보를…”

“지금 내려놓은 꽃다발이 그 예고장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피안화와 카드에 있는 메시지. 3년 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을 완수하겠다는 뜻이지. 그것도 자기 조직의 사력을 다해서 말이야.”

“허허. 설마하니 후계자님. 놈들의 정체가 혹시…야월이 아닙니까?”


반다크가 앞으로 나서서 질문해 왔다.


“녀석들을 알고 있느냐?”

“이래저래 굴러먹은 세월이 있어서 어깨너머로 떠돌아다니는 풍문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니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암살 집단 있다고 하더군요. 설마, 후계자님의 가문에서부리고 있으실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반다크.”

묘하게 뒷말을 끌자 리한이 노려보면서 물었다.

“크흠.  늙은이가 기탄없는 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쓸데없이 사양할 필요는 없으니까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라.”


“흘흘흘. 역시나 젊어서 그런지 패기가 넘치시는군요. 크흠. 말씀드리기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야월이 상대라면 지금으로서는 상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소문이야 항상 과장이 따라온다고는 하지만, 그런 조직을 겨우 7명으로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 아닐지요.”


“8명이에요.”


나디아가 그가 말한 숫자를 정정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소녀도 이번 싸움에 참전하겠습니다. 후계자님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겠어요.”

“허허허. 나디아양. 미안하지만 이것은 소꿉놀이가 아니라오. 이 자들은 그저 그런 암살자 흉내나 내는 뜨내기 용병들이 아닙니다. 강력한 무장을 암살하기 위해서 전문적으로 양성된 진짜배기들이지. 이제  병상에서 일어난 환자가 나서…”

후우우웅!

바람과 함께 반다크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주먹이 그의 코앞으로 정지했다가 순식간에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꿀꺽.

풍압에 의해서 위쪽으로 날려졌다가 사뿐히 내려오는 자신의 앞머리를 바라보면서 침을 삼키는 노인.

“이제  병상에서 일어난 소녀의 실력이 어떠한지요?”

“허, 허허허. 과연 아토스의 여동생이로군.  늙은이가 실례를 저질렀소.”

“저도…”


슬그머니 눈치를 보고 있던오리나까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리면서 참전 의사를 밝히려고 했지만 리한이 그녀를 가로막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아니. 미안하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다. 녀석들은 내가 혼자서 처치할 것이야.”


“주인님?!”

“주군?!”


“후계자님?!!”

충격적인 선언에 깜짝 놀란 좌중이 다양한 호칭으로 그를 불러댔지만, 그중에서도 일찌감치 참전 의사를 밝혔던 나디아가 앞으로 나서며 완강하게 반대 의사를 보였다.

“너, 너무 무모하세요! 아무리 후계자님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암살 조직을 혼자서 상대하시겠다니…”

“승산은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이번 일은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가 않아. 녀석들은 3년 전에 나의 충실한 가신들과 친구, 그리고 부하들을 함정에 빠트려서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들이다.”


‘더 원이 입은 피해를 포함해서 말이지.’

당시에 야월은 거짓 정보를 흘려서 후계자가 이끄는 병력이 더 원의 정예군 한가운데에서 고립되도록 만들었다.


이이제이.


호위 무장들이 목숨을 바쳐서 혈로를 뚫어준 덕분에 간신히 사지에서 빠져나온 리한이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암살자들의 차가운 칼날.

처음부터 빠져나올 경로를 예상해서 매복해놓은 것이었다.


이 계책으로 원래는 종말의 마수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안전한 후방에서 머무르려고 했던 제니아군과,  원의 군대 모두가 무의미한 피를 흘리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 마디로 야월은  사람의 공통의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주군.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자살 행위로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나를 깔보지 마라. 아토스. 여기에 있는 너희들 중에서 실제로 야월과 싸워본 자들이 누가 있다고 그렇게 속단하느냐? 예전에 나는 녀석들의 함정에 빠져서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오만하게도 이렇게 암살 예고까지 보내오다니…더할 나위 없지 않느냐? 이번 일을 후회하게 해주지. 차가운 저승에서 명왕의 날카로운 칼날에 잘디잘기 잘려나가면서 말이야. 후후후후후.”

꿀꺽.


소름이 끼치는 웃음소리에 좌중은 할 말을 잃어버리면서 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토스는 마지막까지 만류하려고 했지만 나디아가 옆에서 말렸다.


“괜찮습니다. 오라버니. 후계자님께서 이렇게까지 자신하신다면 틀림없이 무엇인가 묘책을 가지고 있으실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나디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주군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마도 흑호족 생존자들의 변환 시술을 염두에 두고서 말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녀가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말끝을 가로채버렸다.


“만에 하나라도 후계자님의 신변에 변고가 생긴다면 저희 남매가 목숨을 걸고 복수를 완수하겠습니다. 다른 것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것만은 부디 허락해 주세요.”

무릎을 꿇으면서 그렇게 간청하자 리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후. 물론, 허락해주지. 만에 하나가 아니라 천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그러자 추진력을 얻어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디아가 기습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어서 입맞춤을 했다.


쪽!

“꺅?!!”

“나, 나디아?!!”


“우효~~~! 뭐야뭐야? 이게이 뭐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에 다양한 비명과 탄성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수줍은 표정으로 얼굴을 붉힌 그녀가 리한에게만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소, 소녀가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니까요?!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시집도 가지 않았는데 독수공방부터 하는 건…]

뒷부분은 웅얼거려서 자세하게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을 놓칠 그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귀여운 색시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홀몸이 되게 할 수는 없지.”

“모, 몰라요!”

새침하게 외치고는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아토스!”

“…어버버.”

“아토스!!”

“네, 넷! 주군!”


커다란 충격으로 잠시 혼이 빠져나가 버렸던 그가 정신이 번쩍 돌아오면서 대답을 했다.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장미 정원을 빌리도록 하겠다. 그곳을 나의 영지로 삼아서 킬링 필드로 구축할 테니까 장소를 떠날 때까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라.”

킬링 필드는 배틀 메이지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역시 마법도 사용하실 수가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해 주십시오.”

“나머지 인원은 전투에 말려들지 않도록 날이 저물기 전까지 조속하게 저택을 빠져나가라. 가능하면 멀리, 전투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서 적들의 주목을 끌지 말아라. 내일 아침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면 돌아오도록.”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고요?”

용병들의 물음에리한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외쪽을 가리켜 보였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이 쪽이  편인 모양이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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